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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사자와 호랑이의 연장 12회 혈투, 헛심만 썼다 - 삼성 vs KIA 10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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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12회말 마지막 공격이 끝나는 순간 대구구장 전광판의 시계는 11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20일 대구구장에서 맞붙은 삼성과 KIA는 장장 4시간 34분간의 총력전을 벌였지만 0:0으로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양팀의 이날 연장전 0:0 무승부는 프로 통산 15번째(강우콜드 제외)이자 2005년 4월 29일 SK - 두산전 이후 7년만의 진기록이다.
 
지루한 0의 행진이 계속되었지만 팽팽한 투수전 양상은 아니었다. 양팀은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단 한번도 점수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KIA가 16개, 삼성이 9개의 잔루를 기록할 정도로 답답한 공격 흐름을 보였다. 양팀 선발 고든(삼성)과 서재응(KIA)은 모두 6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그 누구도 승리와는 인연이 없었다.

경기 중반까지는 KIA의 분위기가 좋았지만 선취점 기회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KIA는 3회 2사후 이용규가 내야 안타로 1루를 밟은 뒤 김선빈의 볼넷과 상대 내야수의 실책을 묶어 만루 챤스를 맞았다. 타석에는 4번타자 이범호가 등장했다. 짧은 안타 한방이면 경기 분위기를 KIA쪽으로 끌고 올 수 있었지만 결과는 헛스윙 삼진. KIA는 5회에도 무사 1, 2루 챤스를 맞았지만 후속 타자들이 고든의 노련한 피칭에 눌리며 득점을 올리는 데는 실패했다.


KIA의 초반 공세가 잦아들자 삼성은 경기 후반 KIA 불펜 공략에 나섰다. 서재응을 구원해 7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KIA 유동훈에게서 8회말 김상수가 중전 안타를 뺏어내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삼성 공격은 상위 타선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1점만 내준다면 곧바로 오승환이 투입될 수 있는 시점이었다.

위기 상황에서 KIA 선동열 감독은 믿음직한 신인 박지훈을 긴급 투입시키며 정면 승부를 펼쳤다. 박지훈은 감독의 믿음대로 1사 1,2루 실점 위기에서 상대 중심타선인 최형우와 이승엽을 범타로 처리하며 팀을 구해냈다. 유력한 신인왕 후보 박지훈의 진가가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삼성은 9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끝내기 챤스를 맞았다. 선두타자 박석민이 박지훈의 초구에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하자 류중일 감독도 바로 승부수를 던졌다. 1루주자 박석민 대신 강명구를 대주자로 기용한 것. 보내기 번트를 시도한 진갑용의 타구가 박지훈에게 잡히며 2루로 스타트를 끊은 강명구마저 횡사하는 순간 류중일 감독의 승부수는 실패로 끝난 듯 보였다.

하지만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가 살아 있었다. 2사후 조동찬이 좌중간을 가르는 큼지막한 2루타를 날리자 류중일 감독은 좌타자인 8번 정형식 자리에 우타자 이지영을 대타로 기용했다. 비록 시즌타율 6할(5타수 3안타)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타 기용의 일반 상식을 깬 과감한 선수 기용에 이지영은 좌전 안타로 화답했다. 

드라마틱한 끝내기 안타가 되기엔 타구가 너무 얕았다. 전진 수비를 벌이고 있던 KIA 좌익수 김원섭의 어깨가 약하다고는 해도 타이밍상 홈 승부는 무리라고 판단한 김재걸 삼성 주루코치는 조동찬을 3루에 멈춰 세웠고 이날 경기의 결승점도 거기서 멈췄다. 다음 타자 김상수의 타구는 KIA 중견수 이용규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아쉬움의 탄성이 대구구장을 울렸다.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을 9회에 등판 시키며 필승 의지를 불태웠지만 헛심만 쓴 꼴이 됐다. 오승환의 피칭은 평소같지 않았다. 9회 안타 하나를 허용한 오승환은 10회에도 선두타자 김선빈에게 안타를 내주며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좀처럼 보기 힘든 폭투에다 두 명의 타자를 고의사구로 내보내며 체면을 구겼지만 만루 위기를 막아냄으로써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오승환이 2이닝동안 기록한 투구수는 40개로 올시즌 최다 투구였다. KIA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는 사실상 등판이 어렵다는 점에서 삼성의 뒷문이 불안해졌다.


양팀은 12회까지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지만 지지 않았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삼성은 선발 고든에 이어 안지만 - 오승환 - 심창민 - 권혁 - 정현욱 등 불펜진을 총동원했고, KIA 역시 서재응이 마운드를 내려간 다음 유동훈 - 박지훈 - 최향남 - 홍성민 - 한기주 등 6명의 투수들이 이어 던지며 길었던 연장 승부를 끝냈다.

삼성은 박한이, 이승엽, 진갑용이 무안타로 부진하면서 공격의 흐름이 번번히 끊겼다. 특히 진갑용은 이날 경기에서 병살타와 번트 실패 등으로 무려 세번의 더블 아웃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반면 KIA는 안치홍, 박기남이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중심타자인 이범호와 최희섭이 단 하나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하며 수많은 잔루를 남겨야 했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2027 )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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