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벼랑 끝 기사회생한 넥센, '5할 승률'과 '4위' 지켜냈다 - 삼성 vs 넥센 9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6. 25.
728x90

넥센이 드라마 같은 연장전 역전승을 거두며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넥센은 24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삼성과의 주말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1점차로 뒤지던 연장 10회말 터진 정수성의 2타점 끝내기 안타로 길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종 스코어는 넥센의 6-5 한점차 짜릿한 승리. 이날 승리로 31승 2무 30패를 기록하게 된 넥센은 5할 승률과 4위 수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미치 탈보트(삼성)와 김영민(넥센)의 선발 대결로 막이 오른 이날 경기는 막판까지 승부의 향방을 점칠 수 없는 시소게임으로 전개됐다. 삼성이 3회말 공격에서 2사 후 박한이, 최형우의 연속 안타로 만든 주자 1, 2루 선취 득점 기회에서 이승엽의 적시타로 박한이를 홈으로 불러 들이며 앞서 나갔다. 넥센은 최형우과 이승엽을 의식한 수비 시프트를 구사했지만 공교롭게도 두번 모두 타구가 수비가 옮긴 빈틈으로 향하는 바람에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선취점을 빼앗긴 넥센은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3회말 선두 타자로 나온 김민성이 시즌 마수걸이 안타로 공격의 포문을 열었고 유재신도 유격수 키를 넘기는 안타로 1사 1,3루 동점 챤스를 맞았다. 넥센은 1군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삼성 안방마님의 빈틈을 공략하고 나섰고 넥센 벤치의 과감한 작전은 멋지게 성공했다. 1루 주자 유재신의 2루 도루를 막으려던 이지영의 2루 송구가 빠지며 3루 주자 김민성이 손쉽게 홈을 밟아 넥센은 손쉽게 1-1 동점을 만들었다.  

4회말에는 한층 더 매서운 넥센의 공격이 또한번 이어졌다. 유한준의 중전 안타와 박병호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 2루에서 서건창의 번트 타구를 이번에도 삼성 포수 이지영이 서두르다 내야 안타로 만들어 주며 넥센은 절호의 만루 기회를 잡았다. 곧이어 오윤의 큼지막한 우중간 2타점 적시타와 김민성의 내야 땅볼로 3점을 뽑아낸 넥센은 4:1, 석점차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 보였다.  


넥센 선발 김영민의 호투에 막히며 고전하던 삼성은 6회초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강봉규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안타를 치고 나가며 공격을 이끌었다. 벤치의 치고 달리기 작전을 이지영이 우전안타로 성공시키며 무사에 주자 1, 3루 상황. 다음 타자 조동찬의 2타점 2루타에 3-4, 한점차까지 따라붙은 삼성은 김상수의 보내기 번트 타구를 넥센 구원투수 장효훈이 1루에 악송구 하는 사이 3루 주자 조동찬이 홈을 밟으며 단숨에 동점을 만들었다. 박한이의 중전안타가 이어지며 삼성은 1사 1,3루 역전 챤스를 맞았지만 믿었던 최형우가 삼진으로 물러나는 순간 2루로 내달리던 박한이마저 더블 아웃되며 다 잡았던 승기를 놓치고 말았다.

소강상태를 보이던 양팀 공격은 9회 들어 또한번 공방을 벌였지만 결승점을 뽑는데는 모두 실패했다. 삼성은 2사 후 이승엽과 박석민의 볼넷으로 2사 1, 2루 기회를 잡았지만 강봉규가 내야 땅볼로 물러났다. 넥센도 9회말 선두타자 서건창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성을 타구를 날렸지만 삼성 중견수 정형식의 믿기 힘든 호수비에 걸리며 땅을 쳐야 했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삼성은 10회초 선두 타자로 나온 진갑용의 3루타와 정형식의 내야 땅볼로 귀중한 1점을 얻어내며 기세를 올렸다. 이날 경기의 결승점으로 보였지만 올시즌 세번의 연장 승부에서 1무 2패를 당하며 유난히 연장 승부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삼성의 불운은 멈추지 않았다.

4-5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던 넥센은 10회말 삼성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에 편승해 기사회생했다. 선두 타자로 나선 대타 강병식의 타구가 중견수 쪽으로 높게 떴다. 2루수와 유격수, 중견수까지 모두 달려 들었지만 콜 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아 행운의 중전 안타로 이어졌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오승환을 대신해 마무리로 등판한 정현욱이 기분 나쁜 선두타자 출루를 허용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보내기 번트에 이은 장기영의 우전 안타로 주자 1,3루 절호의 챤스를 맞은 넥센 정수성이 당겨친 타구가 우익선상 가장 깊은 쪽에 떨어지며 끝내기 2타점 적시타가 됐다. 삼성은 불펜 투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지만 마운드에 올려 보지도 못하고 넥센의 끝내기 승리 세리머니를 지켜봐야만 했다. 넥센으로선 극적으로 3연패에서 탈출하는 순간이었고, 삼성은 다 잡았던 경기를 놓치며 5연승에서 멀어지는 순간이었다.

삼성으로선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임이었다. 이날 경기를 잡았더라면 SK에 0.5경기차로 따라 붙으며 선두권을 압박하는 한편,  4위권 팀들과도 격차를 벌일 수 있었다. 여러 차례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추가점이 아쉬웠다. 집중력의 차이가 13안타를 치고도 9안타의 넥센에 한점차 패배를 당한 이유다.
 
경기 초반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탈보트는 진갑용과 배터리를 이룬 6회부터는 제 모습을 되찾으며 위력적인 투구로 넥센 타선을 제압했다. 탈보트는 승패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초반 대량 실점에도 불구하고 7회까지 던져줌으로써 선발 투수로서의 소임은 다헀다. 6안타 2사사구로 4실점했고 삼진은 2개를 기록했다.

넥센 선발 김영민은 5회까지 완벽한 피칭을 보였지만 6회 찾아온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5이닝 9안타 3사사구로 4실점했다.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춘 채 6회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구원 투수가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시즌 4승 달성은 다음 경기로 미뤄야 했다.

이날 경기에서 주전 포수 진갑용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 대신 포수 마스크를 쓴 이지영은 큰 경험을 했다. 잘 해보려는 의욕은 넘쳤지만 경기는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다. 탈보트와의 호흡도 삐그덕 거렸고 공수에서 미스 플레이가 속출했다. 공격력은 탐이 나지만 진갑용을 대신하기에는 아직 여러모로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 게임이었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2060 )에 게재 되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