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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김상수의 '빈 글러브'로 되짚어 본 삼성 야구 - 삼성 vs 두산 8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6.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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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하루가 지난 경기를 다시 복기하고자 하는 이유는 김상수라는 촉망받는 유격수를 까기 위함이 아니다. 김상수의 빈 글러브질은 삼성 선수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증거일 뿐이다. 어제 경기에서 무려 3개의 실책을 남발(김상수의 기록되지 않은 실책을 포함하면 4개)하며 자멸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두산과의 시즌 8차전을 앞두고 분명히 얘기한 바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삼성이 5할 승률 언저리에 머물러있던 5월까지의 지리멸렬했던 분위기에서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일 뿐만 아니라 다음주 예정되어 있는 원정 6연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결코 호락호락하게 경기의 페이스를 넘겨줘서는 안된다고 누누이 강조했었다.

물론 삼성 선수들도 분명 이같은 흐름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랬기에 최고참급인 진갑용과 이승엽이 머리를 짧게 깎으며 강한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문제 인식이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럽게 흐르지 않는다는 데 있다. 베테랑들의 절박함과는 달리 삼성의 젊은 선수들에게서는 그런 분위기가 그다지 감지되지 않는다.


어제 경기에서 김상수가 5회초 수비에서 보여준 플레이는 말 그래도 '본헤드 플레이'였다. 팀이 0:1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선발투수 고든이 무사 1루 위기를 맞았다. 두산 선발 이용찬의 구위에 타선이 눌려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추가 실점은 곧 패전을 의미하는 상황이었다. 고든의 컨디션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튼실한 수비의 힘으로 버텨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고든은 다음 타자 최재훈을 내야 땅볼로 잘 유도했다. 타구는 마운드를 지나 2루 베이스 쪽으로 굴러갔고 베이스 쪽으로 치우친 수비를 하고 있던 김상수의 글러브로 자연스럽게 굴러갔다. 행운의 여신이  삼성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는 듯한 장면이었다. 김상수는 달려오던 1루 주자 손시헌을 태그하고 다시 1루로 던져 더블 플레이를 완성했고 마운드의 고든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했다.

이대로 끝났다면 어제 경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됐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눈썰미 있는 두산 김진욱 감독이 김상수가 빈 글러브로 손시헌을 태그했다는 것을 강력하게 어필했고 결국 2루심 문승훈 심판이 이를 받아들여 판정이 번복되고 말았다. 류중일 감독이 쏜살같이 달려 나왔지만 명백한 실책성 플레이 앞에 더이상 우겨볼만한 근거가 없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되었어야 할 것이 1사 주자 2루의 실점 위기로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고든이 좀더 좋은 투수였다면 이 위기를 잘 넘어가며 김상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어야 하겠지만 어제 경기 고든의 공은 그다지 위력적이지 못했다. 뒤이은 2사 2루에서 고영민의 적시 3루타와 정수빈, 김현수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순식간에 3실점한 삼성은 더이상 추격할 힘도 의지도 없었다.

물론 시즌 133경기를 하면서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는 경기에서도 내용이 좋아야 한다. 어제 경기처럼 실책으로 자멸한 경기는 두고두고 팀에 미치는 타격이 크다. 될 듯 될 듯 하면서 5할 승률 이상으로 단 한번도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2012년 시즌 삼성의 문제를 그리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어 보인다. 경쟁이 사라진 무주공산에서 여우가 호랑이 노릇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점검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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