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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7이닝 9K 김혁민을 울린 강봉규의 홈런 한방 - 삼성 vs 한화 7차전 리뷰

by 푸른가람 2012.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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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투수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멋진 한판 승부였다. 삼성 장원삼과 한화 김혁민이 경기 중반까지 한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인 탓에 전광판에 0의 숫자는 늘어만 갔다. 최후에 웃은 승자는 8이닝 무실점으로 버틴 장원삼이었지만 보다 강력한 임팩트를 보인 투수는 오히려 한화 김혁민이었다.

오늘 게임에서 김혁민이 보여준 투구는 그야말로 괄목상대할만한 성장 그 자체였다. 150km가 넘어가는 빠른 공의 구위만으로도 삼성 타자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1회 선두타자부터 무려 4명의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운 것을 비롯하여 7이닝 동안 무려 9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대전팬들에게 선사했다.

도무지 그의 공을 공략할만한 타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의 피칭은 압도적이었지만 강봉규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이 뼈아팠다. 불같은 강속구도, 폭포수처럼 떨어지던 포크볼의 위력도 한계 투구수가 가까워질수록 힘이 떨어졌고 결국 가운데 쏠린 실투를 강봉규가 놓치지 않고 대전구장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통렬한 결승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2할 타율에 턱걸이하고 있는 강봉규는 오늘도  1안타만을 기록했지만 결정적 홈런 한방으로 모처럼 활짝 웃을 수 있었다.


비록 실투 하나로 패전의 멍에를 써긴 했지만 7이닝 3피안타 2볼넷으로 단 1점만을 내주는 효과적인 투구를 펼침으로써 향후 한화 선발진에 든든한 한축으로 힘을 실어줄 수 있게 됐다. 만약 그 실투 하나가 없었더라면 오늘 경기 승부의 향방은 좀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삼성 선발 장원삼의 피칭도 김혁민 못지 않았다. 탈삼진 숫자가 적어서 그렇지 보다 많은 이닝을 보다 효과적으로 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펜진이 불안한 상황에서 삼성 마운드의 해법은 선발투수가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해주는 방향으로 선회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장원삼이 무려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장원삼이 이제 에이스 모드로 복귀했다.
완봉승을 놓친 것이 아쉽긴 하겠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8회를 마칠 때까지 장원삼의 투구수는 95개였다. 이미 한계 투구수에 다다른 상황이기는 했지만 시즌 첫 완봉승을 노려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8이닝 2피안타 2볼넷으로 한화 타선을 꽁꽁 묶고 있었기 때문에 한 이닝을 충분히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겠지만 류중일 감독의 선택은 '개인' 보다는 '팀'이 우선이었다.

물론 장원삼이 완봉승을 기록해 준다면 선수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연투의 피로에 지친 불펜진에 꿀맛같은 휴식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오랜 기간 세이브 맛을 보지 못한 클로져 오승환에 대한 배려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무리 투수에 너무 긴 휴식은 투구 감각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충분한 휴식 덕분인지 오승환의 투구에는 힘이 넘쳤다. 최고 구속 153km/h가 넘는 빠른 공으로 한화 타자들을 압도하며 탈삼진 2개, 무안타로 시즌 9세이브를 올렸다. 강동우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준 탓에 투구수가 좀 많았던 것이 흠이긴 하지만 불안한 불펜진 가운데 오승환만은 건재하다는 사실을 과시하는 무력시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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