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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SK 19차전 - 최형우, 최고타자 자리에 오르다

by 푸른가람 2011.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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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삼성과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SK가 대구에서 시즌 최종전을 치뤘다. 경기 결과는 집중력과 승부욕에서 앞선 SK가 4:3의 한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두며 2위 롯데와의 게임차를 1경기차로 줄였다. 이제 3경기씩을 남겨둔 롯데와 SK의 2위 싸움은 막판 프로야구의 마지막 흥행카드로 남게 됐다.

SK로선 오늘 승리 외에도 얻은 것이 많다. 우선 선발로 나선 김광현의 호투를 손에 꼽을 수 있겠다. 조금 이른 1군 복귀가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섞인 시각도 있었지만 오늘 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삼성 타선을 제압하며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음을 보여줬다.


김광현의 투구는 완벽함 그 자체였다. 6타자 연속 탈삼진을 비롯해 4이닝 동안 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빼어난 구위를 자랑했다. 사사구는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고 피안타도 하나에 불과했다. 정상적인 상태의 김광현이 가세했다는 사실은 포스트시즌에서 SK를 상대해야 하는 팀들로서는 분명 부담스러운 대목일 수 밖에 없다.

김광현의 호투에 SK 타자들도 초반부터 홈런으로 화답했다. 올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타자들이 공격의 최선봉에 섰다. 부상에서 1군에 복귀한 지 얼마되지 않은 정근우는 1회 선두타자로 나와 삼성 선발 차우찬의 초구를 공략해 선제 솔로홈런을 기록했고, 소년장사 최정은 3회 1타점 적시타로 김광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4회에 터져나온 박정권의 투런 홈런은 오늘 경기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 한방처럼 보였다. 차우찬의 공을 가벼운 스윙으로 받아쳤는데 대구구장을 훌쩍 넘기는 호쾌한 장외홈런으로 삼성의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 이로서 승부는 SK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는 듯 싶었지만 김광현이 4회를 끝으로 마운드를 고든에게 넘겨준 이후 경기 양상은 또한번 반전을 맞았다.

삼성의 반격에는 최형우가 선봉장을 맡았다. 4점차로 뒤지던 6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최형우는 고든에게서 투런 홈런을 빼앗아내며 마침내 시즌 30호 홈런의 고지를 밟은 동시에 타점 부문에서도 이대호를 누르고 선두에 올랐다. 말 그대로 한국 프로야구 최고타자의 반열에 등극한 셈이다. 이후 삼성은 7회 채상병의 솔로 홈런으로 SK를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경기를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홈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한 삼성팬들로선 최형우의 데뷔 첫 30홈런 소식에 아쉬움을 달래야 할 것 같다. 최형우는 3할대 타율에다 30홈런, 100타점 이상을 모두 달성함으로써 드디어 특급타자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올시즌 전반적으로 타자들의 홈런 양산이 부진한 가운데 겨우 30개에 턱걸이한 홈런으로는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클린업에서 제대로 최형우를 도와주지 못하는 악조건에서 이뤄낸 대기록이라는 점에서 팬들로서는 최형우의 성장이 고맙고, 또한 반가운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는 없다. 최형우가 진정한 최고타자가 되기 위해서, 또한 삼성 타선이 좀더 파괴력을 가지려면 내년 시즌 대형타자의 영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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