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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231

새로운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찬 기청산식물원 한달에 한번은 꼭 찾겠다던 다짐이 무색하게도 거의 1년여만에 기청산식물원을 다시 찾았다. 하필이면 최악의 황사가 온다며 언론에서 호들갑을 떤 날이었지만 다음으로 미룰 수는 없었다. 야생화 공부를 하겠다며 구입한 접사렌즈도 팔아버린 탓에 카메라 달랑 하나 둘러매고 가벼운 마음으로 식물원 입구를 들어섰다. 봄날의 기청산을 화려하게 치장해 주던 목련이며 벚꽃은 이미 다 져 버렸다. 그 자리를 이제는 완연한 푸른 빛이 대신하고 있었다. 나무들이 새로 난 풍성한 푸른 잎들을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다시 돌아온 봄을 만끽하고 있는 듯 하다. 매년 반복되는 모습이지만 해마다 또 맞이하는 마음이 새삼스럽다. 푸름 속에 붉은 동백꽃이 유독 눈에 띈다. 지난달 강진 백련사의 동백나무숲에서 만났던 무수한 붉은 꽃송이들을 떠.. 2011. 5. 3.
다시 1년 후, 영양 남경대에서 만난 노란 개나리 터널 거의 1년 만에 다시 남경대를 찾았다. 이곳 남경대는 봄날의 샛노란 개나리 터널이 매력적인 곳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남경대에 관한 글을 포스팅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5월 중순쯤이라 이미 개나리는 다 지고 그 노란 빛을 파랗게 우거진 녹음이 대신하고 있었다. 1년후 개나리 터널을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리라던 그때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었다. 반변천의 시원한 물줄기를 곁에 두고 남경대는 나즈막한 언덕 위에 세워져 있다. 온통 노란 빛의 향연이다. 개나리가 이쁜 꽃이란 생각은 해 본 적이 있지만 강렬한 그 노란 빛만은 다른 꽃들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제일 먼저 봄이 왔음을 가장 강렬한 빛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바로 개나리가 아닌가 싶다. 1년여의 세월이 지났건만 남경대의 모습은 여전하.. 2011. 5. 2.
봉황이 단청을 했다는 봉황사의 벚꽃 가득한 봄 풍경 어이없는 착각으로 봉황사 행은 무작정 이루어졌다. 안동 관광지도를 펴보다 안동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찰이라는 설명을 보고 "어라~ 봉정사 보다 더 큰 절이 안동에 있단 말이지.." 하는 호기심으로 봉황사를 찾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봉황사에 도착해 보니 이게 웬걸! 담장 조차도 없는 이 작은 사찰에는 대웅전과 극락전, 그리고 요사채 만이 단촐하게 나를 반기고 있었다. 이게 안동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찰이라니. 뭔가 잘못된 거라며 다시 지도를 확인해 보니 아뿔사~ 나의 어이없는 착각이었다. 안동 동부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찰이라고 적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관광지도에 이런 치명적인 실수를 할 리가 없는 일 아닌가. 이것도 다 내가 봉황사라는 절과 인연이 닿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겠거니 그런.. 2011. 5. 2.
달마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해남 미황사 대구에서 만만찮은 거리에 있는 땅끝 해남으로 떠날 수 있게 해준 건 사진 한장 덕분이었다. 그 사진은 달마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우리나라 육지 최남단 사찰 해남 미황사의 모습이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오후의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는 대웅전과 달마산의 기암들이 절묘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아~ 이렇게나 아름다운 절이 있었구나. 서너시간을 홀로 운전해야 하는 부담은 있었지만 그 멋진 풍경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면 그 정도 고생은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욕심만 앞섰지 꼼꼼히 준비하지 못했던 것이 실수였다. 모처럼만의 나홀로 여행의 자유로움이 지나쳐 '바람따라 구름따라' 식의 무계획은 일정 전체를 꼬이게 만들어 버렸다. 첫날에는 도중에서 지체하다 미황사에 도착하니 .. 2011. 5. 1.
호숫가에 세워진 아름다운 고택, 안동 지례예술촌 왜 이제서야 이곳에 왔을까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곳이었다. 임하호를 따라 굽이굽이 좁은 산길을 돌고돌아 마침내 지례예술촌 앞마당에 당도했다. 이정표를 따라 오긴 왔지만 이 깊은 산중에 지례예술촌이 있는 게 맞기나 한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이곳은 깊은 산중에 숨어 있다. 예전엔 그저 오래된 폐교를 예술인들의 창작 장소로 바꾸어 놓은 곳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기에 이 근처를 많이 지나 다니면서도 지례예술촌에 한번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안했던 것이리라. 가는 길에 오래된 용계은행나무도 만날 수 있으니 그동안의 무심함을 탓하는 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사방에 꽃이 피어나 따뜻한 봄날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었다. 지례예술촌의 첫 인상은 따뜻함, 그리고 여유로움으로 얘기할 수 있겠다. 호숫가에 자리.. 2011. 4. 27.
화사한 봄꽃들이 봄처녀마냥 아름다웠던 군위 지보사 제가 찍어온 지보사 사진을 보고 어느 분이 "봄처녀 같다"고 그 느낌을 얘기해 주시더군요. 가보지도 않고 사진만으로 제가 느꼈던 복잡미묘한 감정을 한 단어로 잘 정리해 주신 것 같습니다. 입구에서부터 만개한 벚꽃이 반겨주던 지보사는 구석구석에 원색의 화려한 봄꽃들이 제각각 수줍은 봄처녀 마냥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지보사는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사찰은 아닙니다. 지난해 봄 소신공양했던 문수스님이 수행한 절이라고 해서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찾는 이의 발길이 끊긴 조용하고 한적한 산사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제 자리를 찾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지보사는 경북 군위군 군위읍 상곡리 선방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 2011. 4. 24.
잘 지어진 단아한 사대부 집 같았던 무위사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줄이려면 사전에 꼼꼼하게 일정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 강진 백련사의 동백꽃에 푹 빠져 위치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무위사로 향했다. 같은 강진군에 있다는 것만 믿고 달렸던 것이 실수였다. 백련사에서 무위사까지는 한참 걸렸고 방향도 전혀 딴판이었다. 무위사는 행정구역상으로만 강진군에 속해 있지 사실상 영암군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월출산국립공원 표지판이 보이고 이내 무위사 주차장이 눈앞에 나타난다. 지어진 지 얼마되지 않은 일주문에서 천년고찰의 고풍찬연함을 찾기는 어려웠다. 플래카드 뒤로 월출산무위사란 현판이 붙어 있다. 무위사라는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기록에 의하면 무위사는 신라 진평왕 39년(617)에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617.. 2011. 4. 18.
백련사에서 붉디붉은 동백꽃을 만끽하다 원래 3월 중순쯤에 남도 쪽을 한바퀴 돌아볼 생각이었는데 한달이나 늦어 버렸다.이미 동백꽃은 다 졌겠거니 생각했다. 하동의 섬진강가에는 벚꽃이 한창이었으니 붉디 붉은 백련사의 동백꽃은 1년 뒤에나 다시 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게 왠걸 백련사 들어가는 초입에는 아직 나무마다 동백꽃이 한창이었다. 물론 바람에 흩날려 땅으로 떨어진 붉은 잔해들도 많았지만 여전히 강렬한 색채로 싱싱한 매력을 뽐내고 있는 꽃들이 한가득이었다. 푸른 나뭇잎과 붉은 꽃잎의 대비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백련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이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 제151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봄이면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이 아름다운 동백나무숲을 제 정원처럼 가지고 있는 백련사는 참 복받은 절이 분명하다. 백련사를 오르는 길을 .. 2011. 4. 15.
월아산 푸른 계곡에 있는 청곡사 푸른 계곡에 있는 절이라는 이름을 가진 청곡사는 진주시 금산면 갈전리의 월아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신라 헌강왕 5년(879)에 도선국사가 진주를 지나갈 때 푸른 학이 남강 변에서 월아산으로 날아와 앉기에 도선국사가 월아산을 둘러보니 성스러운 기운이 충만해 이 곳에 절터를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절터는 두개의 물줄기가 하나의 연못으로 합쳐진 위쪽에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 합니다. 학이 알을 부화한 뒤에 날아가지 않도록 학의 목을 고리로 채운다는 뜻에서 탑에 원형 고리와 원주를 세워 놓았었는데 지금은 다 깨어지고 형태만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청곡사 아래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는데 풍수를 배우는 사람들이 이 절을 많이 찾고 있다고 하네요. 청곡사를 찾았던 날은 무척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2011. 4. 15.
강호정, 삼휴정, 하천재 - 영천댐 수몰 문화재를 한 자리에서 만나다 영천댐 주변을 따라 난 도로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아주 좋습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벚꽃이 만개할 때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영천댐은 경북 영천시 자양면 성곡리에 위치한 다목적댐으로 1974년 10월에 공사를 시작해 6년만인 1980년 12월에 준공을 보게 됩니다. 총 저수량이 9,640만톤으로 안동댐이나 임하댐에 비해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포항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천댐에서 상류의 자양면 쪽으로 가다보면 도로 옆에 세워져 있는 표지판을 만나게 됩니다. 강호정, 오희공종택, 하천재, 사의당, 삼휴정, 오회당 등의 문화재가 인근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문화재들은 영천댐 수몰 당시에 지금의 위치로 옮겨져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곳을 여러차례 다녔으면서도.. 2011. 4. 6.
겨울의 끝자락에 다시 찾은 청암정과 닭실마을 처음 봉화 닭실마을을 찾았던 것이 지난해 무더운 한여름날이었다. 그때 일이, 그때 그 느낌이 생생한 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덧없이 흘러 버렸다. "세상은 어제와 같고 시간은 흐르고 있고 나만 혼자 이렇게 달라져 있다"는 이소라의 노래처럼 몇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찾은 이곳은 여전했지만 나만 달라져 있었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는 건 누가 만들어 놓은 이치인 것이기에 이리도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인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매섭던 겨울 추위도 어느덧 불어오는 봄의 훈풍 속에 녹아들고 있었다. 아직 마을 뒷산에 꽃이 붉고 노란 꽃이 만개하기엔 이르지만, 어느새 마을 앞 논에는 물이 가득 채워질 것이고 그 속에서 또 새로운 생명들이 피어날 것이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내가 좋아하는 청암정의 모습을 .. 2011. 3. 30.
아름다운 담장을 보물로 가진 도동서원 담장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도동서원에 가기 전에 미리 알고 갔더라면 좀더 꼼꼼히 살펴보고 왔을텐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도동서원의 강당, 사당과 이에 딸린 담장이 보물 제350호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담장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하니 다음에 갈 때는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사진 상으로 보면 멀어서 잘 구분이 가지 않겠지만 기와처럼 가로로 박아 넣은 것이 암키, 중간 중간에 있는 둥그런 기와를 수막새라 부른다. 수막새에는 별이나 꽃 모양이 그려져 있다. 암키와 수막새 아마도 순 우리말일텐데 느낌이 참 좋다. 담 하나를 두르는 데도 꽤나 정성을 들인 표시가 많이 난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 낙동강 강가에 자리잡고 있는 도동서원은 조선시대의 이름난 .. 2011.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