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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호숫가에 세워진 아름다운 고택, 안동 지례예술촌

by 푸른가람 2011.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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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서야 이곳에 왔을까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곳이었다. 임하호를 따라 굽이굽이 좁은 산길을 돌고돌아 마침내 지례예술촌 앞마당에 당도했다. 이정표를 따라 오긴 왔지만 이 깊은 산중에 지례예술촌이 있는 게 맞기나 한 건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이곳은 깊은 산중에 숨어 있다.



예전엔 그저 오래된 폐교를 예술인들의 창작 장소로 바꾸어 놓은 곳인 줄로만 알았다. 그러기에 이 근처를 많이 지나 다니면서도 지례예술촌에 한번 들러봐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안했던 것이리라. 가는 길에 오래된 용계은행나무도 만날 수 있으니 그동안의 무심함을 탓하는 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사방에 꽃이 피어나 따뜻한 봄날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었다. 지례예술촌의 첫 인상은 따뜻함, 그리고 여유로움으로 얘기할 수 있겠다. 호숫가에 자리잡은 고택에서의 하룻밤은 얼마나 낭만적일까 잠시 생각해 봤다. 이 지례예술촌에는 모두 열 네개의 객실이 마련되어 있어 일반인들에게 고택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마침 군데군데 공사가 한창이라 조금 어수선하긴 했지만 아직은 손님이 찾지 않는 토요일 낮이라 이따금씩 울리는 중장비 소리만이 고택의 고요함을 깨운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단을 오르면 행랑채가 나온다. 예전 같으면 하인들이 머물던 문간방이겠지만 바로 앞에 임하호가 바라 보이는 위치라 인기가 많다고 한다.





대문을 들어서면 넓은 마당을 두고 정면에 지촌종택이, 오른편으로는 별당이 보인다. 건물에서 고풍스러움이 넘쳐 흐른다. 이 별당 옆으로 나 있는 작은 문 안에는 지산서당이 있는데 우리나라 서당 건물 가운데 가장 크고 금강송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지산서당 옆으로 지례예술촌을 한바퀴 휘감고 있는 담장의 모습이 소박하다.


지례예술촌의 역사를 살펴보면 조선 숙종때 대사성 벼슬을 지낸 지촌 김방걸의 자손들이 340년간 동족마을을 이루어 온 곳이다. 워낙에 첩첩산중에 있다보니 1975년에야 비로소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고 버스가 다녔다고 한다. 임하호 건설로 인해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1986년부터 1989년까지 마을 뒷산 중턱에 새로 옮겨지었다고 하니 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고택이 사라지지 않은게 참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지례예술촌을 한바퀴 돌고 나와도 처음 느꼈던 그 따뜻하고 좋은 느낌은 여전하다. 새벽 일찍 깨어나 임하호의 깊고 푸른 안개 속에 잠겨있는 지례예술촌을 여유롭게 걷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니 이곳을 떠나기가 싫어진다. 다시 이곳을 찾아와야겠다. TV도 없고 컴퓨터도 없는 이 곳에는 책이나 몇권 들고 오면 족하겠다. 가끔은 모든 것을 놓고 아무것도 없는 나로 돌아가 보는 것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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