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롯데 4차전 - 위기의 5월이 시작됐다

하루가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승패를 떠나 경기 내용이 여전히 좋지 않았고 게임에 임하는 선수들의 마음가짐도 나아져 보이지는 않았다. 무기력한 타선이야 두말 해야 잔소리겠지만 승부처마다 때맞춰 터져 나오는 실책은 투수들의 어깨를 무겁게만 하고 있다. 한때 가장 강력한 선발진을 자랑하던 삼성은 카도쿠라의 이탈과 묘하게 궤를 같이 하며 심각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오늘 경기에서도 위기는 4회에 찾아왔다. 최형우의 시즌 5호 솔로홈런으로 삼성은 롯데와 2:2 균형을 이뤘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선발 윤성환이 4회 들어 선두타자 이대호에게 사직구장 가운데 담장 철망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2루타를 얻어 맞은 후 급격하게 흔들렸다. 

곧이어 나온 김상수의 실책은 활활 타오르는 롯데 타선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무사 2루에 이대호를 두고 윤성환은 다음 타자 홍성흔을 유격수 정면 타구로 유인하는 데 성공했지만 김상수의 송구는 3루수가 아닌 이대호의 등을 맞췄다. 홍성흔마저 2루로 출루해 1사 1루가 되어야 할 상황이 졸지에 무사 2,3루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으로 급반전했다.

에이스라면 야수들의 실책에도 흔들리지 말아야 하는 법이지만 윤성환은 그렇지 못했다. 결국 황재균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고 곧이어 문규현의 기습번트로 스코어는 5:2까지 벌어졌다. 이후 삼성 타선은 뒤늦은 추격전을 펼쳐 4:5 한점차까지 따라 붙었지만 8회말에 전준우에게 통한의 3루타를 허용하며 추가 실점해 결국 헛품만 팔게 된 꼴이 되었다.

허약한 공격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탄탄한 내야 수비의 도움으로 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은 소화해 주었었고, 이것이 시즌 초반 삼성의 선전에 원동력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 팀 전체가 고약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처럼 맥을 못추고 있다. 어제 졸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느끼는 것이 없었던 것일까. 아직도 벤치에선 위기의식이 들지 않는 것일까.

수비에서의 실책도 실책이지만 이해하기 힘든 주루 플레이 미스도 여전하다. 넉넉하게 여유가 있는 병살 처리에도 1루에 불안한 원바운드 송구를 하는 가 하면 경기 막판 한점차 승부에서 무리한 도루를 시도하다 횡사하는 모습은 팬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꼴찌 한화와의 3연전 첫 게임에서의 어이없는 역전패는 삼성의 5월에 불안한 먹구름을 예고한 전조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꼴찌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1승 2패로 맥없이 물러선 후 내리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뭔가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자칫 연패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는 기세가 오를대로 올랐고, 다음 상대 역시 만만찮은 LG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