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LG 5차전 - 안지만이 배영수를 살렸다

지금껏 몇차례나 지적해 왔지만 역시 수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늘 경기에서 삼성이 최강 타선을 지닌 LG에 6:3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수비의 도움 덕분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실책이 사라지니 경기 내용도 한층 더 고급스러워졌다. 야수들이 집중력을 회복하고 있는 듯 보여 다행스럽다.

삼성 선발 배영수는 야수들의 깔끔한 수비와 불펜 투수들의 호투에 힘입어 시즌 4승(1패)째를 기록했다. 배영수는 초반 제구가 마음먹은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지만 140km 후반대의 직구와 변화구를 적절히 섞어 던지며 LG 강타선을 3실점으로 틀어막고 연패를 끊었다.

5와 1/3이닝 동안 6피안타 4사사구를 허용했지만 집중타를 얻어맞으며 한꺼번에 무너지지는 않았다. 전날 장원삼이 2회 급작스런 난조를 보이며 강판당한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왜 삼성팬들이 배영수를 두고 삼성 마운드의 혼이라고 부르는 지 삼성의 새로운 에이스들은 가슴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최근 경기에서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주루플레이면 주루 플레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던 삼성 전력이 오늘은 모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1회말 중견수 머리 위를 넘어가는 박용택의 타구를 잡아낸 배영섭의 수비나, 좌익선상 2루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낸 조동찬의 수비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

불펜에선 안지만이 만점짜리 활약을 했다. 오늘 배영수의 승리는 사실상 안지만의 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밥이라도 한끼 사면서 톡톡히 보답을 해줘야 할 것 같다. 안지만은 권혁이 제구력 난조로 자초한 7회 무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스코어는 4:3 단 1점차였고 뒤이어 나오는 LG 타선은 그야말로 산너머 산이었다. 

무사 1,2루 절호의 역전 기회에서 LG 벤치는 3번 이택근에게 당연히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이택근의 번트는 투수 정면쪽으로 강하게 굴러갔지만 3루에 승부하기는 부담스런 상황이었다. 삼성 포수 진갑용은 안전하게 1루에 던지라는 표시를 했지만 안지만의 선택은 3루였다. 다행히 간발의 차이로 이대형이 3루에서 횡사했지만 안지만의 강심장이 드러난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뒤이어 타석에 등장한 박용택마저 투수 땅볼로 유도해 1-6-3 병살타로 위기를 깔끔하게 틀어막은 안지만은 그제서야 위기탈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벤치에서 초조한 심정으로 그라운드를 응시하던 배영수의 표정에서 마침내 안도감이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공 하나로 사실상 오늘 경기의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