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에 찾은 주왕산

가을의 끝자락. 더 늦기 전에 가을의 주왕산을 보기 위해 차를 몰았다. 작년 가을새벽에 찾았던 주왕산과 주산지의 기억을 되살리며 찾아간 주왕산.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맛보기엔 너무 늦어 버렸다. 11월 중순이란 시점도 단풍을 즐기기엔 이미 늦어 버렸고, 해가 짧은 산골에서 오후 네시라는 시간은 참 애매한 시간이었다.

주왕산국립공원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주왕산을 향해 올라갈 때 등산객들은 하산에 한창이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청송사과를 팔려는 사람들과 흥정하는 등산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카메라를 들쳐매고 산을 올라가는 길가의 풍경은 채도가 점점 옅어져 갔다.

작년 가을 피어오르는 안개속에 붉디붉은 단풍을 함께 보여주었던 주왕산은 빛바랜 단풍과 희미해져 가는 가을 햇빛을 나에게 안겼다. 등산로에는 뒤늦은 하산을 서두르는 몇몇의 등산객들뿐.

주왕산 입구에 있는 유서깊은 대전사에서 주왕산을 담아 보았다. 웅장한 기암이 대전사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잘 어우러진다. 아쉬운 것이 있다면 국립공원 관람료가 폐지된 이후 여전히 문화재관람료라는 이름으로 입장료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수많은 국립공원을 찾는 등산객들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도 아니고 애써 보지 않겠다는 문화재관람료를 왜 일괄적으로 징수하는 것인지, 문화재청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문화재 보호, 복원 등에 소요되는 재원은 국가에서 마련해야 하지, 애꿎은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챙겨가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국가에서 마련하는 재원도 역시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야 마찬가지긴 하다. 사찰측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역시나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기분좋게 국립공원을 찾았다가 입장료 때문에 실랑이 하고 나면 등산할 마음이 선뜻 나지 않는다.

주왕산 초입에 서있는 감나무에는 잘익은 홍시들이 아직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까치밥으로 남겨 놓은 것일 게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가는 등산객들의 마음을 달래 주려는 듯멀리 보이는 주왕산의 기암과 붉은 빛의 홍시들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매년 그렇듯 또 내년 가을을 기약해 본다. 부디 내년엔 너무 늦지 않게 주왕산에 닿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