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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점 없는 고요한 봄날 저녁. 이런 때를 기다려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경주 안압지가 바로 그 곳이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릴리즈를 연결시키고 해가 늬엿늬엿 넘어가는 모습들을 한컷 한컷 카메라에 담는 매순간이 무념무상의 시간이다.
하긴 거울같이 깨끗한 반영을 담기가 쉽지만은 않다. 봄날의 경주는 바람이 거세기로 유명하다. 모처럼 큰 마음 먹고 안압지를 당도했건만 무심한 춘풍이 한바탕 불어온다면..
그래도 실망할 필요는 없을 거 같다. 또 바람부는 날은 바람부는대로 나름의 정취가 있으니까.
안압지에는 소위 말하는 포인트가 수없이 많다. 딱히 정해진 포인트가 아니라 안압지를 한바퀴 돌면서 나름의 포인트를 찾아 보는게 좋다. 규모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한바퀴 둘러보는데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는 편도 아니다. 몇번의 사전체크를 통해 각자의 출사포인트를 찾아가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사실 하나. 안압지는 꽤나 알려진 야경출사지의 한 곳이니만큼 좋은 포인트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조금 서둘러야 한다. 포인트는 여러 곳이지만, 각 포인트가 그리 넓지 않아서 여러 명이 함께 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는 걸 알아 두시는 게 좋을 거 같다.
경주에 이십여년 이상을 살면서도 정작 안압지의 야경을 접하게 된 건, 경주를 떠나고도 한참이 지난 후인 2006년의 어느 봄날이었다. 이렇게 좋은 곳을 가까이 두고서도 한번도 와보지 못했었나 하는 아쉬움에 이후로도 몇번을 더 찾아갔었지만 갈때마다 매번 다름 느낌으로 다가오는 곳.
제목에다 써놨지만 이곳이 꼭 봄날 저녁에만 좋다는 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봄은 봄대로, 또 여름은 여름대로 다른 느낌을 전해주는 매력적인 곳. 매주 토요일 저녁에는 경주시민과 관람객을 위한 무료공연도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가면 사진도 찍고, 공연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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