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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아흔아홉칸 옛집에서의 하룻밤, 청송 송소고택

by 푸른가람 2009. 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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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나 서양식 주택에 비해 살기 불편한 것으로 인식되었던 우리 전통가옥들이 요즘 사랑받고 있다. 고택체험이란 이름으로 평생 도시에만 살던 사람들이 조금 불편하기는 해도, 방문만 열면 그대로 자연을 접할 수 있는 한옥에서의 하룻밤을 꿈꾸고 있다. 최근 들어 이곳저곳에 숙박을 할 수 있는 고택들이 많이 늘었지만 휴가철이 아닌 비수기에도 예약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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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있는 송소고택도 그 중 한 곳이다. 이곳은 원래 조선 영조때의 만석지기였던 심처대의 7대손 심호택이 지었다고 전해지는데 심호택의 호를 따 지금은 송소고택으로 불린다. 이번에 송소고택, 보광사 등 청송의 여러곳을 유람하며 알게 된 사실 가운데 하나. 청송심씨가 조선시대 굉장한 명문 사대부 집안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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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심씨는 조선 세종의 정실부인이었던 소헌왕후를 비롯해 조선시대 500년 동안 왕비 넷, 부마 넷을 각각 배출했으며 정승 또한 무려 열 셋이나 나온 가문이다. 청송심씨의 시조는 고려시대 위위사승을 지낸 심홍부로 지금도 청송에는 청송심씨가 집성촌을 이루며 살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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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소고택을 찾았을 때는 청소가 한창이었다. 전날이 평일이었는데도 예약이 다 찾었나 보다. 대문옆 문간방부터 고택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별채까지 이불이 내걸리고, 진공청소기 소리가 요란하다. 손님들이 신었던 고무신이 정겹게 느껴진다. 검정고무신을 보니 어릴 적 생각이 저절로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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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송소고택은 대문 바로 옆에 붙어있는 행랑채와 큰 사랑채, 작은 사랑채, 안채와 별채로 이루어져 있다. 하룻밤 숙박료는 최저 4만원(행랑채)에서 18만원(별채)까지 다양하다. 안방과 작은 사랑채는 보일러 난방을 하고, 나머지 방은 장작불을 지피는 온돌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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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건축에는 문외한이지만, 우리의 전통 건축물들을 보면 하나같이 참 멋스럽다. 아름다운 처마의 곡선이며,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잘 조화되는 모습들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곤 한다. 땅 한평 가지지 못한 처지지만 나중에 조금 여유가 생긴다면 집은 전통한옥으로 지어야겠다는 생각도 가끔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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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별채에도 잠깐 들렀다. 원래 이곳엔 별당 아씨가 살았던 곳이 아닐까? 예전 같으면 금남의 집이었을 것이다. 별채 후원에는 사계절 푸른 대나무가 심어져 있고, 낮은 담장 너머에는 서서히 붉은 빛이 바래가는 감나무의 감들이 정겹게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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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음악회가 가끔 열린다고 한다. 얼마전에도 윤도현밴드의 음악회가 열렸었다. 가끔 열리는 행사를 위해 별채 뒷편으로 넓직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꽤 많은 인원이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아름다운 음악 선율에 깊어가는 가을밤을 만끽하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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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고택체험이라면 찌뿌둥한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온돌방에서 하룻밤을 보내는게 제격일 것이다. 입실은 오후 2시부터 가능하고, 퇴실은 다음날 정오까지다. 요즘 지어진 펜션처럼 객실별로 화장실과 욕실이 구비되어 있지는 않다. 당연한 말이지만 공동으로 이용하는 화장실과 세면실이 있다. 아침식사가 제공된다고 하니, 아침준비를 위해 부지런을 떨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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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에 불을 지피기 위한 장작들이 가득차 있다. 집주인도 아니면서 한 구석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장작더미를 보니 괜시리 마음이 부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든다. 예전엔 가을이면 산에 가서 겨울에 쓸 땔감을 지고오는게 산골마을의 중요한 일과였었다. 담벼락에 기대어 있는 지게가 눈에 띈다. 아마도 예전엔 저 지게에 땔감을 가득 채워 산을 내려왔을 거다. 어릴 적 보았단 외할아버지의 모습이 갑자기 떠오른다. 바로 얼마전 일처럼 익숙하게 느껴지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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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동안의 발걸음으로 송소고택을 제대로 보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적어도 하룻밤 정도는 묵어가면서 구석구석에 배어있는 역사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름난 고택이다 보니 외국손님도 많이 찾나 보다. 송소고택 담벼락에 붙어있는 플레카드의 주산지 사진이 인상깊어 카메라에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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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소문으로는 송소고택이 11월말부터 대대적인 수리에 들어간다 한다. 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면 송소고택도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고 손님을 맞을 것이다. 그때 이 송소고택을 찾아 장작불이 이글이글 불타는 아궁이에 감자며, 고구마를 구워먹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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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소고택과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얘기로 포스팅을 끝맺고자 한다. 대대로 엄청난 갑부였던 심부자집에 어느날 도적떼가 들었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듣고 집안 사람들이 모두 피신을 가고 안방마님이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었는데 한밤중에 도적들이 들어와 닥치는대로 부수고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이때 안방마님이 "훔치러 왔으면 물건을 가지고 갈 것이지, 왜 기물을 부수느냐'며 직접 열쇠를 가지고 가 광과 곡간을 열어주었다고 한다. 도적떼가 모두 한짐씩을 싣고 나가고 남은 돈으로 이 송소고택을 지었다고 하니 심부자의 재력이 얼마였는지를 말해주는 재미있는 일화라고 하겠다. 웹으로나마 송소고택을 둘러보고 싶으신 분은 홈페이지 (http://www.songso.co.kr/ )를 찾아보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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