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은 경북 청송군 안덕면 신성리 신성계곡에 있는 작은 정자다. 문헌에 따르면 조선시대 중기의 학자인 조준도가 낙동강 상류의 길안천 신성계곡 절벽위에 세었다 하는데, 조준도의 호를 따 방호정(方壺亭)으로 불린다. 조준도의 효성이 지극해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광해군 11년(1619년)에 세웠으며, 처음에는 정자의 이름도 어머니를 그린다 하여 사친(思親), 풍수당(風水堂)으로 불렸다 한다.
방호정에는 방호문집의 판각이 보관되어 있고, 1984년에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51호로 지정되었다. 방대강당 앞 뜰을 거니노라면 그 옛날 선비들이 모여 학문을 논하고, 풍류를 즐기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담장 너머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감의 붉은빛이 가을햇살을 받아 더욱 붉게 빛나 보인다.
청송군 관광안내지도에서 방호정과 신성계곡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을만큼 이 지역에선 유명한 곳이다. 특히 방호정이 위치해 있는 신성계곡은 청송8경중 한 곳으로 지정될만큼 경치가 빼어나다. 신성계곡은 풍부한 유량과 넓은 자갈밭, 하류의 기암괴석과 소나무숲이 어우러져 특히 여름철이면 행락객들로 넘쳐나는 곳이기도 하다.
근처를 지나면서 방호정 얘기는 많이 들었기에 어떤 곳일까 기대가 컸었다. 물론 계절 탓도 있겠지만 단풍도 모두 져 조금은 황량해 보이는 10월의 신성계곡과 방호정은 조금 실망감을 안겨줬다. 계곡의 물도 거의 말라있었고, 무엇보다도 눈에 거슬리는 것은 방호정을 건널 수 있게 만들어놓은 거대한 철제 교량이었다.
주위의 아름다운 풍광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교량으로 인해 방호정과 신성계곡의 멋스러움도 제대로 빛을 내지 못하는 것 같다. 아마도 에전엔 그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을 것이고, 강 건너편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튼튼한 다리를 만드는 것이 더 우선순위에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차피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판단하기 마련이다. 큰 수해를 겪었던 사람들에겐 아름다움이고 뭣이고, 우선은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튼튼한 다리면 족했을 것이고, 방호정과 신성계곡의 명성만 듣고 기대를 품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이 다리는 볼썽사나운 것일 수 밖에 없다. 한여름의 신성계곡과 방호정은 분명 다른 느낌일 것이다. 그 느낌을 맛보기 위해서 내년 여름 방호정을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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