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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똑딱이와 함께 한 토요일 아침의 대구 수목원 산책

by 푸른가람 2011.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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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잠이 워낙에 많은 편인데 이상하게도 이날은 일찍 눈에 떠지더군요. 사흘간의 황금연휴(?)의 첫날을 무의미하게 보낼 순 없다 싶어 달콤한 잠의 유혹을 뿌리치고 채비를 차렸습니다. 막상 나오긴 했는데 마땅한 행선지가 떠오르질 않더군요. 전에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곳을 가보고 싶었지만 늘 찾는 곳은 한두시간 이내인 것 같습니다.



우선은 가까운 대구수목원으로 향했습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보니 대구수목원이야 수없이 자주 다녀본 곳이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에 부지런을 떠는 경우는 처음이었으니까 색다른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들더군요. 마침 3년만에 다시 영입한 똑딱이만 하나 들고 발걸음도 가볍게 수목원 구석구석을 걸었습니다.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이른 시간에 수목원으로 운동나온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표정에서, 걸음걸이에서 여유가 느껴지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저 역시도 크고 무거운 DSLR을 내려놓고, 의욕을 쫓지 못하는 사진 실력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 무게를 느낄 수 없는 똑딱이 카메라에 담겨진 모습들도 다 똑같은 풍경일테니까요.



확실히 지금 시기는 활짝 피어난 야생화를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한여름의 수목원을 대표하는 원추리꽃이 그래도 군데군데 피어 관람객들을 반겨주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가을의 전령사인 국화과의 수많은 꽃들이 원숙한 자태를 뽐내 줄 겁니다. 그때쯤이면 대구 수목원도 한창 더 풍성한 모습일테지요.





한여름의 녹음이 절정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다소 어울리지 않는 표현같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 기나긴 여름도 계절의 순환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겁니다. 온통 푸른 빛 속에 붉게 피어난 배롱나무꽃의 빛이 그래서인지 더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그 색채 만큼이나 강렬한 배롱나무의 생명력을 본받고 싶어지네요.


LX3로 찍은 사진의 결과물 자체야 그보다 비싼 DSLR에 비할 바는 아닐 겁니다. 기대치를 낮춘 덕분인지 '그래도 똑딱이가 이만하면 됐지 뭘 더 바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예전보다 마음이 편합니다. 아직은 뷰파인더가 아닌 액정을 통해 피사체를 봐야 한다는 것이 여전히 어색하긴 하지만 또 곧 적응이 되겠지요. 이 작은 녀석과의 동행이 오래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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