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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흙먼지 날리며 병산서원을 다녀오다

by 푸른가람 2011.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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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병산서원에 다녀 왔습니다. 이곳 역시 언제 찾아가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그런 곳입니다. 하회마을로 들어서는 길을 지나 낙동강변 쪽으로 좀더 들어오면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길이 시작됩니다.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는 그런 길입니다. 차라도 한대 지나갈라치면 온통 흙먼지가 풀풀 날리는 요즘같은 세상에선 쉽게 만나기 힘든 길이기도 합니다.




처음 병산서원을 찾았을 때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기도 했었지요. 그때는 포장되지 않아 울퉁불퉁하기만 한 이 길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인 병산서원 가는 길이 고작 이 정도라니. 하루빨리 포장작업을 하도록 안동시에 건의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몇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은 또다른 마음입니다.




옛 모습 그대로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이 길로 들어서면 마치 수십년 전 세월로 되돌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합니다. 낙동강 물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면 유서깊은 병산서원을 만나게 됩니다. 병산서원 입구를 가득 채우고 있는 배롱나무가 붉은 꽃을 피울 때면 이 곳은 또다른 풍경을 선사할 겁니다.


복례문을 들어서면 병산서원의 상징과도 같은 만대루가 눈에 들어 옵니다. 병산서원을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이곳 만대루에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꿈같은 휴식의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지금은 이곳에 오를 수가 없습니다. 안전상의 문제로 지난해인가 부터 만대루 출입이 금지되었기 때문이지요.




아쉬운 일입니다. 만대루에 올라보지 못했다면 병산서원의 참다운 멋을 제대로 느꼈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빨리 정비를 마쳐 다시 관람객에게 그 편안한 쉼터를 제공하게 됐음 좋겠습니다. 병산서원을 떠올리면 저는 항상 이 만대루 기둥에 기대 불어오는 시원한 강바람에 더위를 식히던 여름날의 추억과, 배롱나무꽃 만개한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찬 그때의 기억들이 떠오르곤 합니다.





세월은 무심하게 흐르고, 그 세월을 따라 사람들은 변하겠지만 언제든 이곳은 변함없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줄 테지요. 그래야만 할 겁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구분 없이 흙먼지 날리는 시골길을 아무 불평없이 달려 병산서원을 찾는 이유는 늘 변함없는 편안함으로 우리를 맞이해 줄 것임을 믿기 때문일 겁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 늘 변하지 않는 소나무 같은 존재가 하나쯤 있어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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