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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안압지에서 만개한 연꽃을 만끽하다

by 푸른가람 2011.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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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압지는 봄날 저녁의 야경이 일품이다. 여러 경주관광 관련 사이트나 안내 팜플렛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안압지의 야경 사진은 그 자체로도 황홀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지만 그 진정한 멋을 제대로 만끽하려면 바람이 고요하게 자는 봄날 저녁에 안압지를 찾아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해가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기 전에 안압지 구석구석에 있는 좋은 야경 포인트를 잡고 서서히 사라져가는 빛과 하나둘씩 켜지는 인공의 불빛들이 절묘하게 조우하는 모습을 만나보는 것은 참으로 감동스런 경험이 될 것이다. 그저 눈으로 보고 가슴에 담아두는 것 보다는 사진 한장으로 남겨두면 시간이 지나도 언제고 이날의 감흥을 다시 떠오릴 수 있어 좋을 것이다.




그에 못지 않은 것이 안압지의 연꽃이다. 엄밀히 얘기하자면 안압지가 아니라 주변에 인공적으로 조성해 놓은 연꽃밭이 만개한 풍경이 또한 경주 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원래 연꽃은 경주 서출지가 예전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명소였지만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고자 하는 경주시의 노력이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봄이면 첨성대와 반월성을 희고 노랗게 물들이는 벛꽃과 유채꽃의 향연이 한바탕 펼쳐진다. 원래부터 있었던 것은 벚꽃 뿐이었지만 그 너른 자리에 봄이면 유채꽃을 심고, 가을이면 금계국과 코스모스가 그 빈자리를 채운다. 원래는 논이었던 안압지 주변의 넓은 땅들에는 몇해 전부터 연꽃들이 주인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물 반, 꽃 반으로 붉고 흰 탐스러운 연꽃들이 가득한 길을 걷노라면 내 마음도 절로 풍성해지는 것 같다. 불가에선 진흙탕처럼 더러운 곳에서 피어나는 연꽃을 귀히 여긴다. 아마도 저 진흙탕 보다 더러운 인간 세상 속에서도 때묻지 않고 주변의 본보기가 되는 연꽃같은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이 그 속에 들어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거금 1,000원이라는 입장료를 내고(예전에는 경주시민의 입장이라 무료입장이 가능했었다) 들어가 본 한낮의 안압지 풍경은 밤보다 훨씬 못했다. 통일신라시대 모습을 복원했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현대적인 모습이라 천년의 세월을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사진을 보니 금방이라도 쏟아부을 것처럼 먹구름이 불어닥쳐 서둘러 안압지를 떠나야 했던 그날이 떠오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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