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23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책장을 넘기니 작은 스티커가 눈에 띈다. 생신을 축하합니다. 2009년 10월 OOO 이라고 적혀 있다. 햇수로 2년이 된 책인데 우연찮게 이번에 손에 잡힌 덕분에 짬짬이 시간을 내 다 읽게 됐다. 우리 사무실에서는 매년 생일마다 책을 한권씩 선물로 주곤 하는데 2009년 생일 선물로 내가 이 책을 골랐던 이유가 잘 생각나지는 않는다. 솔직히 어런 류의 책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자기계발 혹은 인생의 지침이 되는 책들은 왠지 잔소리처럼 들린다. 누구나 다 아는, 도덕 교과서에 나올만한 이야기들을 반복하는 것이 내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살다보니 또 어떤 때는 이런 이야기도 필요할 때가 있다. 머리로는 다 이해되는 것들이지만 마음이.. 2011. 4. 6.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꾸다 추신수라는 이름은 내게 참 익숙하다. 나 뿐만 아니라 야구를 왠만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다들 그렇겠지만. 20년 동안 치고 달리고 던지고, 온통 야구에만 푹 빠져 살던 부산 사나이 추신수가 이번에 책을 펴냈다. '오늘을 즐기고 내일을 꿈꾸다'라는 제목의 이 책은 추신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보통 사람들의 인생이 그러하듯 그 속에는 화려했던 영광의 기억도 있을 것이며, 홀홀단신 미국으로 떠나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며 고통스러웠던 시절의 아픈 기억도 있다. 지금에 와서는 이렇게 글을 통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사실 그동안 만리타향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에 홀로 견디며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뚜벅뚜벅 걸어왔을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감히 얘기할 순 없을 것 같다. .. 2011. 4. 6.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서른 살. 참 묘한 나이다. 인생에서 30이란 숫자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 무렵에 괜시리 마음이 서글프지고 했던 기억이 난다. 대학을 다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 후 졸업을 하고 취업을 해 세상살이에 발을 들여놓는 시기가 이십대 후반 무렵이다. 이를테면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시기라고 봐야 할까.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라는 책을 지은 김동영이란 사람 역시 나이 서른에 무모한 미국 여행을 떠난다. 음반사에 취직해 공연 기획을 하다 가수 매니저로, 작사가로 다양한 활동을 하던 그는 방송작가로 일하던 방송국에서 "이제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새로운 일자리를 알아보느라 분주하거나, 혹은 좌절.. 2011. 3. 25.
참 서툰 사람들 - 박광수 카툰 에세이 한때 광수생각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었던 박광수가 5년만에 쓴 카툰 에세이. 박광수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까지 찍었다. 원래 만화가 인데다 글쓰는 재주까지(엄청난 문장력이 아니라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지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젠 새로운 장르인 사진에까지 도전장을 냈나 싶어 특히나 사진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됐다. 글쎄..사진들은 제목처럼 서툴지는 않다. 그 어떤 사진 전시회에 걸릴 작품들에 어울릴만한 것들은 아니지만 일상의 느낌을 잘 담아낸 것 같다. 나만의 느낌인 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진들은 외롭고 애잔해 보인다. 일년도 훨씬 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와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사랑하고 헤어지는 이야기들, 공감할 수는 있어도 가슴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던 그 이야기들이 지금은 구구절절히.. 2011. 3. 23.
당신의 아프리카에 펭귄이 찾아왔습니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향하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게로 향하는 것입니다. 그가 물으면 나는 대답합니다. 여행아, 네게로 갈게. 남아프리카 공화국. 우리는 흔히 줄여서 남아공이라 부른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게 얼마나 될까. 케이프타운, 요하네스버그 같은 도시 이름이나 아파르타헤이트와 넬슨 만델라라는 이름 정도가 다가 아닐까 싶다. 아~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 남아공 출신의 아가씨가 나왔던 기억도 난다. 나라 이름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니 당연히 아프리카에 있겠지만 이상하게도 이 나라는 정통(?) 아프리카 국가가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적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진 사막, 사자와 코끼리와 지배하는 초원으로부터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 2011. 3. 22.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한편의 드라마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또 다른 드라마 한편으로 그는 일본에 한류 바람을 일으키며 동아시대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 그가 일본에서 열렸던 한 기자회견장에서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혹시 추천해 주고 싶은 한국의 여행지나 명소가 있는가...이 질문에 그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고 이 일이 그가 우리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결국 이 책을 쓰게 된 연유가 되었다. 서툴지만 진지하고 싶었던 여행의 기록이라고 적혀 있다. 참 마음에 드는 글이다. 우리 고유의 문화를 외국사람들에게 자랑스레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네 문화라는 것은 우리가 공기를 호흡하고 살듯 자연스럽게 접해 왔던 것이었을 뿐, 공부하고 깊이 성찰해 볼 대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류 스타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 2011. 3. 20.
성공과 좌절 - 노무현 대통령 못다쓴 회고록 한참 전에 읽었던 책을 무심코 꺼내 읽게 된다. 1년 반의 시간만큼 느낌도 확연히 다르다. '성공과 좌절'은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쓴 회고록이다. 퇴임 이후 고향 봉하마을로 내려간 후 행복한 전직 대통령의 삶을 살던 그는 2009년 5월 23일 어느 평온한 아침 마치 거짓말처럼 우리 곁을 떠나갔다. 참여정부 5년을 되돌아 볼 때 분명 성공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 그 어떤 정권도 완벽한 성공이란 있을 수 없으며, 아무리 못난 지도자라 해도 완벽한 실패라고 혹평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 책에서 실패와 좌절의 기억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녕 그가 쓰려던 회고록은 이런 글이 아니었겠지만 글쓰기 좋아하고 토론하기 좋아했던 그의 회고록은 결국 다른 사람들의 손에 의해, 그들의 기억을 빌려 빛을.. 2011. 3. 19.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후불제 민주주의 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 - 본문 중에서 유시민이라는 사람은 까닭없이 미움을 많이 받는다. 받았다는 과거형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는 말이다. 그에 대한 메이저 언론들의 비난과 조롱은 참여정부가 막을 내린 이후에도 계속됐다. 차라리 그가 대구에서 출마한 총선에서 낙선한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왜 보수 언론들은 유시민을 가만 놔두지 않는 걸까? 물론 그 중에는 유시민 본인이 그 논란을 자초했던 부분도 많았다고 봐야 한다. 기존의 관행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좇아 행동하는 것은 기존 정치인들의 행태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마.. 2011. 3. 17.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죽었다 깨어나도 자신없는 게 의사라는 직업이다. 하긴 그럴 실력이 안돼서 엄두도 못내겠지만..개인적으로 되돌아보니 나 역시도 병원생활을 꽤 여러번 한 기억이 난다. 내가 입원했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고, 모두 가족들의 병간호를 위해서였다. 특유의 병원 냄새는 지금도 여전히 거북스럽다. 병원생활을 오래 해 본 사람들은 다들 절실히 느낄 거다. 건강이 최고다는 말이 얼마나 뼈저리게 느껴지는 지를 말이다. 특히나 완치의 가망이 없는 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혹은 죽음을 예정하고 남은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병원은 어쩌면 지옥과도 같은 곳일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런 곳에서 아픈 사람들과 함께 병마와 싸워가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한 의사 선생님의 글이 이처럼 따뜻하게 느껴지는.. 2011. 3. 17.
목요일의 루앙프라방 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나라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고상한 프랑스 느낌이 난다. 어느 유럽의 고풍스런 도시가 아닐까 상상했었는데 아니었다. 루앙프라방은 인도차이나 반도 내륙에 자리잡고 있는 라오스 제2의 도시란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2의 도시라고 하지만 전체 인구가 4만에 불과하고, 시내에 상주하는 인구는 겨우 8천명이라고 한다. 인구 4만의 도시가 제2의 도시라니 잘 믿기진 않지만 정말이란다. 백과사전을 검색해 봐도 그렇게 나오니 믿을 수 밖에 없다. 또하나 빠뜨리면 안될 사실은 이 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화 유적지라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 1위로 뽑혔다고 하니 작가 최갑수가 그 매력에 푹 빠질만도 하다. 그 도시가 가.. 2011. 3. 13.
파페포포 안단테 - 지금의 내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말은 조금은 느리게 우리시대 최고의 카투니스트 심승현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파페포포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 파페포포 안단테다. 이 책을 읽은 지도 벌써 이년이 가까와진다. 이 책이 새삼 생각났던 이유는 뭘까? 지금 내 삶에 안단테가 필요해서가 아니었을까. 일이 안풀려 조급해 질 때마다, 사소한 일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괜히 화가 날 때마다,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을 때도 생의 한복판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내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말은 조금은 느리게, 안단테, 안단테..... 이런 스타일의 책을 좋아한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정을 잘 전달하고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는, 그리고 뭔가 큰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잊고 살아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일깨워 주는 책들이 고맙다. 책을 읽으면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부터는.. 2011. 3. 12.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못 가본 길이 아름답다'는 제목의 이 산문집은 박완서님의 마지막 에세이다. 최근의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고 있는 제1부 내 생애의 밑줄, 2008년에 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서평을 모은 제2부 책들의 오솔길, 김수환 추기경, 박경리 작가, 박수근 화백 등 그가 인연을 맺고 살았던 세 분에 대한 이야기인 제3부 그리움을 위하여로 나누어져 있다. 책머리에서 그녀는 생애의 마지막에서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 행복하다 썼다. 글쓰기는 어려울 때마다 엄습하는 자폐의 유혹으로부터 그녀를 구했고,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시켜 주었다고 하니 하늘나라로 떠나셨어도 그곳에서 여전히 원고지에 만년필을 끄적이고 계시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이 책에 끌리게 된 건 아마도 제목이 주는 힘이 컸을 것이다. 못 가본 .. 2011. 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