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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목요일의 루앙프라방

by 푸른가람 2011.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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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어느 나라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고상한 프랑스 느낌이 난다. 어느 유럽의 고풍스런 도시가 아닐까 상상했었는데 아니었다. 루앙프라방은 인도차이나 반도 내륙에 자리잡고 있는 라오스 제2의 도시란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2의 도시라고 하지만 전체 인구가 4만에 불과하고, 시내에 상주하는 인구는 겨우 8천명이라고 한다.

인구 4만의 도시가 제2의 도시라니 잘 믿기진 않지만 정말이란다. 백과사전을 검색해 봐도 그렇게 나오니 믿을 수 밖에 없다. 또하나 빠뜨리면 안될 사실은 이 루앙프라방이라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화 유적지라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도시 1위로 뽑혔다고 하니 작가 최갑수가 그 매력에 푹 빠질만도 하다.

그 도시가 가진 매력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루앙프라방은 이삼일 정도면 웬만한 곳은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은 도시인데도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루앙프라방을 떠나는 것을 아쉬워 한단다. 왜 사람들이 그곳을 떠나는 것을 주저하게 될까. 작가는 그곳에서 석달째 머물고 있는 캐나다인에게서 그 비밀을 대신 들려주고 있다.


"아마도 이곳에서 시간의 실체와 마주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언제 시간과 진지하게 마주한 적이 있을까. 우리는 시간 앞에 옹졸했고, 급했고, 주저했고, 불안했고, 고독했지. 하지만 그들은 루앙프라방에 와서 비로소 시간이 어떻게 느리게 흘러가는 지를 알게 된 거야. 시간을 소비하는 진정한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거지."

시간을 소비하는 진정한 라이프 스타일. 멋진 말인거 같긴 해도 내겐 아직 실체가 손에 잡히지 않는 얘기인 것 같다. 時테크 라는 단어가 나온 지도 벌써 오래 전이다. 이미 시간도 돈으로 이해되고 있는 사회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소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즐긴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 거 같지는 않다. 아마도 그곳이 루앙프라방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을 지도.

최갑수는 이 책에서 골목에 대한 그만의 집착을 얘기하고 있다. 여행을 만끽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골목을 걷는 것이라고 써놓았다. 아름다운 골목과 만났을 때 하염없이 걸어서 모퉁이를 돌아 골목 끝으로 사라지는 순간,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나게 될 누군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행복 같은 건 애초부터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어.
우리가 사랑하는 것만큼 우리는 사랑받지 못했고
별자리는 내가 손닿을 수 없는 곳에서만 아름다웠으니까.
우리는 생활 앞에서 언제나 난처했고
우리가 잘 살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으니까.
뜨겁던 청춘은 지나가버렸고
버스는 손을 흔들어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지.
더 슬픈 건 청춘에 대해 미련이 없다는 것.
떠나간 버스를 아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

하지만 어떡해? 다시 길을 나서는 수밖에.
마치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는 듯
배낭을 꾸리고 신발끈을 동여맸지.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는 거야.

당신은 언젠가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고
별빛은 나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고
셍활은 언젠가 나를 안아줄 것이고
청춘......
그래, 청춘은 지나갔기 때문에
식어버려 재만 남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지.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버스를 기다리고 있잖아?

행복이 오지 않을 땐 우리가 그것을 만나러 가야지


"행복이 오지 않을 땐 우리가 그것을 만나러 가야지"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움직이게 한 글귀다.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 하지만 행복은 그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쉽사리 자신을 허용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행복이란 것의 실체가 뭔지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면 내가 그것을 만나러 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일주일 중 가장 힘든 날이 목요일이 아닐까. 피곤에 지쳐 무언가 휴식이 필요한 날이 바로 목요일일 것이다. 인생의 목요일에 우리 모두에게는 루앙프라방이라는 안식처가 필요한 법이다. 그리고 굳이 그곳이 비행기를 타고 몇시간을 날아가야 하는 인도차이나 반도의 한 도시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 인생의 루앙프라방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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