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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55

별 다섯 인생 - 물만두의 진실 또는 고백 책만 봐야 하는 인생. 지은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이렇게 정의했다. '별 다섯 인생' 이라는 이름의 책은 한 평생을 책만 보고 살아야 하는 운명을 살다 간 사람이 세상에 남긴 따뜻하면서도, 한편 가슴 저리게 만드는 이야기다. 그녀가 살았을 공간, 서로 부대끼며 사랑하며 살았을 가족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스라히 떠오르는 듯한 착각을 수없이 하면서 책을 읽었다. 알라딘에 나도 서재를 하나 가지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나름 책을 읽는다고 읽었지만 물만두 홍윤이라는 사람의 이름은 들어보질 못했었다. 책에서는 10년간 무려 1,838편의 리뷰를 올린 전설적인 서평 블로거로 지은이를 소개하고 있다. 매달 수백권의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한 리뷰를 올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나 역시도 잘 안다. 물론 스.. 2011. 12. 25.
가치있게 나이드는 연습 사람은 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고 있지 못할 뿐, 혹은 모르는 척 외면하고 있을 뿐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늙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자연의 순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늙는다는 것, 나이들어 간다는 것은 유행가 가사처럼 그저 서글프기만 한 것이어야 할까요. 아홉수라는 말이 있듯 유독 우리나라는 새로운 10년으로 넘어가는 매 순간에 민감해지곤 합니다. 30대로 넘어갈 쯤이면 누구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란 노래를 부르며 감상에 빠지곤 합니다. 저 역시도 그 무렵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20대에 대한 회한과 다가올 30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 휩싸였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인생의 황금기는 사실 30대가 아닐까 싶네요... 2011. 12. 25.
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골랐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익숙하지도,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던 주제였던 사주명리학에 관해 쉽게 풀어 쓴 라는 책을 쉬엄쉬엄 읽어 오늘에서야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350쪽이 넘는 분량도 분량이거니와 사주명리학의 뿌리와 유명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다 보니 이해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내용이 전문적이거나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주팔자나 정감록 얘기도 나오고 토정비결을 지은 이지함이라는 이름도 여러차례 언급된다. 이처럼 사주명리학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왔으며 지금도 최고 권력자에서부터 서민에게까지 깊에 뿌리내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도 우려하는 바와 같이 제대로 된 명리학자가 과연 얼마나 될 지는.. 2011. 12. 18.
여정 - 이상민의 여행산문집 내가 좋아하는 여행작가 최갑수는 '잘 지내나요 내 인생' 이후 신작 소식이 없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개정판에 실망을 하면서도 또 내 취향에 그만큼 잘 맞는 사람도 없는 것 같아 늘 기다리게 된다. 지금의 나처럼 누군가 나의 글과 사진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면 참 행복하고 좋을 것 같다. 여러 종류의 책을 읽어보려고 하고는 있지만 여행 에세이가 그래도 제일 편하고 또 끌린다. 긴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 아름다운 우리 땅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고, 그것들을 담은 사진이 있는 책은 언제 읽어도 좋다. 뭔가 읽을만한 새 책이 있나 싶어 찾아보다 발견한 것이 바로 '여정'이란 책이다. 이상민이라는 작가는 내게 생소하다. 경북 영덕의 강구에서 태어났고 스킨스쿠버를 하면서 시를 썼던 독특한 경력을 지난 여행작가인.. 2011. 12. 11.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 정호승 산문집 한참 전에 사 놓고도 이제서야 책을 다 읽고 손에서 놓게 되네요. 사람들의 평이라는 게 참 무섭습니다. 책을 읽기 전 무심코 인터넷에서 접한 부정적인 서평에 선뜻 손에 잡히지가 않았었습니다. 남을 탓할 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보단 "좋은 책이긴 한데, 식상한 느낌이 난다."는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짤막한 글 하나에 마음이 흔들린 저의 줏대없음이 문제였던 것이지요. 맞습니다. 좋은 책이긴 한데, 그 내용을 보면 조금 식상한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삶에 힘이 되어주는 말들이란 것이 어떤 건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것들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드는 생각입니다. 이 책은 아직은 마음에 조금의 여유가 있다거나 깊은 수렁에서 한걸음 빠져나온 사람들이 읽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 .. 2011. 11. 23.
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수천년 역사를 통틀어 난세가 아니었던 시절이 있었을까. 역사학자 김수영이 지은 '난세에 답하다' 는 책을 읽고 나서 문득 드는 의문이다. 에필로그에 따르면 책의 제목은 출판사 쪽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 하지만 저자 본인의 의식 또한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지러운 세상이 곧 난세다. 유사 이래 민초들의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힘들지 않았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가진 자들의 비리와 사회 구조적인 부조리로 갈등과 불화가 심화되지 않았던, 태평성대의 시기가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그 정도의 차이는 분명 존재했을 것이며 지금 이 순간도 국민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따른 엄청난 댓가를 치르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꿈과 희망과 이상의 기반인 믿음을 상실한 상태, 이것이 난세다. 사마.. 2011. 11. 14.
나무야 나무야 -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 해마다 생일이 되면 사무실에서 책을 한권씩 선물해 줍니다. 올해는 또 어떤 책을 골라보나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었는데 우연히 눈에 들어 온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우선은 라는 짧은 제목이 마음에 드네요.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라는 부제가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던 신영복 교수가 무려 20년 20일의 옥살이 끝에 1988년 8.15 특별 가석방으로 풀려난 후 사연있는 우리땅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느꼈던 감흥을 글과 그림으로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출감 이후의 첫 에세이집에 담겨있는 스물 다섯 편의 글에는 우리 역사에 대한 진지함이 묻어 나는 듯 합니다. 이 글이 연재되기 시작한 것이 1995년 11월이었고,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 1996.. 2011. 11. 13.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야___, 저 소리를 어떻게 사진으로 담아가는 방법은 없나. 이 짧은 한마디가 책을 덮고 나서도 한참이 지난 지금 이 순간까지도 마음을 울린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편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속 운문사 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운문댐 건설로 인해 수몰지역 철거가 한창 진행중이던 1992년에 운문사 인근의 한 중학교 교정에서 울려 퍼지던 브라스밴드가 텅 빈 대천리 마을 하늘에 장송곡 가락처럼 길게 퍼지던 그 장면이 그려진다. 내가 운문사 가는 길에 운문댐을 가 봤던 것이 불과 십수년 전의 일이었으니 미처 그보다 몇 해 전에 벌어졌던 가슴 아픈 역사를 알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저 원래부터 이 자리에 댐이 있었던 것이려니 무심코 보아 넘겼고, 푸르디 푸른 호수의 장관에 그저 시선을 빼앗겼던 그때의 무심함이.. 2011. 11. 5.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 잠언집 늘 책장에 꽃혀 있던 책을 무심코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제목이 참 마음에 듭니다. 행복하라. 이것은 말 그대로 명령입니다. 따라야만 하는, 그리고 따르고 싶은 절대자의 명령입니다. 지난 2010년 입적하신 법정 스님의 잠언을 류시화 시인이 엮은 이 책에는 가난한 우리의 영혼을 맑게 정화시켜 주고, 풍요롭게 만드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잠언이란 경계가 되는 짧은 말이나 가르쳐서 훈계하는 말을 뜻한다고 합니다. 이 책 속에는 법정 스님이 30년 넘는 긴 세월 동안 써 온 글과 법문에서 가려 뽑은 주옥같은 글들이 가득 합니다. 글을 읽을 때마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한편 한편 읽는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며 절로 반성하게 하더군요. 남들과 비교해 물욕이 넘치는 것 같지는.. 2011. 11. 3.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 남도답사 일번지 유홍준 교수는 이십년 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그 첫 권을 발간하면서 남도답사 일번지로 전남 강진과 해남을 소개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 그는 2권에서 전북 부안을 두고 남도답사 일번지로 많은 고민을 했음을 고백하고 있지만 내가 직접 가 봤던 느낌으로도 강진과 해남이 그 영광의 주인공이 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사실 강진과 해남이라는 땅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 주역이었던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역사에서 배웠던 바로는 조선시대 유배지 중 한 곳으로 이름을 남기긴 했지만 수천여년 민족사의 영광스런 중심에 서지 못하고 그저 변방에 불과했던 곳이었지만, 한편 그로 인해 지금껏 자연 그대로의 멋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사십년을 살아왔던 경상도 .. 2011. 10. 22.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6권 - 인생도처유상수 사진, 돌아다님, 오래된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일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초판이 나온 지 이십여년이 되어 가는 대표적인 베스트 셀러이지만 오랜 공백 끝에 제6권이 '인생도처유상수'라는 알듯 말듯한 부제를 달고 나왔다. 무엇보다도 우뚝 솟은 황매산을 배경으로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는 영암사터 쌍사자 석등의 모습이 시선을 이끈다. 그 오랜 세월을 비바람에 깎이고 씻겨나갔지만 그래서인지 더 애잔하고 더 정감이 가는 느낌이다. 석등과 석탑이 지닌 조형미도 말할 것이 없겠거니와 그 아름다움을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황매산을 차경으로 삼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간 날 때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덕분인지 책에 소개되어 있는 몇몇 곳은.. 2011. 9. 13.
산사의 숲을 거닐다 - 108 사찰 생태기행 전국의 이름난 사찰들을 찾아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절이 좋은 이유는 오래된 절집이 주는 안온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절에 이르는 아름답고 풍성한 숲길이 주는 상쾌함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명한 절집을 소개하는 책들을 검색해 보다 눈에 띈 것이 바로 '산사의 숲을 거닐다' 라는 이름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사찰생태연구가라는 다소 생소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 대표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찾아다닌 수많은 산사의 숲 가운데 108 군데를 고르고 골라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서문에도 나와 있듯 이 책은 단순히 절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글은 아닙니다. 우리의 자연을 사랑하고 산사의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경상도로부터 시작해 전라도,.. 2011.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