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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55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 대학교 다닐 적에 증산도 관련 책을 본 적이 있었다. 정확한 제목과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한(환)단고기나 규원사화를 근거로 단군신화 이전 우리 민족의 위대한 역사를 서술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 부터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역사 교과서에서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많았었다. 수천년 동안 그 세월만큼 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았으면서도 자주성을 잃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한 단일민족국가를 유지해 왔다는 것이 과거 우리 역사에 대한 학계의 자평이었으며 자긍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들어야 했던 이 말이 불행히도 기성세대의 우리 역사 인식의 수준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한편 안타깝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역사.. 2012. 2. 5.
그림에, 마음을 놓다 -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그림 한 점의 위로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 에세이라는 독특한 설명을 달고 나온 책이다.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그림 한 점의 위로라는 문구로 이 책의 지은이가 지향하는 바를 쉽게 유추할 수 있겠다. 요즘은 마음이 아픈 사람이 참 많은 가 보다. 베스트셀러는 물론 쏟아지는 새 책들을 봐도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치유해 주는 글과 사진을 담은 책들이 많은 걸 보면. '그림에, 마음을 놓다'라는 제목의 이 책은 그 심리치유 수단으로 그림을 내놓고 있다. 책의 구성은 흡사 몇해 전에 읽었던 최현주의 포토 에세이 - '두 장의 사진'과 많이 닮아 있다. Lost와 Found 라는 대비되는 포맷 속 명화들을 통해 사랑(사랑을 두드리다), 관계(타인에게 말걸기), 자아(잃어버린 나를 찾아서)라는 풀기 힘든 삶의 과제로 힘들어 하는.. 2012. 2. 4.
끌림 - 이병률 산문집 제목처럼 무언가 끌림이 있는 책이다. 오래 전부터 한번은 꼭 읽어보고 싶었었는데 다행스럽게 나와도 인연이 닿아준 것 같다. 이병률 시인의 첫 산문집 '끌림'은 그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10여년의 세월동안 50여개국을 여행하며 느꼈던 감성의 기록이다. 시인이라 글만 잘 쓰는 줄 알았더니 사진 솜씨도 기대 이상이다. 해외 여행에 관한 글보다는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하며 남긴 에세이들을 좋아한다. 그건 아마도 공감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이 책에는 또다른 이유의 '끌림'이 있다. 여행자의 발걸을을 따라 그의 눈동자를 빌려 내가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없는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느낌에 자연스레 끌리게 된다. 확실히 시인의 글은 뭔가 다르다. 시인의 산문은 시를 닮아 있다. 고등학교 시.. 2012. 2. 3.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두번째 읽는 책이다. 한번 읽었다고 해서 그 책의 속속을 다 기억할 수는 없는 법.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이라는 다소 이기적인 제목을 지닌 이 책은 내게 최갑수라는 사람을 알게 해 준 기분좋은 우연을 가져다 주었다. 아직도 그해 여름 희미한 불빛이 조용한 방안을 비추던 그 희뿌연 느낌 속에서 책장을 넘기던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하다. 왜 한번 읽었던 책을 굳이 다시 읽어보겠다 고집을 피웠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물론 마음에 드는 작가의 글과 사진을 만나게 해 준 고마운 인연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언젠가는 당연히 잊혀질 뿐일텐데 말이다. 이런 스타일의 에세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갑수의 글과 사진이 최고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저 미스테리한 일이라 여길 수 밖에. 최갑수의.. 2012. 2. 2.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 2012년 1월에 초판이 나온 따끈따끈한 최갑수의 신작을 드디어 만났다. 2009년의 어느날 마치 운명처럼 최갑수의 글과 사진을 만났던 것은 사실 우연이었다. 아직도 작은 스탠드에서 비치는 희미한 불빛 아래 책장을 넘기던 그날의 즐거운 떨림을 잊지 못하겠다. 그렇게 해서 나에게도 신간 출판 소식을 기다리는 작가가 한명 생기게 되었던 것이다.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는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여행의 기록이다. 첫 만남이 그랬던 것처럼 그의 스타일은 여전하다. 지금껏 그의 여행 에세이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읽어 왔지만 시간이 흘러도 '최갑수 스타일' 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그 익숙함이 편하기도 할 것이고, 한편 그런 이유로 지겨울 수도 있겠다. 당장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 있었지만 마냥 기다릴 .. 2012. 2. 1.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말하다 장하준 교수의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미처 다 끝내지도 못하고 다시 쥐어 들었던 책을 오늘에서야 완독했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은 지금껏 우리가 '진리' 혹은 '사실'이라고 알았던 것들의 허구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 혹은 국경을 초월한 기업들의 세계 경제지배의 논리적 기반이 되었던 자본주의의 위선은 말 그대로 '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 몇차례의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는 신자유주의 컴플렉스에 빠져있는 듯 하다. 이건 우리가 수세기동안 시달려왔던 의 위력 그 이상인 것 같다. 신자유주의는 되돌릴 수 있는 시대의 흐름이며 이데올로기적 대세인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 지구상의 모든 국가와 기업, 개인들까지도 모두 동일한 출발선상에 일렬로 서서 출발신호만을 초초하게 기.. 2012. 1. 29.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여전히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긴 하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모습을 사진으로 오롯이 담아두는 작업을 하고 싶다. 발 붙이고 살아가는 이 땅에 억지로라도 좀더 애정을 가지고자 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연고라고는 전혀 없는 대구에 정착해서 꽤 오랜 세월을 살아 왔지만, 그래서인지 대구라는 도시 자체에는 솔직히 별로 애착이 가지는 않는 편이다. 서울이나 부산, 인천 등의 대도시에 비해 발전이 뒤쳐진다고 한탄한다 해도 수십년 전의 모습에 비한다면 2012년의 대구 역시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가장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데다 각종 사고로 인해 부정적 인식이 강하게 덧씌워져 있는 도시가 또한 대구다. 그 좋지 않은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에게 그동안 가려져 있던 대구의 본모습을 .. 2012. 1. 29.
인생의 낮잠 - 사진, 여행, 삶의 또 다른 시선 낮잠이란 단어는 자연스레 여유로움과 나른함을 불러오는 듯 하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부채질 속에 무더위를 잊을 수 있었던 낮잠의 기억이나 지독스럽게도 더웠던 1994년 여름 강원도에서 보냈던 군대시절의 꿈처럼 달콤했던 오침시간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여름 무더위 보다 몇배는 더할 인생에도 이런 달콤한 낮잠을 한숨 자줘야 하지 않을까. '인생의 낮잠'은 두번째 읽게 되는 후지와라 신야의 에세이다. 얼마 전에 란 책을 읽고 난 느낌이 너무 좋아서 다시 그의 책을 찾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전문 여행가이자 사진작가인 후지와라 신야가 CREA라는 일본 여성지에 연재했던 여행과 사진에 관한 서른여섯 편의 글을 한권의 책으로 묶어 펴 낸 것이다. 사진, 여행, 삶의 또 다른 시선이라는.. 2012. 1. 26.
책, 세상을 탐하다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책벌레 스물아홉명의 열렬한 책에 대한 사랑과 예찬이 여기에 담겨 있다. 공부벌레, 일벌레, 책벌레..재미있는 단어의 조합이다. 나는 분명 감히 책벌레의 범주에 속하지는 못하지만, 그리고 책벌레까지 되고 싶진 않지만 보다 많은 좋은 책들을 읽고, 갖고 싶은 욕망은 크다. 어린 시절부터 책읽는 것을 좋아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집에 그리 책이 많지는 않았고, 도서관을 찾아가서까지 책을 파고들만한 열정과 용기는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어느 곳이든 근처에 책이 있으면 펴 들고 보는 걸 좋아했었고, 큰 집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값비싼 가구나 전자제품 보다는 책이 가득한 집을 부러워 했었다. 물론 지적 허영을 채워주기 위한 장식용 책은 말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책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는 것 같.. 2012. 1. 15.
철학으로 읽는 옛집 일단 제목에서부터 눈길이, 마음이 이끌리는 책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오래된 우리 옛집들이 지난 아름다움과 가치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나를 위한 책이었다고 밖에. '집짓는 시인' 함성호가 쓰고 유동영이 사진을 찍은 '철학으로 읽는 옛집'이란 책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학자들의 집과 그 속에 담겨져 있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설명해주고 있다. 굳이 철학이라고는 했지만 사실은 유학의 좁은 틀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쉽기는 하다. 하긴 유학, 그 중에서도 성리학을 빼고 우리의 철학을 얘기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긴 하겠지만 노론 300년이 지배한 역사 탓에 사상과 학문, 철학의 스펙트럼이 다양성을 띠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우리 역사의 또다른 아픔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회재 이언적의 독락당을 시작으로 조선.. 2012. 1. 14.
유홍준의 국보순례 - '나라의 보물'을 순례하는 마음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뒤늦게 읽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오래된 것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가슴 속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예술작품들을 제대로 느끼고 감상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저 관심을 갖고 유심히 살펴보는 노력만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과의 대화'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테지요. 그래도 믿어 보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이 짧은 글귀가 마치 정수리를 뚫고 지나는 것처럼 선명한 울림을 안겨 주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비록 문외한에 불과한 사람이지만 보고 또 보고, 열심히 공부하고, 좀더 느껴보려 애쓴다면 분명 오늘보다는 밝아진 눈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 봅니다. 유홍준 교수는 이 책을 '나라.. 2012. 1. 3.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 - 말하지 않는 것과의 대화 제6권 '인생도처유상수'를 처음으로, 거꾸로 시작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느지막히 읽어보기도 이제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다. 앞서 읽었던 세권의 책들도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3권에 담겨 있는 우리 땅 구석구석의 문화재들은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들이었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경주나 수없이 많이 접했던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의 문화재들에서는 정겨움과 반가움마저 진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으며 가장 아쉬웠던 것은 '백제의 미소'라고 불리우는 서산 마애삼존불을 아직 보지 못했던 것이다. 서산 마애삼존불의 부처님들은 보통의 불상에서 느껴지는 근엄한 절대자의 모습 보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의 모습이다. 삼불 김원용 선생은 그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거대한 화강암 위에 양각된 이 .. 2012.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