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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같은 이름, 전혀 다른 분위기의 경주 대흥사

by 푸른가람 2011.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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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대흥사라는 이름으로 검색을 해 보면 전국 여러 곳에 있는 절들이 나오지만 경주 대흥사는 그곳에 없다. 아마도 추측컨대 대흥사라는 절 자체의 역사가 짧은서가 아닐까 싶다. 대흥사가 속해 있는 염불종이란 종단 자체도 1991년에 설립되었으니 올해로 만 20년을 맞게 되었다.


바로 전에 소개한 해남의 대흥사와 많이 비교된다. 역사와 절의 규모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또한 많이 다르다. 대흥사는 포항에서 영천으로 가는 28번 국도를 따라 가다 옥산서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좌측 편의 자옥산 언저리에 세워져 있다. 멀리서 봐도 돔 형태의 독특한 모양이 눈에 확 띈다.



들어가는 길이 좀 좁긴 하지만 주차장에 관광버스 몇대가 서 있는 걸 보면 오가는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높은 계단 위에 절이 자리잡고 있어 웅장한 느낌을 준다. 입구에서 극락보전까지는 108개의 계단을 밟아서야 오를 수 있게 되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108 번뇌를 말함일 것이리라.


대흥사 만의 독특한 분위기는 입구에서부터 느낄 수 있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라는 안내문구가 바로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흥사 경내에서 허용되지 않는 몇가지를 친절하게 열거해 설명해 주고 있는데 대략 이런 내용들이다. 반바지나 치마를 입어서는 안되고, 술을 입고 소란을 피워서도 안되고, 남녀가 손을 잡거나 팔장을 끼는 애정행각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외에도 몇가지가 더 있긴 한데 자세히 기억나진 않는다. 대부분이 수행도량인 절이라면 당연히 삼가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사찰을 찾는 사람들이 그 기본을 지키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것들이 많다. 술에 거나하게 취해 고성방가를 일삼거나 춤판을 벌인다는 것은 관광지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경건해야 할 절에서라면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대흥사는 그 기본에 충실한 것이지만 여타의 절과는 다른 분위기 때문에 사뭇 긴장하게 된다. 왠지 내딛는 발걸음 조차도 조심스러워 지는 느낌이랄까. 그 기본만 지켜주면 그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오롯이 대흥사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으니 관광객에 관대한 다른 절들도 이런 점은 좀 따라가는 게 좋을 듯 싶다.



최악의 황사 때문인 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풍경이 더욱 휘뿌옇다. 이 절의 기와는 모두 회색빛을 띄고 있어 색감이 독특한 분위기를 띈다. 극락보전 앞 너른 마당에서 주변을 둘러 보면 멀리 안강읍의 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사리탑의 모양 또한 독특하다. 외부에서 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기도 하다.


부처님 오신 날이 멀지 않아서인지 이 곳에도 수많은 연등이 경내를 가득 채우고 있다. 사방에 어둠이 깔리고 연등에 불이 켜지는 밤 풍경은 또다른 감흥을 안겨줄 것 같다. 처음에는 조금 두렵고 생소한 느낌이 들었던 대흥사를 다시 내려오는 길에 마주친 사천왕상의 얼굴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걸 보면 짧은 사이 대흥사의 독특한 분위기에 금방 적응이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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