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었다. 도동서원에 가기 전에 미리 알고 갔더라면 좀더 꼼꼼히 살펴보고 왔을텐데 아쉬운 생각이 든다. 도동서원의 강당, 사당과 이에 딸린 담장이 보물 제350호로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 담장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하니 다음에 갈 때는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사진 상으로 보면 멀어서 잘 구분이 가지 않겠지만 기와처럼 가로로 박아 넣은 것이 암키, 중간 중간에 있는 둥그런 기와를 수막새라 부른다. 수막새에는 별이나 꽃 모양이 그려져 있다. 암키와 수막새 아마도 순 우리말일텐데 느낌이 참 좋다. 담 하나를 두르는 데도 꽤나 정성을 들인 표시가 많이 난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리 낙동강 강가에 자리잡고 있는 도동서원은 조선시대의 이름난 유학자인 김굉필을 배향하기 위해 세워진 것이다. 1568년에 처음 건립될 때의 이름은 쌍계서원이었고 임진왜란때 소실되었다가 이후 중건된 후 도동서원이라는 사액을 받게 되었다.
도동서원을 찾았던 때에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지는 해를 등지고 있는 위치라 오후에는 사진찍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 도동서원은 전학후묘의 조선중기 서원건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입구가 무척이나 넓어서 시원스런 느낌을 준다. 수령 400년이 넘는 오래된 고목이 마당에 버티고 주인행세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도동서원을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수월루. 안동에 있는 병산서원 만대루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물길을 바라보는 느낌이 참 좋았는데 이 수월루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은 또 어떤 느낌일까. 자세히 살펴보면 이 도동서원도 낙동강을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 과거에는 꽤나 멋진 풍광을 자랑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이 서원 바로 앞 낙동강에서도 4대강 살리기 공사가 한창이다. 수백년의 시간 전에는 이곳의 모습이 어떠했을지 궁금해진다. 사람은 나고 또 죽지만 그저 자연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백년의 세월의 무게를 지지대에 기대어 버티고 있는 고목의 모습이 안스럽다. 그래도 봄이 오면 저 나무에도 어김없이 무성한 잎이 돋아 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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