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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다시 걸어보고 싶은 오대산 상원사 가는 길

by 푸른가람 2010.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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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든다. 지난번 월정사만 보고 돌아온 것이 마음에 걸려서 큰 돈(?)내고 상원사까지 올라갔다 왔는데, 그렇게 다녀온 상원사는 솔직히 성에 차지 않았다. 아마도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실망도 크지 않았나 싶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천년고찰다운 고풍스러움도 느껴지지 않았고 규모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동종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다는 상원사 동종이다. 상원사를 한번 가봐야지 했던 데에는 이 동종을 직접 보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다. 1962년 12월 20일에 국보 제 36호로 지정되었고 주조 연대는 신라 성덕왕 24년(725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래부터 이곳에 있었던 게 아니라 경북 안동누문에 설치되어 있던 것을 조선 예종때 왕명에 의해 이곳 상원사로 옮겨진 것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높이 167cm, 지름 91cm로 실제 보면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 종 소리가 맑고 깨끗하다고 하는데 직접 들어볼 기회는 없었다. 다음에 오게 되면 상원사 동종의 그윽한 종소리를 한번 들어보고 싶다.



상원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고도에 위치한 사찰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대산국립공원 입구에서 월정사를 거쳐 한참을 차를 타고 들어가서야 상원사를 만날 수 있다. 평창 이쪽이 원래 고도가 높은 땅이기도 하다. 평창을 오갈 때면  'Happy 700' 이라는 문구를 많이 보게 된다. Happy 700이란 인간이 가장 활동하기에 좋은 쾌적한 해발고도가 700m인데 평창군 일대가 바로 그기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산 높고 물 맑은 곳이 바로 평창. 그 가운데에서도 '삼재없는 명당'이라는 오대산의 품 속에 자리잡고 있는 상원사에 가는 길에는 오대천의 맑디 맑은 계곡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이르는 길이 약 7km라고 한다. 잘 정돈된 비포장도로가 두 절 사이를 연결한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이 유명하다지만 내가 보기엔 월정사에서 상원사 가는 이 길이 그보다 몇배는 더 아름다운 것 같다.


더위에 지치고 시간에 쫓겨 차를 이용하여 상원사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지만 돌이켜보니 그 아름다운 길을 오염물질 내뿜으며 굳이 차로 갈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도 든다. 휴가철이 한참 지났음에도 월정사와 상원사를 오가는 차들은 걸어다니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차량 두대가 교행할 수 있는 정도의 비포장도로를 따라 상원사 방향으로  가다보면 그 옛날 오대천 계곡을 따라 월정사와 상원사를 오갔던 길을 복원해 만든 오대산 옛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 길은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오대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전 직원이 동원돼 3개월에 걸쳐 복원됐으며 우리나라 전나무숲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월정사 전나무숲길에서부터 시작해 오대산장까지 총 5.9km 길이다.




차량과 사람이 뒤엉켜 다니는 탐방로와 달리 이 오대산 옛길은 대부분이 푹신푹신한 흙길로 조성되어 있고 중간중간에 안내해설판과 수목 표찰이 설치되어 있어 탐방객이 오대산의 역사문화와 생태에 대해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옛길에 두 곳의 쉼터가 만들어져 있어 상쾌한 공기 속에서 산림욕을 즐길 수도 있다고 한다. 오대산 계곡을 건너는 섶다리와 돌다리도 이 옛길의 명물이다.



자동차로 편하고 빠른 시간에 이동하긴 했지만 정작 이 오대산의 보물같은 길을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게다가 차를 타고 내려오다 스님같은 분(?)에게 순식간에 삥까지 뜯기다 보니 상원사에 대한 안좋은 기억만 남게 됐다. 하지만 이번이 끝은 아닐 거다. 다음에 찾아갈 때는 좀더 공부하고 준비해서 아쉬움이 남지 않는 완벽한 여행을 해보고 싶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오대산 옛길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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