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계절적으로야 비슷한 시기인데도 만항재 산상의 화원에서 느껴지는 서늘함과 상쾌함은 확실히 지난해와 달랐다. 해발 1,330m 정상의 숲에 들어서면 산 아래 동네에 비해 온도 차가 십여도 이상 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경보는 다른 세상 얘기처럼 들린다.
지금 피어 있는 야생화 종류는 많지 않지만 꽃쥐손이, 양지꽃, 노루오줌, 짚신나물 등 여름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모습이 말 그대로 '산상의 화원' 답다. 만항재 정상 뿐만이 아니다.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에 이르는 산길 전체가 꽃밭인 셈이다. 공원이나 수목원처럼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다보니 자연스러움이 물씬 풍겨난다.
매년 이 곳에서는 함백산 야생화 축제가 열린다. 올해도 7월 31일부터 8월 8일까지 야생화 등반대회, 사진 콘테스트, 함백산 1박 2일 야영체험, 고한시장에서의 문화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었다. 미리 축제 일정을 파악해 놓긴 하는데 이상하게도 해마다 야생화 축제 기간을 피해 만항재를 찾게 되는 것 같다.
한여름이라도 새벽녘에 만항재 정상에 도착하면 한기를 느낄 정도로 날씨가 서늘하다. 으스럼한 달빛을 받으며 이슬이 촉촉한 야생화들의 배웅을 받으며 함백산 정상으로 오르는 기분도 무척 상쾌하다. 물론 함백산 정상까지 차가 오를 수 있는 길이 있어 편하게 당도할 수도 있겠지만 함백산 달빛 야생화 산행은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추억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이 서늘하고 상쾌한 공기를 즐기며 몇날 몇일이고 머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곳에 있으면 세상의 잡다한 스트레스는 잊고 살 수 있을 것 같다. 언제 찾아 오더라도 고스란히 품어 안아줄 것 같은 함백산의 넓은 품 속, 파란 하늘엔 뭉게구름이 여유롭게 흘러가고 있었다. 제 스스로 피어난 꽃들의 향긋한 내음이 물씬 풍기는 만항재 산상의 화원에서 그렇게 잠시 머물며 마음을 씻고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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