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조루가 금환락지의 명당 터라는 얘길 들었었는데, 그 인근에 있는 곡전재라는 고택도 역시 금환락지의 명당터라고 한다. 좁은 땅에 뭐 이리 천하의 명당 터가 많은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1929년에 박승림이라는 사람이 건축하였고, 이후 1940년에 이교신이 인수해 지금 5대째 그 터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역사로 치자면 아직 100년이 채 되지 않았으니 전국의 그 유명한 고택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부농의 민가 형식으로 지어진 조선시대 후기 전통 목조건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3년에 구례군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지금은 고택관광자원화사업 대상으로 지정되어 안채를 제외한 건물들은 펜션으로 활용되고 있다.
곡전재는 입구에서부터 특이한 형태를 이루고 있다. 금가락지 모양을 만들기 위해 호박돌로 높게 담장을 쌓아 올렸고, 대문도 2층으로 되어 있어 일반적인 전통가옥에서 쉽사리 보기 힘든 모양이다. 대문을 들어서면 약간 일본풍이 풍기는 정원이 나온다. 아마도 일제시대때 만들어지다보니 내부 조경은 그당시 유행하던 형태를 따라가지 않았을까 짐작해 볼 뿐이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잉어를 키우는 작은 연못도 있고 찻집도 하나 있다. 어느 햇살 좋은 날에 춘해루에 앉아 세연지를 여유롭게 바라보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전통가옥이라 불편하긴 하겠지만 이런 곳에서 하룻밤 묵으며 두런두런 정다운 이야기를 밤새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이름난 명당의 한 곳인 강릉 선교장이 깔끔하게 잘 정돈된 공원같은 느낌이 났다면 이곳 곡전재는 말그대로 시골의 오래된 한옥 느낌이 난다. 깔끔한 맛은 덜 하지만 보다 자연스럽다고 해야 하나? 구례에 걸맞는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 자손 대대로 부귀와 장수를 누릴 수 있다는 명당터. 그렇게만 된다면 단 하룻밤이라도 명당터의 기운을 받아봄직 할 것 같다. 근처를 지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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