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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양준혁의 아름다운 퇴장? 웃기지 마!

by 푸른가람 2010.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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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올 것이 왔다. 이미 결정은 되었을테고 시기가 문제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보다는 빠른 시점에 발표가 된 것 같다. 불안한 동거를 하던 선동열감독과 양준혁은 이로서 '아름다운(?) 이별'을 하게 됐다. 지난 1997년 이만수선수 강제은퇴 파동과 같은 엄청난 후폭풍은 피할 심산이었겠지만 오산이다. 팬들이 구단과 선감독의 속내를 모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성 구단은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끝나고 후반기가 시작되는 7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준혁의 은퇴 결정을 알렸다. 보도자료에는 양준혁이 올시즌을 끝으로 18년간의 선수생활을 끝내기로 결정했으며 체력적인 문제는 없지만 팀의 리빌딩을 위해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자 이같은 결정을 하고 25일 의사를 구단에 전달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곧이 곧대로 보자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올시즌 초반부터 보여준 선동열감독의 선수기용 행태를 보면서 양준혁의 올시즌 행보가 불안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그의 기용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아직까지 1군에서 뛸 수 있는 충분한 체력과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베테랑을 갑작스럽게 은퇴 수순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

팀의 리빌딩과 젊은 선수들에게 좀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구단과 코칭스탭의 뜻이라고 한다. 물론 이해는 간다. 어차피 올시즌 5년간의 장기집권에 성공한 선동열감독으로선 이제야 슬슬 입맛에 맞는 자기 선수들로 팀을 꾸려 삼성왕조를 열어가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을 것이다.

감독 부임 첫해인 2005년과 2006년 연거푸 한국시리즈를 제패하고서도 감독의 역량보다는 워낙에 출중했던 선수 구성때문에 제 역량과 공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컴플렉스 때문인지, 혹은 과거 삼성의 프랜차이즈들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유달리 선동열감독의 선수 기용은 티가 나도 너무 났다. "나 너 싫다. 그러니 알아서 나가주라"는 노골적 표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야구장 밖의 팬들이 그렇게 느끼는 마당에 현장에서 늘 부대껴야 하는 양준혁에게 가해지는 심리적 압박감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이 간다. 자신이 나고 자랐던 연고구단 삼성에 1차지명을 받기 위해 백지수표 유혹을 군입대까지 마다않으며 이겨냈던 양준혁이기에 이번의 강제 은퇴는 그를 두번 죽이는 일이다.(이미 임창용과의 트레이드 파동으로 큰 상처를 입었었다)

신문 기사에 나오는 '아름다운 퇴장'이라는 단어를 보고 역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이미 나는 1997년 이만수 현 SK 2군감독의 강제은퇴 파동을 현장에서 겪으면서 삼성 구단의 몰염치함과 이중성을 느꼈기에 그다지 놀랍지도 않지만, 이번에는 그 수법이 너무나 치졸하다. 어쨌든 욕 안먹고 거추장스러운 삼성의 상징을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으니까.


지금까지도 선동열감독에 대해서는 호의적이지 않았었지만(물론 그 비판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본다) 오늘 양준혁의 은퇴 보도를 기점으로 열렬한 안티가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오늘 발표는 정말 충격 그 자체이고 팬심을 철저히 무시한 처사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좋다. 어차피 2위의 상승세도 타고 있고 관중동원도 기대 이상이니 만만해 보이는 걸 수도 있겠다.

어차피 선동열사단에게 점령당한 판에 절이 싫으면(엄밀히 말하면 절이 싫지는 않은데, 제멋대로인 주지가 싫다는 정도) 중이 떠나는게 순리겠지. 이로서 원년부터 시작된 삼성라이온즈를 향한 사랑도 끝나버릴 것 같다. 소중했던 많은 추억을 순식간에 잃어버리는 상실감이 너무 크다. 휴가 첫날.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이 쇼킹한 사건을 만들어준 선동열감독 앞날에 영광있으라~ 아름다운 퇴장? 웃기지 마라 그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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