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SK 13차전 리뷰 - 만년 기대주 차우찬의 재발견

by 푸른가람 2010. 7. 7.
728x90
10연승 행진 중인 삼성의 팀 분위기가 워낙 좋은 탓에 혹여 기대를 하긴 했지만 사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5이닝 2실점 정도면 만족할 수준이었습니다. QS 피칭만 해줘도 감지덕지였는데 이건 뭐 그냥 깜놀 피칭이네요. 무적에 가까운 SK를 상대로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구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덕분에 삼성도 파죽의 11연승 행진을 계속하게 됐습니다.

탈삼진을 8개나 기록했다는 것도 대단한 것이지만 더욱 고무적인 것은 볼넷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사사구를 하나 허용하긴 했지만 피안타도 4개에 불과할 정도로 전반적인 투구내용이 좋았습니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갖고 있으니 공의 위력 자체만을 놓고 볼 때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문제는 역시 제구력과 마인트 컨트롤에 있었습니다.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2006년 삼성에 입단한 차우찬은 매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뭔가 한번 사고를 쳐줄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즌 말미에는 늘 실망만을 안겨줬습니다. 공은 빠른데 제구가 되지 않는 전형적인 삼성형 불펜 파이어볼러 그 자체였지요. 지난 시즌에 드디어 6승 9패를 기록하며 많은 등판기회를 잡긴 했지만 평균자책점이 무려 6점을 뛰어 넘어 결코 안정감을 주는 믿음직한 투수는 아니었습니다.

좌완 파이어볼러에 대한 로망은 선동열감독이 차우찬을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였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선감독에 국한된 것은 결코 아니겠지요. 올시즌도 주로 불펜 요원으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기복이 심한 피칭은 여전했습니다. 좋을 땐 금방이라도 류현진, 김광현 부럽지 않을 것 같더니만 볼넷으로 자멸하는 나쁜 버릇이 나오곤 했지요.

윤성환, 나이트 두 선발투수가 선발진에서 이탈한 것이 차우찬에겐 또다른 기회의 무대를 제공해 준 셈입니다. 뗌빵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6월 27일 넥센전에서 차우찬은 이전의 그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6과 1/3이닝동안 4안타 3사사구로 1실점만을 허용하며 승리투수가 된 것입니다. 이날의 승리가 차우찬에게 부족했던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넥센전이 예고편이었다면 7월 6일 SK전은 그야말로 결정판이었습니다. 7이닝 무실점에다 시원시원한 탈삼진 퍼레이드까지 선사했습니다. 이제나 저제나 차우찬의 성장을 기다려왔던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준 셈입니다. 이제 바라는 것은 단 한가지입니다.그저 운좋게 한두경기 잠깐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를 이대로 유지해 주는 것이지요.

기복을 얼마나 줄이고, 가지고 있는 기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차우찬의 성공 가도를 좌우할 겁니다. 분명히 기회는 잡았습니다. 한단계 뛰어올라 팬들의 기대대로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가 될 수 있느냐 아니냐는 순전히 차우찬 그의 두 어깨에 달려 있습니다. 만년 기대주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떼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