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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롯데 12차전 리뷰 - 오늘은 양神이 끝내줬다

by 푸른가람 2010.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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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쁘네요. 이틀 연속 끝내기로 게임을 마무리 한 것도 기분 좋지만 그 주인공이 양준혁이라는 것이 참 고맙습니다. 선발 출장은 커녕 대타로도 나설 기회조차 없던 그에게 9회말 1사 1,2루 상황은 오히려 부담스러웠을 지도 모릅니다. 모처럼 맞은 기회가 무위로 끝났을 때 또 언제 출장 기회를 잡을 수 있을 지 알 수 없을테니까요.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도 베테랑의 경험과 놀라운 집중력으로 양준혁은 팀을 8연승으로 이끄는 귀중한 결승 타점을 기록했습니다. 양준혁이 1루 베이스를 돌며 주먹을 움켜쥐는 순간 덕아웃에서 코치들과 승리의 악수를 나누던 선동열 감독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역시 내 판단은 정확했어. 오늘 양준혁 컨디션이 괜찮아 보이더라구. 내일 경기에는 선발출장 시켜볼까" 이런 생각이었을까요? 혹은 "에이~ 괜히 대타로 내세웠어. 범타로 물러날 줄 알았는데 그때 끝내기 안타를 칠 게 뭐람. 또 팬들이 출장기회 안 준다고 징징대겠구만..." 하는 후회를 했을까요?

설마 후자는 아닐 겁니다. 아무리 선동열감독이 양준혁을 좋아하지 않고, 탐탁치 않게 여긴다 해도 팀 승리가 당연히 우선일 겁니다. 이런 삐딱한 생각까지 하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양준혁이 끝내기 안타를 치고 1루 베이스를 도는 순간 클로즈업 된 그의 얼굴은 부르르 떨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뭐라 그럴까요. 그동안의 울분을 토해내는 게 아닌가 싶어 참 안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아직 주전으로 뛸만한 충분한 기량을 갖추고 있는데도 벤치로 밀리고, 이제 대타 기회도 순순히 주어지지 않습니다. 한타석 한타석이 새로운 기록의 도전무대지만 기록 경신은 현재 상황이라면 언감생심입니다. 무턱대고 노장에게 출장기회를 보장해 달라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노장이든, 신인이든 실력대로 기용하자는 겁니다. 그게 그리 어려운 일입니까.

그깟 끝내기 안타 한방에 어울리지 않게 감격하는 양준혁을 보며 기쁜 마음이 드는 한편, 마음 한구석이 저려 오는 그런 밤입니다. 힘내세요, 양신! 그대가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량과 체력, 그리고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팬들은 당신을 응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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