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KIA 9차전 리뷰 - 차려준 밥상 걷어차버린 삼성

by 푸른가람 2009. 6. 7.
728x90
갈길 바쁜 삼성이 광주원정길에서 3연패를 안고 짐을 싸게 됐다. 당초 예상대로 전통의 라이벌 삼성과 KIA간의 맞대결은 흥행면에서 대박을 쳤다. 연일 만원관중이 가득찬 광주구장에서 KIA 선수들은 사라졌던 해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만큼 강했다.

히어로즈전 3연승의 상승세를 안고 호기롭게 KIA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선동열감독이 머쓱하게 됐다. 내심 3위 자리까지 욕심냈었지만 스윕을 당한 지금은 당장 4위자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안지만이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가 당장 선발투수 한자리가 비게 됐고, 타선의 집중력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금요일과 토요일 경기를 선발투수의 힘을 앞세워 연거푸 잡아낸 KIA는 선발 양현종을 내세워 시리즈 스윕을 노렸다. 양현종은 2회초 박석민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7이닝을 6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막아내며 두터운 KIA 선발투수진의 위력을 한껏 시위했다. 마무리 한기주가 9회초 동점을 허용한 탓에 시즌 6승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팀의 극적인 끝내기 승리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게 됐다.

삼성은 1:2로 뒤지던 9회초 채태인의 안타와 박한이의 2루타로 1사 2,3루 동점찬스를 맞았고, 결국 조동찬이 중전 적시타로 동점을 이루는데는 성공했지만 미숙한 주루 플레이 탓에 역전에는 실패했다. 박한이의 2루타성 타구가 이종범에게 잡히는 것으로 착각한 현재윤은 2루 베이스 부근에서 머뭇거리는 바람에 3루에 머물러야 했고, 조동찬의 안타 때도 2루주자의 스타트가 늦어 홈으로 쇄도하지 못한 것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답답하기만 한 삼성의 타선은 12회초 또한번 변비야구를 펼쳤다. 선두타자 강봉규의 볼넷과 양준혁의 안타, 박석민의 볼넷이 이어지며 삼성은 무사 만루의 대량득점 챤스를 맞이한다. 다음타자 최형우의 외야 파울성 타구때 KIA 좌익수 최용규의 본헤드 플레이가 나와 행운의 득점을 얻어내며 역전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1사 2,3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결국 패인이 됐다.

9회 2사부터 마운드에 올라 퍼펙트 피칭을 선보이던 오승환이 12회말 갑작스럽게 난조에 빠지며 삼성에 암운이 드려졌다. 선두타자 김상훈에게 풀카운트 접전 끝에 허망한 볼넷을 허용한 것이 불운의 전조였다. 김원섭의 행운의 안타가 터지며 맞이한 무사 1,3루 챤스에서 베테랑 이종범의 집중력이 한계투구수를 넘긴 오승환을 눌렀다.

평정을 잃은 오승환은 다음타자 김종국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결국 마운드를 내려왔다. 비록 시즌 첫 패전을 기록하긴 했지만 오승환을 욕할 수는 없다. 9회 2사부터 12회까지 그는 외롭게 KIA 타자들과 맞섰다. 누구나 12회까지는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선동열감독에게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었다.

또하나, 오승환을 탓하기엔 타자들의 무기력함이 너무 도드라져 보인다. 6월 5일 7차전때는 6안타 1득점, 6월 6일 8차전때는 5안타로 1득점했다. 도저히 이길래야 이길 수 없는 타선이다. 대오각성한 오늘 경기에서는 무려 14안타 4볼넷을 얻어냈지만 득점은 겨우 3점에 불과했다. 아예 안타를 때려내지 못해 2경기를 지더니, 마지막 경기에서는 주자를 모아놓고 홈으로 불러들여줄 해결사가 없어 무릎을 끓어야 했다.

이영욱의 삼진 판정에 대해 삼진이냐, 사구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8차전도 아쉬운 게임이었지만, 사실 오늘 9차전은 '줘도 못먹은' 게임이다. 상대 마무리가 블론 세이브로 마운드를 내려간 후 신인급 투수들을 상대로 경기를 매듭짓지 못한 탓에 오승환은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 써야 했고, 삼성은 또한번 4강 탈락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