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은 한국 야구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역사적인 순간과 잔인한 승부의 세계가 교차하는 기묘한 공간이었다. KBO 리그의 살아있는 전설, '국민 거포' 박병호의 공식 은퇴식이 열린 이날, 공교롭게도 그의 마지막 소속팀이었던 삼성 라이온즈는 키움 히어로즈에 0-2로 무릎을 꿇으며 끝을 알 수 없는 7연패의 늪에 빠졌다.
이날 고척돔은 경기 시작 전부터 뜨거웠다. 박병호는 KBO가 도입한 '은퇴 선수 특별 엔트리'를 통해 1루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첫 타석 직전 대타 임지열과 교체되며 실제 타석에 서지는 않았으나, 1,639일 만에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고척의 1루 베이스에 선 그의 모습만으로도 1만 6천 관중의 눈시울은 붉어졌다.

경기는 전설을 떠나보내는 헌사만큼이나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삼성은 신예 장찬희를, 키움은 우완 박준현을 선발로 내세웠다. 초반 기세는 삼성 쪽이 나쁘지 않았다. 삼성 타선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키움의 선발 박준현을 압박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지지 않는 고질적인 '응집력 부족'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0의 균형은 2회말 키움의 공격에서 깨졌다. 선두타자 최주환이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이어 타석에 들어선 베테랑 오선진이 장찬희의 초구 커브를 놓치지 않고 우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박병호의 은퇴를 배웅하는 후배들의 집념이 만들어낸 귀중한 선취점이었다.
이날 삼성 타선은 총 7개의 안타와 4개의 사사구를 얻어내며 키움(5안타)보다 더 많은 출루를 기록했다. 그러나 잔루 9개를 남기며 단 1점도 뽑지 못한 '영봉패'는 삼성 팬들에게 7연패라는 숫자보다 더 큰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시즌 초반 7연승을 질주하며 선두권 다툼을 하던 사자 군단의 위용은 온데간데없었다.
9회말, 키움의 마무리 투수가 마지막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순간 고척돔은 승리의 함성과 송별의 박수가 뒤섞였다. 경기가 종료된 후 이어진 박병호의 은퇴식에서 그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히어로즈 팬들의 함성 속에서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던 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삼성 선수들 역시 그라운드 한편에서 대선배의 마지막 길을 예우하며 지켜봤지만, 연패의 그림자는 그들의 표정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

이번 패배로 삼성은 4월 말 급격한 하락세를 타며 리그 순위가 중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반면 키움은 전설의 은퇴식 날 '스윕승'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선사하며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박병호라는 큰 산이 물러난 자리, 키움은 희망을 보았고 삼성은 깊은 고민을 안고 대구행 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다.
결국 2026년 4월 26일의 고척은 박병호에게는 아름다운 마침표였으나, 삼성 라이온즈에게는 잔인한 물음표를 남긴 하루로 기억될 것이다. 7연승 뒤의 7연패,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를 보이는 삼성이 과연 이 심리적, 기술적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지 야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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