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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AG 야구대표팀, 금메달은 땄지만

by 푸른가람 2014.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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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찮은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대로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됐다. 예선전 콜드게임 승리에 취한 탓인지 1회초에 얻은 무사 만루 챤스에서 중심타선은 너무도 허망하게 범타로 물러났다. 시작부터 꼬이기 시작한 경기 흐름은 곧이은 수비에서 기어코 실점을 허용하면서 불안감이 짙어만 갔다.

 

대표팀의 결승전 선발로 낙점된 김광현의 구위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빠른 공의 스피드는 물론 변화구의 각도 괜찮았지만 문제는 제구와 볼 배합이었다. 대만 타자들은 초반 김광현의 초구를 노려 재미를 톡톡히 봤다. 선두타자의 큼지막한 3루타에 이어 다음 타자의 내야 땅볼로 손쉽게 선취점을 올렸다. 대표팀으로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셈이었다.

 

이후 경기는 답답한 흐름이 계속됐다. 예선전과는 달리 대만 마운드는 쉽게 공략을 허용하지 않았다. 잘 맞은 타구가 상대 호수비에 걸리면서 회를 거듭하며 대표팀 타자들의 조급함도 더해졌다. 이날 경기의 중계를 맡았던 허구연 위원이 시종일관 지적했던 바로 그 부분이었다. 과거부터 대만과의 경기는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잘 풀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대만에 0-1로 끌려가던 한국의 반격은 5회에 시작됐다. 물꼬는 역시 민병헌이 텄다. 이번 대회를 통해 최고의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한 민병헌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귀중한 볼넷을 얻어 나갔고, 손아섭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이후 김현수의 타구 때 대만 유격수가 '적시 실책'이 이어지며 한국이 2-1로 역전에 성공하며 승부는 순식간에 뒤집혔다.

 

하지만 한국의 리드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회 실점 이후 안정을 되찾으며 무실점 역투를 펼치던 김광현이 6회 다시 역전 점수를 허용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결과론이겠지만 한박자 빠르게 필승조로 투수 교체가 이루어졌어야 했다. 대만 벤치에서는 2회 이후 변화구 위주로 돌아선 대표팀 배터리의 볼배합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고, 김광현의 구위도 초반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역전을 허용한 뒤 류중일호의 선택은 양현종이었다. 대만과의 예선전에서 4이닝 무실점의 완벽투구를 선보였던 양현종이었지만 결승전에 나선 대만 타자들은 이미 예선전때의 그들이 아니었다. 분위기 반전을 꾀하며 양현종 카드를 집어 들었던 류중일 감독으로선 오히려 경기 막판 무사 1, 3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1점만 더 내주면 경기 분위기가 거의 대만 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벤치를 지키고 있던 미필 3인방 김상수, 나지완, 이태양의 초조한 모습이 화면이 고스란히 내비쳤다. 패색이 짙었던 상황, 난세에 나타난 영웅은 안지만이었다. 안지만은 무사 1, 3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씩씩하게 공을 뿌리며 위기를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내친 김에 8회까지 세타자를 삼자범퇴로 돌려 세운 안지만의 표효는 아름다웠다.

 

 

 

안지만이 위기 상황을 넘겨주자 타자들도 약속의 8회를 놓치지 않았다. 추격전의 화려한 마무리는 황재균이 맡았다. 1사 만루에서 강정호는 행운의 몸에 맞는 공으로 동점 타점을 올렸고, 나성범은 빗맞은 내야 땅볼로 역전 점수를 뽑았다. 곧이어 터진 황재균의 시원스런 2타점 적시타는 이날 경기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잘해야 본전인 경기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중압감은 상상 이상이다. 프로리그까지 중단해 가면서, 대표팀 선수 선발을 둘러싸고 벌어진 여러 논란까지 무릎쓰고 노린 아시안게임 금메달이기에 실패했을 경우 야구계가 입게 될 타격은 상당한 수준일 것임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만만하게 여겼던 상대와의 리턴매치에서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된 초반의 경기 흐름이 선수들을 벼랑 끝으로 몰았을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이런저런 얘기들이 나올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비록 목표로 했던 금메달을 따 많은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참가국들과의 수준 차가 많이 나는 종목에 프로 선수들이 총출동하는 것이 합당한가에 대한 의문에 대해 야구계가 합리적인 대답을 해야 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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