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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우리집은 친환경 반찬을 먹는다 - 비바리의 178가지 특별 레시피

by 푸른가람 201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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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나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요리'가 아닐까 싶다. 나름 자취 생활을 몇해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있게 내 놓을 수 있는 요리가 없다. 타고난 천성이 조곤조곤 재료를 준비하고 정성들여 음식을 만드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러기엔 지나치게 입이 짧은 태생적 한계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런 내가 조금은 두툼하기까지 한 요리책을 펴 들고 살펴보고 있다. '비바리'라는 필명으로 더욱 유명한 블로거 정영옥님이 펴낸 '우리집은 친환경 반찬을 먹는다'에는 그녀가 정성스레 만든 178가지의 레시피가 담겨져 있다. 여러 블로그를 통해 그녀의 요리 솜씨는 이미 온라인 상에서 검증된 바 있지만 그녀가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아기자기한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져 나왔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파워 블로거다. 최근 들어 상술에 놀아난 몇몇 파워 블로거들의 잘못된 처신으로 블로거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그녀가 2006년부터 꾸준하게 운영해 오고 있는 블로그를 찾아본 사람들이라면 요리 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진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 비바리 정영옥님은 책을 펴낸 이유를 소상히 얘기해주고 있다. 그녀는 6남매의 셋째 딸로 제주에서 태어나 밭농사에 바쁘셨던 부모님을 대신해 어렸을 적부터 '밥 담당'을 맡아 자연스레 요리를 시작하게 됐고, 제주를 떠나 처음 뭍으로 온 부랑아 시설에서의 봉사 생활과 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언니의 투병생활을 통해 친환경 요리에 심취하게 된 사연 말이다.

먹거리는 참 많이 풍부해지고 풍족해 졌지만 오히려 현대인들의 건강은 위협받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편리하다는 이유로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해졌지만 그 덕분에 성인병이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다. 책 속에서 그녀는 고혈압, 당뇨, 암 등과 같은 각종 성인병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보호하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1. 식품 첨가물이 든 가공품을 적게 먹자.
2. 제철에 나는 자연식품을 즐겨 먹자.
3. 외식은 가급적 삼가고 스스로 만들어 먹자.
4.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자.
5. 많이 웃고 좋은 일을 많이 하자.

어떤가. 다 아는 얘기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에 조금 귀찮고 불편하다고 해도 그녀가 얘기해 준 건강을 지키는 법을 따라 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고 많이 웃고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은 굳이 먹고 마시는 것을 떠나 삶에 대한 여유와 봉사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녀가 생활을 통해 몸소 가르쳐 주고 있는 것 같아 고맙다.

제1부 조물조물 자연을 버무린 무침요리 24선을 시작으로 마지막 장인 제10부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려낸 바삭바삭 튀김요리 14선에 이르기 까지 책에 담겨져 있는 178가지 요리들을 보고 있자니 군침이 난다. 한편으로 요리 실력은 커녕 열정 조차도 없는 나이지만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대로만 하면 나도 일류 요리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꾸밈없도 담백한 그녀의 사진 속에 담겨진 요리들이라서 그런지 더욱 더 맛깔나 보인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요리. 이 책의 책장을 넘기다 문득 '카모메 식당'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는 것. 또한 그 요리를 맛나게 먹는 일상의 행복. 비바리 정영옥님이 꿈꾸고 희망하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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