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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 시사평론가 김종배의 뉴스 사용 설명서

by 푸른가람 2012.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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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평론가 김종배는 내게 익숙한 이름이다. 손석희의 시선 집중에서 '뉴스 브리핑' 코너로 아침 시간을 열어 주었고, 그가 운영하던 1인 미디어 '미디어토씨'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이지적이면서도 다소 야성적(?)인 느낌을 풍기는 외모는 이번에 출간된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의 표지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됐다.

어릴 적 나는 유난히 뉴스와 신문에 집착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았었고 정치인들, 고위 관료들의 이름을 외는데에는 이골이 났었다.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미디어 홍수인 시대는 아니었기에 세상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통로는 매우 한정되어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80년 군부에 의해 자행된 언론 통폐합에서 살아 남은 일부 언론은 그래서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소명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말 그대로 일부였지만 말이다.

요즘은 어떤가. 시민 모두가 기자인 세상이고, 수많은 블로거들이 1인 미디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늘어 났지만 그것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판단은 더욱 어려워졌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참되고, 내게 유익한 정보를 가려서 취사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에 이른 것이다.

 


김종배는 책의 여는 글에서 이를 '민주시민으로 살기 위한 올바른 주권 사용법'이라 표현하고 있다. 뉴스를 그 자체로 사실로 여기고, 뉴스 행간에 숨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무비판적으로 받아 들이는 우리 국민의 행태를 그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에 끌려 언론사의 '의도'에 끌려 다니는 쏠림 현상으로 인한 문제는 사실 심각한 수준이다.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소위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싸우고 있는 우리나라 언론이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들은 진보 진영에 대해 끊임없이 색깔을 덧씌우려 하고 있고, 경향과 한겨레로 대표되는 진보 언론 역시 보수 진영을 수구꼴통으로 국민에게 인식시키려 애쓴다. 상대를 인정하기 보다는 싸워 이겨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적개심이 기사 구석구석에 담겨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뉴스를 제대로 읽으라고 충고하고 있다. 뉴스를 제대로 읽으려면 제대로 가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선의 가시를 발라내듯 뉴스에 담겨 있는 오류와 왜곡을 추려내며 뉴스를 따져 읽을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언론사에 의해 취사선택되고, 구성되고, 재해석된 현실에 함몰되지 않고,  사실을 사실 그대로 읽어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이다.

또하나, 뉴스를 구성하고 있는 조각들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찾아내기 위한 합리적인 의심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의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치적 의심'이라 하는 것은 뉴스에 담겨진 의도와 목적을 가려내는 것을 말한다. 언론사가 자기 입맛에 맞는 사실만을 전해 국민들을 어느 일방의 쏠린 방향으로만 몰고 가려는 불순한 의도를 파악해 내야 하는 것이다.

바쁜 세상에 뉴스 제대로 보기도, 신문을 여유롭게 꼼꼼히 읽어 볼 시간도 없는데 기사 속에 담긴 숨어 있는 의도까지 우리가 살펴봐야 하냐고 따지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무비판적으로 언론사의 주장을 추종하는 사람들로 인해 '진실'은 불순한 의도에 묻혀 버리고 조작되고 왜곡된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른바 언론 고시의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기자들이지만 그들도 완벽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다. 설령 그들이 발로 뛰며 취재해 사실을 기사로 만들었다 해도 데스크의 의도된 재단을 거쳐 왜곡되고 조작된 진실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뉴스는 그 속에 수많은 오류를 포함하고 있다. 수많은 만두 제조업체를 파산으로 이끌었고 애꿏은 사람들을 자살로 몰고 갔던 '쓰레기 만두' 파동이 그러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일부 보수언론들의 악의적인 기사들이 그러했고, 지금도 뉴스를 꼼꼼히 살펴 보면 찾아낼 수 있는 수많은 낮뜨거운 실수들과 나쁜 의도들은 꿈틀거리며 새로운 먹잇감을 찾고 있다.

진보언론이나 보수언론이 상대편을 설득하는 논리가 아니라 우리 편의 박수를 받는 논리에만 집중하다보니 사회적 소통은 접촉이 아니라 차단으로 귀결된다. 언론의 정파성이 독자의 편가름을 낳아버린다는 김종배의 진단에 공감한다. 감정적 배척은 속을 시원하게 할지는 몰라도 생산적 토론과 소통을 가로막는다는 것을 이른바 언론 종사자들이 귀기울여 들었음 좋겠다.

더 이상 속아서는 안될 일이다. 시간이 없다며 바쁘다는 핑계로 그저 선정적인 제목 한줄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오류를 찾아내고, 부적절한 관계를 파악해 낼 수 있는 합리적, 정치적 의심을 내려놓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뱉어만 내고 자신의 말에 책임지려 하지 않는 '괴물'로 전락한 무책임한 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된 민주시민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기에.

"당신은 어떤 뉴스를 '교리'로 삼고, 어떤 뉴스 생산자를 '교주'로 받들고 있는가?" "좌파 언론은 합리적이고 우파 언론은 편파적이라는 틀에 갇혀 뉴스를 읽지는 않는가" "그 뉴스가 전하는 자극적인 이야기만을 쫓아다니며 '행동대원'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김종배가 톡! 까놓고 물어보는 질문들에 우리가 당당하게 "아니오"라고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끊임없이 이성적으로 의심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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