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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끝판대장' 오승환, 전설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쓰다!

by 푸른가람 2012.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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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의 '끝판대장' 오승환이 프로야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오승환은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경기에서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으며 세이브를 추가했다. 이로서 시즌 16세이브를 기록하게 된 오승환은 개인 통산 228세이브로 마무리 투수의 대명사격이었던 김용수(前 LG, 현 중앙대학교 감독)의 프로야구 개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넘어서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프로야구 역사상 뛰어난 마무리 투수는 많았다. 프로 초창기 마무리 투수의 원조였던 권영호를 시작으로, 김용수, 진필중, 구대성, 임창용, 선동열까지 모두 한 시대를 풍미했던 클로져였다. 하지만 데뷔 이후 단 한차례도 불펜을 떠나지 않고 마무리 보직을 성실히 수행했던 선수는 오승환이 유일무이하다. 

팀 사정에 따라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라야 했던 투수들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에서 보호를 받으며 오승환이 등판해 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김용수가 613경기에서 227세이브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오승환은 이보다 훨씬 적은 369게임만에 228 세이브를 올렸다는 기록이 이같은 사실을 입증해 준다. 덕분에 과거 잘 나가는 마무리 투수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여겨졌던 혹사 논란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감독 운'도 좋은 편이었다. 오승환이 삼성에 입단한 2005년은 선동열 감독 부임 첫해였다. '국보급 투수'라는 칭송을 들었던 선동열 감독은 투수 출신답게 마운드를 중시하는 야구를 펼쳤다. 특히, 강력한 불펜을 중심으로 승리를 지켜내는 야구를 자신만의 야구 스타일로 꽃피웠고, 그 중심에 오승환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2005년 시즌 초반 '뱀직구'라 불리며 최고의 구위를 뽐냈던 권오준이 부진했던 빈 틈을 잘 비집고 들어간 것은 순전히 오승환의 능력이었지만 선동열 감독이 아니었다라면 아시아 최고 마무리 오승환의 탄생도 없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야구계의 중론이다.



▼ 거칠 것 없었던 오승환의 세이브 행진

2005년 2차 1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오승환은 중간 계투로 시즌을 시작했다. 대학 4학년 시절인 2004년 전국 대학야구 리그 추계리그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하긴 했지만 팔꿈치 부상으로 두번의 수술 전력을 가진 오승환의 지명을 두고 야구계에서는 모험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만큼 오승환에 대해서는 프로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2005년 당시 삼성 마무리는 뱀직구를 뿌리던 권오준이 맡고 있었다.  시즌 초반 잘 나가던 권오준이 부진에 빠지자 선동열 감독은 신인 오승환과 보직을 맞바꾸는 중대 결정을 내린다. 이후 오승환은 신인답지 않은 활약으로 삼성의 뒷문을 굳게 지켰고, 프로 첫 해를 10승 1패 16세이브 10홀드 평균자책점 1.18이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마무리 했다.

당연히 신인왕은 승리, 세이브, 홀드 부문에서 모두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오승환에게 돌아갔다. 시즌 61경기에 등판해 99이닝을 던졌고, 20개의 볼넷을 내주는 동안 무려 115개의 삼진을 빼앗아낼 정도로 빼어난 탈삼진 능력을 뽐냈다. 그가 입단 첫 해 기록한 0.67의 WHIP는 그가 부상에서 다시 완벽히 부활했던 2011년과 동일한 수치였다. 그만큼 압도적인 피칭을 선보인 한해였다.

이듬해인 2006년 오승환은 더 높이 날았다. 63경기에 등판해 4승 3패 47세이브를 기록한 오승환은 일본 프로야구의 후지카와 큐지와 이와세 히토키가 가지고 있던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46세이브) 을 단숨에 뛰어 넘으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섰다. 이후 2007년 40세이브, 2008년 39세이브로  3년 연속 구원부문 1위를 달성한 오승환에게는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 '돌부처'에게도 아픔은 있었다

마운드에 선 오승환에게선 도무지 표정 변화를 감지할 수 없다. 늘 한결같은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그를 두고 사람들은 '돌부처'라 불렀다. 한 순간 방심하면 승부가 뒤집힐 수 밖에 없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살아야 하는 마무리 투수의 숙명을 견뎌내기 위한 오승환 나름의 생존 방식이었다.

2006~2008년까지 연속 3년동안 세이브 부문 1위에 오르며 최고의 마무리 투수 자리에 올랐지만 그도 인간이었다. 팀 승리를 지키기 위해 계속되는 등판의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지 못하고 오승환은 서서히 깊은 부진의 늪으로 빠져 들었다. 2008년 시즌부터 오승환의 구위 저하에 대한 우려가 흘러 나오더니 2009년에는 어깨 부상을 당하며 2승 2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4.83이라는 믿기지 않는 성적을 남기고 시즌을 마감했다.

힘들었던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 2010년의 오승환도 완벽하지는 않았다. 3월 27일 LG 트윈스와의 정규 시즌 개막전에서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남겨 놓은 상황에서 이진영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오승환은 불안하게 출발했다. 기복있는 피칭으로 벤치의 신뢰를 잃은 오승환은 4월 30일 한화전에서는 가래톳 부상으로 자진 강판한 데 이어 시즌 중반 이후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4세이브 평균자책점 4.50 이라는 최악의 성적만을 남기고 화려했던 무대 뒤편으로 사라져야 했다. 



▼ 아픔 딛고 다시 부활한 오승환, "큰 경기에도 강했다" 

오승환이 최고의 마무리로 각광받는 이유는 큰 경기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였던 이유가 크다. 오승환은 프로 데뷔 첫해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마무리로 뛰며 3경기에 등판, 7이닝 무실점에 11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는 완벽 투구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다. 프로야구 역사상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MVP를 동시 석권한 선수는 오승환이 유일무이하다.

2011년 한국시리즈는 부상에서 돌아온 오승환을 위한 무대였다. 2010년 SK와의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긴 했지만 부진 탓에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오승환은 이듬해 다시 만난 SK와의 리벤지 매치에서 완벽하게 부활했다. 2차전 8회에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것을 비롯 이해 한국시리즈에서만 3세이브를 올리며 한국시리즈 통산 최다인 6세이브로 선동열과 조용준의 종전 기록(4세이브)를 넘어선 것이다.


▼ 오승환의 '돌직구', 알고도 왜 못치나?

흔히들 오승환의 직구를 두고 '돌직구'라고 얘기한다. 공이 묵직한데다 볼끝이 좋아서 배트 중심에 맞춰도 타구가 멀리 가지 않는다. 부상에서 회복한 오승환은 현재 최고 구속은 150km 중반대를 찍고 있고, 평균 구속은 140km 후반에서 150km 초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직구의 볼끝이 좋아서 타자들의 스윙 궤적보다 높게 떠오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슬라이더와 커브, 체인지업 등 여러가지 변화구를 연마해 실전에서 활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의 주무기는 직구다. 직구 하나만을 던져도 상대 타자들이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의 엄청난 악력에서 나오는 직구의 회전수에 비례해 공이 타자 앞에서 떠오르는 효과를 보인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독특한 투구폼 때문에 타자들이 타격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는 것도 또다른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 그가 걸어가는 길이 곧 역사가 된다

지난 1일 그는 만 29세 11개월 16일의 나이로 개인 통산 228 세이브 기록을 달성했다. 세계 최고의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가 버티고 있는 메이저리그 기록을 뛰어 넘기에는 벅차 보이지만,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의 마무리 이와세 히토키의 기록은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아직 현역으로 뛰고 있는 리베라는 2일 현재 608세이브, 이와세는 338세이브를 기록중이다. 

지난 2005년 4월 3일 롯데전에 등판해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오승환은 그해 5월 4일 LG전에서 역사적인 첫 세이브를 올린 이후 2007년 9월 18일 KIA전에서 최소 경기(180경기) 100 세이브, 2006년 10월 1일 현대전에서 47세이브를 올리며 시즌 최다 세이브 아시아 기록을 달성했다.

오승환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후 2011년 8월 11일 KIA전에서는 최연소(만29세 8일), 최소(334경기) 경기 통산 200세이브를 달성한 데 이어, 같은해 8월 27일 두산전에서 최다 경기 연속 세이브 신기록(28경기)에 이르기까지 숨가뿌게 신기록 레이스를 펼쳐 왔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오승환은 여전히 겸손한 모습을 잃지 않고 있다. "포수의 좋은 리드와 좋은 수비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대기록이 가능했다"며 공을 동료들에게 돌린 오승환은 "세이브를 쌓는 것 보다 블론 세이브를 하지 않는데 더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며 다시 한번 각오를 다졌다. 오승환, 그가 걸어온 길이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였고, 앞으로 그가 걸어갈 길이 또한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2135 )에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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