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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LG에 역전승을 거두고 4연승 신바람 속에 선두 질주를 계속했다. 삼성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시즌 6차전에서 불펜진의 6이닝 무실점 역투와 경기 중반부터 집중력을 발휘한 타선의 득점 지원에 힘입어 9-4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38승 3무 30패를 기록하며 역시 이날 SK에 승리를 거둔 롯데에 0.5게임차 앞선 선두를 유지하게 됐다. 반면, LG 트윈스는 이날 패배로 32승 2무 35패를 기록하며 5할 승률에서 한발 더 멀어지게 됐다.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되었던 6월 29일 SK전에서 우중의 '덕아웃 노래방'으로 한껏 분위기를 달구었던 LG의 상승세가 경기 초반 그대로 이어졌다. 적어도 3회까지는 투타에서 모두 삼성을 압도했다. LG 선발 투수 리즈가 이날 던진 직구는 말 그대로 광(光)속구였다. 빠른 공 하나만으로도 삼성 타선을 제압하기에 충분했다. 160km에 육박하는 리즈의 빠른 공에 삼성 타자들은 제대로 타이밍을 잡지 못하며 무기력한 공격을 펼쳤다.
리즈의 호투 속에 LG 타선도 1회부터 힘을 냈다. LG는 1회 1사 후 김일경이 빗맞은 내야안타로 출루하며 행운을 잡았다. 김일경의 도루로 만든 선취 득점 기회에서 박용택이 우전 적시타로 삼성 선발 고든을 두들기며 귀중한 선취점을 뽑은 LG는 최동수와 정의윤의 적시타까지 이어지며 1회에만 석점을 뽑는 타선의 집중력을 자랑했다.
상승세를 탄 LG 타선은 3회에도 다시 한번 고든을 공략하며 일찌감치 상대 선발을 마운드에서 끌어 내렸다. 박용택과 최동수의 연속 안타로 맞은 무사 1, 2루 챤스에서 이병규의 병살타로 공격의 맥이 끊기는 듯 했지만 이날 타격감이 좋았던 정의윤이 1회에 이어 다시 적시타를 터뜨리며 4-0까지 점수차를 벌였다.
그러나, LG는 초반의 좋은 흐름에서 추가점을 얻지 못하며 삼성에 추격의 빌미를 허용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3회 무사 1, 2루에서 이병규가 번트 실패 끝에 강공을 시도하다 삼성 유격수 김상수의 호수비에 걸려 병살타로 물러난 것을 비롯, 4-2로 쫒기던 4회에서도 무사 1루 챤스를 맞았지만 김용의가 번트를 성공시키지 못해 도망가는 점수를 얻는데 실패했다.
3회까지 완벽하게 삼성 타선을 압도하던 리즈의 발목을 잡은 것은 역시 제구력 불안이었다. 빠른 공은 위력적이었지만 경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볼이 많아졌다. 리즈의 제구력이 흔들리자 삼성 타자들도 신중하게 타석에서 공을 골랐고 결국 리즈는 5회까지 115개의 공을 던지고 교체됐다. 5이닝 동안 허용한 7개의 안타보다 5개의 사사구가 결국 손에 다 잡았던 리즈의 시즌 2승을 가로막은 셈이 됐다.
삼성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선발 고든이 상대 타선에 1회에만 4개의 안타를 내주고 3실점하며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다. 휴식이 필요한 진갑용을 대신해 시즌 5번째 선발출장한 포수 이지영은 이날 경기에서도 수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1회 김일경과 박용택에게 연달아 2루 도루를 허용한 장면은 이지영이 1군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이지영은 도루 저지나 타구 처리는 물론 투수 리드에 있어서도 여전히 부족한 구석이 많았지만 방망이 실력 하나만큼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았다. 4-0으로 무기력하게 끌려가던 삼성의 추격 점수도 이지영의 배트 끝에서 나왔다.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여름 사자들의 반격은 4회부터 시작됐다.
4회초 박석민이 볼넷을 얻어 나간 후 최형우가 안타를 쳐 1사 1,2루 득점 기회를 잡아주자 이지영이 깨끗한 중전 적시타로 박석민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2사 이후 정형식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삼성은 단숨에 2점차로 LG를 압박해 나갔다. 경기 초반 일방적인 LG의 흐름으로 이어지던 경기는 이때부터 LG 선발 리즈와 삼성 불펜 투수들과의 싸움으로 전개됐고, 불안한 LG의 2점차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경기 흐름은 5회초에 뒤집어졌다. '위기 뒤에 챤스'라는 야구계의 오랜 속설은 여실히 드러 맞았다. 선두 타자 배영섭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 나가며 삼성의 역전 드라마가 막을 올렸다. 이어 박한이의 안타와 이승엽의 1타점 2루타가 이어지며 양팀의 스코어는 3-4, 한점차까지 좁혀 들었다.
4번타자 박석민이 무사 2, 3루 절호의 역전 챤스에서 아쉽게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최형우가 고의 사구를 얻어 나가며 베이스가 꽉 찼다. 다음 타자는 타격에는 일가견이 있다는 이지영. 이 장면이 사실상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초구를 좋아하는 이지영은 리즈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깨끗한 1타점 중전안타로 연결시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곧이어 조동찬의 병살타성 타구를 LG 2루수 김일경이 더듬는 바람에 삼성은 5-4 역전에 성공했다. 리즈로선 어렵게 내야 땅볼들 유도했지만 아쉬운 수비에 힘이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기세를 올린 삼성은 이후 6회에는 박석민의 희생타로 1점을 추가했고, 7회에도 5안타를 몰아치며 3점을 추가, 9-4까지 점수를 벌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삼성 타선은 선발타자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15안타로 LG 마운드를 맹폭했고, 특히 4회부터 7회까지는 매이닝 득점을 올리는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다. 이승엽과 김상수가 각각 3안타의 맹타를 휘둘렀고, 박한이와 이지영도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이지영은 꽉 막혔던 득점의 물꼬를 트는 귀중한 선취점을 4회초 공격에서 뽑은데 이어 5회에는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동점타까지 기록하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LG 타선도 최동수가 3안타, 박용택과 정의윤이 각각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등 11안타와 3개의 사사구로 삼성 마운드를 공략했지만 초반 이후 추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아쉬운 역전패를 떠안았다. 뒷문이 불안한 LG는 선발 리즈가 5회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지자 뾰족한 대책이 없었다. 리즈의 뒤를 이어 류택현 - 임정우 - 이상열 - 한희를 등판시켰지만 한번 타오른 삼성 타선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경기 초반부터 난조를 보였던 고든을 일찌감치 마운드에서 내리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4회부터 이어던진 심창민 - 권혁 -안지만 - 정현욱 - 임진우의 필승 계투진이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감독의 믿음에 화답했다. 승리 투수는 2사 1, 2루 위기 상황에서 세번째 투수로 나와 1⅔ 무실점 호투를 펼친 권혁에게 돌아갔다.
이날 경기에서 고든이 3이닝 7안타 4실점의 실망스러운 피칭을 하긴 했지만 선발 마운드는 여전히 8개 구단 통틀어 가장 안정적인 모습이다. 게다가 그동안 불안했던 불펜도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어 삼성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시즌 개막 전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했던 유일한 '1강' 삼성의 압도적인 전력이 서서히 완성되어 가고 있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 http://www.maniareport.com/openshop/myreport/new_news_view.php?idx=2144 )에 송고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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