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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사라진 삼성 야구에도 봄은 오려나

by 푸른가람 2012.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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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배영수의 호투를 발판 삼아 연패 탈출에 성공하며 잔인했던 4월의 마지막을 기분좋게 마무리 했다. 오늘 승리로 삼성은 시즌 7승 10패를 기록하며 KIA와 자리 바꿈해 6위 자리에 올랐다. 이제 겨우 4할대 승률에 턱걸이한 상태다. 앞으로도 갈 길은 멀고 시즌 내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절망의 순간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단 1%의 가능성이라도 가벼이 여겨서는 안될 일이다. 오늘 삼성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보여주었던 승리를 향한 간절함을 잊지 않는다면 언제든 반전의 기회는 찾아올 것이다. 박한이가 부상에서 돌아오는 5월이면 삼성 타선도 좀더 짜임새를 갖춰갈 것이고 뉴 페이스 심창민이 가세한 불펜진도 새 판을 짤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감독의 경기 운영 스타일에 있다. 최근 삼성 야구를 이끌었던 2가지의 키워드가 흔들리고 있다. 하나는 '지키는 야구'이고, 또다른 하나는 류중일 감독의 아이콘과 같은 '믿음의 야구'다. 선동열식 야구를 대표하던 '지키는 야구'는 막강한 불펜진에 누수가 생기면서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호쾌한 공격야구를 선호하는 류중일 감독도 지난해 삼성야구의 오래된 필승 공식을 바꾸어 보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바꾸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바꿀 수가 없어서였다. 물론 선발 5이닝 후 잔여 이닝을 불펜에 맡기던 선동열식 불펜야구를 선발투수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오승환을 필두로 하는 불펜야구의 기본 틀은 크게 바뀐 것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바꿔야 할 시기가 왔다. 이번에는 바꾸고 싶어서가 아니라 바꿀 수 밖에 없어서이다. 더이상 삼성의 불펜은 최강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리그를 지배해 왔던 정현욱, 권혁, 권오준은 이제 서서히 노쇠화의 길로 들어 설 수 밖에 없는 나이다. 한두번 부상 전력이 없는 선수가 없을 정도로 그들은 많이 지쳤다.

이들을 대신해 불펜의 핵심 역할을 해왔던 안지만 역시 위태롭다. 이제 한창 전성기를 누려야 할 그이지만 올시즌 초반 그의 행보는 불안해 보인다. 타자들을 압도했던 예전의 위력적인 구위는 사라졌고 앞선 투수가 몇명의 주자를 누에 남겨놓더라도 깔끔하게 막아내던 믿음직스러운 모습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해법은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일단은 선발투수들이 보다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한다. 오늘 경기에서 배영수가 8이닝을 효과적으로 막아주며 불펜진의 부하를 줄여준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록 4실점하긴 했지만 투구수를 효과적으로 조절하며 마운드를 든든히 지켜줌으로써 에이스란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가 된 불펜투수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기 위해서는 선발투수들이 좀더 오래 마운드에서 버텨줘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음으로 공격야구의 부활을 얘기할 수 있겠다. 물론 류중일 감독도 지키는 야구 보다는 화끈한 공격야구를 선호한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그 완성을 위해 이승엽을 영입했고 드디어 올시즌 그동안 목말랐던 야구팬들의 갈증을 시원스레 해소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삼성 타선은 이승엽, 박석민만이 고군분투하는 애처로운 모습이다.

제 아무리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달성할 때와 같은 홈런 레이스를 펼쳐 준다한들 앞뒤에서 그를 받쳐줄 든든한 지원군이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난해 홈런왕 최형우의 부활이 그래서 시급한 문제다. 류중일 감독의 무한 신뢰를 받고 있는 채태인 역시 공수에서 좀더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믿음의 야구가 철밥통으로 바뀌는 순간 팀 전력 뿐만 아니라 팀 케미스트리도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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