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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KIA 1차전 - 3연패 충격보다 자존심 문제다

by 푸른가람 2012.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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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연패의 수렁에서 먼저 빠져나올 수 있는 행운은 결국 KIA가 쥐었다. 개막전 2연패를 당하고 있는 영호남 전통의 라이벌 삼성과 KIA가 만난 광주 경기에서 양팀은 9회까지 한점도 내주지 않는 치열한 투수전을 펼쳤다. 모두 연장전을 생각하고 있을 무렵 승부는 예상치 못하게, 한편으론 허무하게 끝이 났다.

 

모처럼 보는 투수전의 백미였다. 마침 한국시리즈 최종전을 보는 것처럼 양팀은 물러섬이 없었다. 시범경기 부진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KIA 에이스 윤석민은 모처럼 대한민국 최고 투수의 위용을 맘껏 펼쳤다. 8회까지 윤석민은 최고구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과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앞세워 완벽한 피칭으로 삼성 타선을 꽁꽁 묶었다. 단 하나의 안타와 사사구 2개만을 허용했을 뿐 말 그대로 그의 공은 언터쳐블이라 불릴만 했다.

 

맞상대로 나선 삼성 선발 윤성환도 뒤지지 않았다. 2연패의 부담감 속에 원정 경기 선발로 낙점된 윤성환은 직구 구속에서는 윤석민에 뒤졌지만 볼끝의 구위와 낙차 큰 커브의 위력은 여전했다. 몇차례 실점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로 처리하며 7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틀어 막았다. 8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컨디션은 괜찮아 보였다.

 

 

윤성환이 투구수 100개를 넘긴 8회 들어 삼성의 막강 불펜이 마운드에 출동했다. 8회말 마운드에 마운드에 올라 호투하던 안지만이 9회 들어 만루 위기에 몰리자 결국 류중일감독은 좌타자 김원섭을 상대할 중책을 좌완 권혁에게 맡겼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차라리 4번 최희섭 타석 때 권혁을 미리 올리는 편이 낫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아시다시피 권혁은 컨트롤이 그리 좋지 않은 투수다. 제구에 자신이 없는 투수를 그것도 끝내기 상황인 만루 위기에 마운드에 올렸다는 것은 류중일 감독의 믿음이 지나쳤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믿음이라는 것이 권혁이라는 투수의 구위와 제구에 대한 것이었든지, 혹은 좌타자엔 좌투수라는 야구계의 오래된 격언 때문이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 결과는 사뭇 부담스럽다.

 

무엇보다 연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욱 깊어졌다. 홈 개막전에서 만만하게 여겼던 LG에 불의의 일격을 당했던 삼성으로선 부상병동인 KIA가 전력을 회복하기 전에 연패 탈출의 제물로 삼았어야만 했다. 또하나 전통의 영호남 라이벌 대결, 게다가 친정팀으로 옮겨간 선동열감독과의 첫 맞대결에서 어이없는 끝내기 볼넷으로 무너진 것은 그 충격이 클 수 밖에 없다.

 

삼성으로선 전반적인 팀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3연패를 당하고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마운드의 힘은 여전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투타의 밸런스 자체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시급한 것은 야수진의 어이없는 실책과 맥빠진 공격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벤치도 그렇고 선수들도 그렇고 뭔가 느슨해져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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