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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파페포포 메모리즈 -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하여

by 푸른가람 2012.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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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투니스트 심승현의 다섯번째 책이 곧 출간될 모양이다. 한 출판사에서 보내온 신간 예약판매 안내 메일을 보다가 심승현의 예전 그림과 글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해 전에 그의 세번째 책인 파페포포 안단테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기에 그의 첫 작품이 세상에 나온 2002년 이후 그의 글들과 그림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달라졌는가 궁금하기도 했다.

개정판 프롤로그에서 그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네 너무나 사소해서 가볍게 지나치는 일상들이 켜켜이 쌓여 비로소 역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진부하게 느껴지기조차 하는 사랑, 추억, 우정, 가족 같은 단어들에 다시 밑줄을 치며 함께 공감하고 싶어 이런 작업을 해오고 있노라고.


공감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나 역시 공감과 위안이라는 두 글자가 우리가 살아가며 맺는 관계 속에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해보곤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공감은 어떤 거창한 것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도 살면서 깨닫게 된다. 말 그래도 소소한 일상 속에서 함께 느끼고, 아파하고, 그리워하는 것이 바로 공감일 것이다.

아빠의 자전거 에피소드를 보면서 아주 오래전 어릴 적 내 모습을 떠올려 보게 됐다. 물론 그 에피소드의 내용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도 아버지가 태워주는 자전거 뒤에 앉아 학교에 가 친구들을 만났던 기억이 또렷이 남아 있다. 살아 가면서 때때로 불현듯 한없이 넓고 든든하게 느껴지던 아버지의 등이 생각날 때면 마음이 조금은 서글퍼진다.

이제는 그저 '메모리즈'로만 존재하는 기억들은 그래서 더 그리운 법이다. 작가의 말처럼 누구에게나 평생동안 혼자 간직하고픈 추억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런 추억들을 공감하고, 보이는 상처보다 더 크고 아픈 보이지 않는 서로의 상처들을 위로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더 커졌으면 좋겠다.

또한 생각해 본다. 작가가 에필로그에 남긴 글처럼 지금껏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을 지를. 우리는 항상 내가 당했던 아픔들만 생각하며 피해의식에 잡혀 살곤 하지만 내가 받은 상처만 기억하려할 뿐, 정작 나로 인해 받았을 그 누군가의 상처에 대해서는 애써 눈감아 왔던 게 아닐까. 지금부터라도 덜 상처받고, 또 덜 상처주며 살아가야 할텐데.

그리움이 쌓이면 병이 된다고,
시인들은 먼 하늘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마음 속 그리움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난 매일같이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그리면서 아픔을 달랬다.

떠나보낸 사랑을 후회하는 건 소용없는 일이라고,
상처받은 사람들은 술 한잔에 기대어 그렇게 말했다.
마음 속 후회를 잠재우기 위해
난 그림을 그렸고, 글을 썼고, 그러면서 가끔씩 울곤 했다.

그러면서 난 생각했다.
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용서받기 위해 시작한 이 작은 그림책이
나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이에게 위안이 되기를.....  - Epilogue



널 좋아하는 이유를 묻지 말았으면 한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널 사랑하는 데는 이유가 없다"는 것 뿐.....  - 06. 너에게 꽃을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하려면, 나 자신부터 행복해져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진정한 사랑은 받아서 좋은 것이 아니라,
주어서 기쁜 것임을 알게 되었다.  - 07. 언제부터인가

내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지금 행복했으면 좋겠다.  - 17. 행복

사랑하는 사람을 오직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려 했던
어리석은 나를 탓한다.  - 19. 석공

나눈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하지만 우리 삶은 나눔 속에서 더 풍요로워지는 게 아닐까?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 20. 파장

어느 때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에 시달린다는 느낌이 든다.
또 어느 때는 목이 타도록 사람이 그립다.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건 항상 숙제다.  - 21. 고슴도치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내 마음속에 담아두는 일이다.
그리움 때문에 가슴이 저린 것은
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나무 뒤에 숨어서 그 사람을 지켜보는 내 모습에 만족한다.
그리움을 가슴에 묻을 수 있음에 만족한다.
그리움 때문에 가슴이 저린 것을 사랑한다.  - 23. 나무 뒤에 숨은 아이

누군가 온다는 건 떠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떠난다는 것은, 누군가 다시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 27. 떠나간다는 것

그 아이는 좋아했다.
나도 좋아했다.
이젠 내 친구도 좋아한다.  - 29. 손을 닦아주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도 암호가 있다.
살며시 잡은 손에서 전해져 오는 체온만으로도
그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34. 우유통 안의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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