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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아시아시리즈 vs 소뱅 - 삼성, 아시아 정상에 오르다

by 푸른가람 2011.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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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에 이어 아시아시리즈 우승컵까지 거머쥠으로써 2011년을 최고의 한 해로 기분좋게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2005년 아시아시리즈에 첫 출전한 이후 세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아시아 정상 무대에 우뚝 서게 됐습니다. 그것도 첫 대전에서 0:9로 완패 당했던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리턴매치에서 완승을 거둬 그 기쁨이 더 컸다고 할 수 있겠네요.

우승의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역시 선발투수 장원삼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주축 투수들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 에이스 역할을 충실해 해왔던 장원삼이 중요한 소프트뱅크와의 결승전에서도 눈부신 호투를 선보였습니다. 1회초 출발은 다소 불안했습니다. 구위는 좋아 보였지만 초반 제구가 흔들린데다 도루까지 허용하며 실점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다음 타자를 호수비로 잡아내긴 했지만 박한이가 부상으로 실려나가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급작스러운 난조에 빠진 장원삼은  4번타자 마츠다를 상대로 볼카운트가 0-3로 몰린 가운데 무심코 한가운데 승부를 펼치다 적시타를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무리한 승부 보다는 좌타자인 5번타자를 상대하는 편이 나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무리한 승부였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이 오늘 경기 장원삼의 유일한 옥의 티였다고 할만큼 2회부터는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습니다. 140km 중반에 이르는 빠른공은 경기 중반까지도 구위가 줄어들지 않았고, 변화구의 제구 또한 훌륭했습니다. 무엇보다 마운드에서 보여준 자신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불펜의 힘에서 우위에 서 있는 삼성 입장에서는 장원삼이 6이닝 이상을 책임져 주었다는 점이 오늘 경기를 손쉽게 풀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볼 수 있겠네요. 장원삼은 컨택 능력이 뛰어나 상대하기 까다로운 소프트뱅크 타선에 볼넷 하나, 안타 5개만을 허용했습니다. 힘이 떨어진 7회말에 2개의 안타를 내주며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11명의 타자를 연속 범타처리한 모습은 오늘 경기의 압권이었습니다.

장원삼이 101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가자 류중일 감독은 최강 불펜진 정현욱, 권혁, 오승환을 차례로 등판시키며 4점차 리드를 지켜냈습니다. 권혁이 2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데다, 단 한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던 끝판대장 오승환이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점수를 내 준 대목은 아쉬웠습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8회 권혁을 마운드에 올린 것과 무사 1,2루 위기에서 오승환을 조기 등판시킨 것 모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비록 좌타자가 나오는 상황이긴 했지만 제구가 불안한 권혁 보다는 안정적인 피칭을 하고 있던 정현욱을 계속 끌고 가면 어땠을까, 오승환을 8회에 등판시킨 것은 너무 조급한 판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초반에 흔들리던 장원삼이 2회부터 안정을 되찾자 삼성 타선도 힘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1차전에서 무기력하기만 했던 타자들이 아니었습니다. 서서히 타격감을 되찾아가다 드디어 5회초 공격에서는 타자 일순하며 소프트뱅크 투수들을 공략하며 무려 5점을 뽑아내는 매서운 집중력으로 경기를 순식간에 역전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타자 중에서는 부상으로 초반에 빠진 박한이를 대신해 깜작 출전한 정형식의 활약이 빛났습니다. 정형식은 0:1로 뒤지던 5회초 1사 만루 상황에서 초구를 과감히 공략해 2타점 역전 적시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자칫 이 기회를 놓쳤더라면 경기의 흐름이 완전히 넘어갈 수도 있었던 대목이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는 안타가 아니었나 싶네요.

5:1로 경기가 뒤집힌 이후에는 완전한 삼성의 분위기로 경기가 이어졌습니다. 뛰어나다던 소프트뱅크 야수들의 수비도 잇딴 실책성 플레이가 이어지며 빛이 바랬습니다. 긴장에서 벗어난 삼성 타자들도 상하위 타선 가리지 않고 일본 챔피언팀의 투수 공략에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한국야구 홈런왕 최형우의 방망이가 터져주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아쉬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섯번의 도전 끝에 드디어 아시아 정상 정복에 성공한 이 날을 기뻐할 만 합니다. 하지만 아직 아시아 최고라고 자부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습니다. 그동안 일본의 높은 벽에 막히고, 때로는 대만에 발목을 잡히며 정상 문턱에서 분루를 삼켜야 했던 도전자의 자세를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것만이 어렵게 오른 정상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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