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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이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일주일전 그날의 설레던 마음이 다시 느껴지는 듯 하다.
1992년 겨울 무렵 마지막으로 계룡산을 다녀왔으니 무려 이십년만이었다.
강산이 두번이나 변할 시간이었지만 입구에서 동학사로 오르는 길을 걸으며
희미한 기억 속에만 존재하던 그날로 다시 되돌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대학시절 친한 친구들끼리 계룡산을 처음 찾았던 것이 1991년 가을이었다.
산에 텐트를 치고 직접 밥을 해먹고, 지금으로 치자면 1박2일식 야외취침 그대로였다.
새벽녘엔 꽤 쌀쌀했고 계룡산 산행도 만만치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행복한 추억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좋았던 기억 때문에 1년 후 겨울에는 후배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MT를 오기도 했었다.
하필이면 한겨울인데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씨 때문에 계획했던 산행을 하지는 못했지만
겨울비에 옷젖는 줄도 모르고 안개 자욱한 남매탑에 오르던 그 느낌만은 생생하다.
동학사 오르는 계곡 옆에 계룡산국립공원 자연관찰로가 조성되어 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시원스런 숲길에 구석구석에서 아기자기한 우리땅의 야생화를 만날 수 있어 좋다.
온통 싱그러운 동학사 계곡의 신록이 오래도록 내 기억속에 남아있을 것 같다.
계룡팔경 중 하나가 바로 이 동학사의 신록이라고 한다.
동학사를 오르는 계곡은 온통 파릇파릇 피어 나는 봄날의 신록에 묻혀 있었다.
계곡을 풍성하게 채워 흐르는 물줄기는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절로 맑게 해주는 것 같다.
친구의 사진을 통해 이미 동학사를 둘러본 적이 있었는데 역시 확 트인 느낌은 없었다.
오르는 길에 몇군데의 암자가 있고 비구니 스님의 도량답게 뭔가 단아하면서도 닫혀있는 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곳곳에 달아놓은 형형색색 연등이 경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맘때 사찰을 다니는 것을 꺼리는 편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 있는 달이다보니 아무래도 절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연등들로 인해 절 자체의 풍경을 제대로 담을 수 없어 아쉽기 때문이다.
그래도 뭐 어떠랴.
저 수많은 연등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기원이 매달려있는 것처럼
나 또한 이 동학사 구석구석에 간절한 바람과 소망을 담아놓고 떠날 수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동학사 사진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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