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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나뭇가지에 부서지는 저녁 햇살이 아름다웠던 공세리 성당

by 푸른가람 2011.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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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렀지만 공세리 성당에 도착할 무렵엔 이미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해지기 직전 특유의 그 넉넉한 햇살이 공세리 성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성당 주변에 있는 여러 그루의 보호수들은 그 세월만큼이나 풍성한 품으로 먼데서 온 손님을 반겨 주었다.

 


절이란 절은 잘도 찾아 다니지만 성당은 아직 그리 익숙치 못하다.
개인적으로 그 어떤 종교적 편향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그전에 가본 것이 전주 전동성당이 유일할 정도로 절과 성당의 차이는 여전히 크다.

 


공세리 성당이 아름답다는 얘기는 이전에도 여러번 들었었다.
'모래시계', '불새'와 같은 드라마는 물론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도 이곳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전주 전동성당이 영화 '편지' 의 배경으로 쓰이면서 유명세를 탄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좋겠다.

 


 


직접 가보면 그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의 눈은 다 비슷하구나"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내가 봐서 이쁜 건, 다른 사람이 봐도 마찬가지라니 그건 조금 다행이다.

 


 


 


성당은 분명 절과는 다른 느낌이다.
단아하고 깔끔하고 정갈하게 정리된 느낌이 엄격한 카톨릭의 규율을 느끼게 한다.
고딕식으로 지어진 성당 모습이 마치 유럽의 어느 곳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아~ 난 아직 유럽에 가 본 적도 없으면서 그런 착각을 하다니..

 


 


이 성당은 1922년에 프랑스 신부가 중국인 기술자를 데려와 지었으며
공세리 라는 지명은 과거 이곳에 조선시대 경상, 전라, 충청도에서 올라온 쌀을 쌓아두었던
공세창고가 있었기에 붙은 이름이라 한다.

 


 


그저 아름다운 장소로만 기억하기엔 이곳에도 아픈 순교의 기억이 있다.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의 시기에 이 성당 출신 28명이 순교를 했고 지금도 일부 순교자의 묘가 남아있다 한다.
불교가 뿌리 내리기 위해 이차돈의 순교가 있었듯 종교가 민중 속으로 뿌리 내리기 위해선 아픔이 필연적이었나 보다.

 


워낙에 많이 알려진 덕분인지 평일인데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았다.
친구들끼리, 연인들끼리, 혹은 가족 단위로 찾아온 사람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나뭇가지에 환하게 부서지는 오후의 햇살처럼 그들의 내일에도 환한 빛이 가득했음 좋겠다.


* 공세리 성당 사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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