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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초정이라는 작은 정자를 알게 된 건 김천시 여행안내 책자 덕분이었다.
배롱나무꽃이 붉게 피어나 있는 정자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언젠가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청암사 가는 길에 들러보게 되었다.
방초정은 김천시 구성면 상원리의 김천에서 거창가는 3번 국도 길가에 있다.
차를 타고 지나가게 되면 그냥 쉬 지나쳐버릴 정도로 눈에 확 띄는 정도는 아니지만
수령이 꽤 됨직한 느티나무의 풍성한 신록이 싱그럽게 다가온다.
당초에는 국도 길 쪽으로 좀더 가깝게 자리잡고 있던 것을 지금의 위치로 옮긴 것이라 한다.
인조 3년(1625)에 이곳 구성면 상원리 출신의 유학자 이정복이 선조를 추모하기 위해 세웠던 정자였는데
이후 유실된 것을 영조 3년(1727)에 다시 재건한 것이라 하니 수백년의 역사가 담겨 있다 할 것이다.
뜰 앞에 연못을 조성해 놓았는데 섬을 둘로 배치해 놓은 것이 매우 독특하다.
건물이나 연못, 수목들의 배치와 관련해 조선시대 정원 건축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한다.
조경 이런 데에야 문외한이지만 누각 위에 올라 바라보는 연못의 모습이 아기자기하니 정겹다.
2층짜리 누각 형태인데 2층에 문을 달아서 이것을 걷으면 마루가 되고
문을 내리면 방처럼 쓸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이같은 형태도 보통 방이 누각의 양끝에 있는 것과 비교해 매우 독특한 구조라고 한다.
누각 사방을 돌아가며 많은 시인묵객들이 남겨 놓은 판액들이 보인다.
구체적으로 무슨 내용인지는 다 알아보기 어렵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더 경치가 아름다웠을 예전에 다녀간 그 분들이 부럽기도 하다.
수백년전 이 누각에 올라 주변 경치를 눈으로 즐기며
술 한잔 기울이며 풍류를 즐겼을 한량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배롱나무꽃이 절정을 이룰 올 여름에 방초정을 다시 찾아 그들처럼 나또한 즐겨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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