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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36

사라진 건축의 그림자 - 전통건축, 그 종의 기원 전통 건축에 대한 관심으로 여러 고택, 오래된 절집을 많이 찾아 다니긴 하지만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제대로 된 교육이나 전문 서적 한번 읽어본 적이 없으니 건축학적으로 의미있는 건물을 봐도 무엇에 감탄해야 하는 지, 왜 역사적으로 주목받는 것인 지를 알 수가 없어 답답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물론 이것이 문외한일 수 밖에 없는 일반인들만의 탓은 아니다. 문화재 안내판을 봐도 마찬가지다. 하앙이니 부연이니 갈모산방이니 하는 말들은 구체적인 설명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무릇 안내문이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쉽게 알아듣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안내문을 보면 머리만 더 아플 뿐이다. 지금보다 더 모를 때, 나는 오래된 한옥믈 볼 때마다 지붕에 눈길이.. 2013. 7. 14.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 뭔가 찜찜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시인 최갑수가 이렇게 부지런할 리가 없지 않은가. 조금만 더 세심하게 살폈더라면 'Sentimental Travel' 라는 문구를 놓쳤을 리가 없다. 이미 몇해 전에 한 번 당한 적이 있던 나로서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한편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걸 어찌할 수가 없다. 최갑수의 신작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당신이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결국 몇 해 전에 그가 펴낸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 이란 책을 다시 펴낸 것에 불과하다. 물론 '목요일의 루앙 프라방'을 사진까지 그대로 실어서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란 제목의 책으로 발간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은 "그래도 양심은 있네"라고 봐 넘어갈 만 하다. 제목은 참 마음에 든다. 언제나 그렇듯 최갑수의 책에는 시.. 2013. 7. 11.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 어쩌면 누구나 느끼고 경험하고 사랑했을 이야기 강세형 작가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 였다. 전작 를 흥미롭게 읽었으면서도, 나는 그녀가 여자였다는 사실을 몰랐었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보통 글을 읽다보면 남성, 혹은 여성 특유의 문체나 느낌이 글에서 묻어나기 마련인데 세형이란 이름이 지닌 중성성에 많이 홀렸었나 보다. 전작처럼 이번에도 제목을 잘 뽑은 것 같다. 어른이 되려면 참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 하던 나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녀의 첫 작품에 손이 갔었고, 남들과 비교해 조금 혹은 많이 느린 삶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을 가끔 한심스럽게 바라보는 나이기에 두번째 작품에도 당연스럽게 이끌렸다. '나는 1집을 사랑한다'는 글에도 나와 있듯 1집, 혹은 첫 작품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 더 이상 쏟아내지 .. 2013. 7. 7.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 박노자의 삐딱한 국가론 추천사를 쓴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의 지적처럼 그의 책은 불편하다. 하물며 책 소개에서도 '박노자의 삐딱한 국가론'이 썼을 정도니 이건 아예 대놓고 독자들에게 도발을 하는 격이다. "이 글 읽으면 좀 불편하긴 할텐데, 그래도 이런 불편한 진실 알고 싶지 않니?" 다르게 생각해 보자면 독자들이 책의 성향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일종의 친절을 베풀었다고 좋게 봐 줄 수도 있겠다. 박노자 교수는 라는 책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아주 독특한 체제 안에서 태어나고 훈육된 이 땅의 순진한 국민들에게 당신을 위한 국가 따위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침을 가하고 있다. 국가란 지배계급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사무총국'에 불과하며, 힘없는 자들(외국인이든 내부의 비국민이든)을 조직적으로 대량으로 살해하는 기계라는 것.. 2013. 7. 7.
잘 지내니? 한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 디자이너, 아트디렉터이자 캘리그래퍼까지 다양한 재능을 가진 남자. 공병각이라는 사람에게 가장 부러운 것은 역시 캘리그래피 능력이다. '잘 지내니? 한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이란 다소 감성적 제목을 지닌 이 책에 유달리 관심이 갔던 이유도 역시 그만의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는 손글씨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기계화되어 뚝딱뚝딱 쉽고 빠르게 만들어져 나오는 세상이다. 다양한 서체에 자신의 감성을 담아 글을 쓸 수도 있지만 역시 글쓴이의 진심이 제대로 담겨 있으려면 손편지 만한 것이 없다. 연필로, 혹은 만년필로 투박한 질감이 느껴지는 종이 위에 써내려간 그의 글들은 그 내용이 다소 진부하긴 해도 그 자체로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하나의 글이라서 의미가 있다. 아마도 여성들이 이렇게 감성적인 내용이 담긴 손편지를 .. 2013. 7. 2.
멋지게 나이 드는 법 46 사람들은 흔히들 드라마나 영화의 결말을 궁금해 하곤 한다. 해피엔딩일까 새드엔딩일까 갑론을박하는 인기 드라마 같은 경우엔 시청자들의 압박에 의해 결말 자체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살아가는 인생의 결말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세상에 태어났으면 누구나 늙고 또 죽는다. 그게 인생사의 법칙이다. 불멸의 삶을 갈구했던 진시황제도 결국 죽었다. 어느 누구도 그 필연의 법칙을 어긋날 방법은 없다. 그러니 잘 사는 방법 뿐만 아니라 잘 죽는 방법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멋지게 늙어서 꽤 괜찮은 인생의 끝을 맞이하는 것이 결국 한 인간의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 한다. 특히나 여자들은 노화에 대해 끔찍하.. 2013. 6. 10.
지식e 8 -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지식 'EBS 지식e' 프로그램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여러 곳에서 인용되는 영상을 접해 볼 기회는 있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주제를 간결하면서도 강력하게 전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 우연한 기회로 책으로 엮어진 여덟번째 시리즈를 읽어보게 됐다. 이번 주제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이었다.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문에 들어있다는 이 문장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해 다소 진부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세 섹션에 나뉘어 담겨진 서른 가지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우리에게 참다운 권력, 그 권력을 바르고 따뜻한 길로 이끌어 가기 위한 주권자의 책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짧디짧은 5분이란 시간 속에 갇혀 있지만 몇일을 두고 얘기해도 끝.. 2013. 6. 8.
카피라이터 정철의 머리를 9하라 - 머리를 가지고 노는 9가지 방법 여기 감히 당신의 머리를 교체해 주겠노라고 호기롭게 장담하는 이가 있다. 커피보다 소주를, 자판보다 연필을, 합법보다 불법을, 성공보다 성장을, 그 무엇보다 사람을 좋아한다는 정철카피 대표 정철이 바로 그 사람이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에 걸맞게 그의 글은 독특하면서도 새로운 구성으로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다. 그는 책에서 머리를 가지고 노는 9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 아홉가지란 기존에 굳어진 식상한 고정관념을 한번 비틀어 기발한 오답을 찾아내는 과정인 찾자를 시작으로 떨자, 참자, 묻자, 놀자, 돌자, 따자, 하자를 거쳐 결국에는 사람은 사람으로 행복해진다는 소박하지만, 가슴 따뜻해지는 결론인 영자까지를 망라한다. 찾자 - 정답 그동안 많이 먹었다. 이제 오답을 찾아라. 떨자 - 한 손엔.. 2013. 5. 10.
여행을 부르는 결정적 순간 - 한장의 사진으로 만나는 여행의 절정 여행을 부르는 결정적 순간은 더도 말고 딱 '사진 한 장'으로 결정된다. 여행기자로 이 분야에선 이름이 난 네 명의 작가들 또한 머리말에서 이에 대해 명확히 밝히고 있다. 강렬한 이미지의 사진 한 장이 깨알 같은 글자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가슴의 먹먹함을 말끔해 해소시켜 주는 '짠한' 사진 한장을 봤을 때 우리는 떠날 채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기자들은 사진에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아름다운 풍경, 소개시켜 주고 싶은 명승지가 있다고 해 보자. 제 아무리 하늘이 내려 준 글쟁이라고 한들 사람의 마음을 쉬 움직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나 사진은 다르다. 잘 찍은 단 한 장의 사진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이미 여행지로 옮겨다 주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진의 매력이고, 여행기자들이 한 장의 .. 2013. 5. 9.
어떻게 살 것인가 - 자유인 유시민의 '나답게 살기' 참으로 오랫만에 유시민이라는 사람과 만났다. 경주가 고향인 그를, 경주를 제2의 고향처럼 여기고 사는 나는 단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이렇게 가끔 책을 통해서, 혹은 TV나 신문을 통해 접하곤 한다. 젊은 시절의 그가 살았던 삶이 지금과 달랐듯 내가 유시민이라는 사람을 처음 알았던 때와 지금 그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그 때가 몇년이었던가 정확이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날 그가 입었던 옷과 그에게 쏟아졌던 야유와 비난만큼은 확실히 기억할 수 있다. 나 자신도 신성한 민의의 전당인 국회 본 회의장에 경박스러운 옷을 입고 등원한 그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다음날 조금 더 품위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의원 선서를 하는 것으로 논란을 마무리 했지만 탐탁치 않았던.. 2013. 5. 6.
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우리나라에서 기아, 굶주림이란 단어는 이미 오래전 옛날 얘기가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그렇게 느낀다. 힘겨운 보릿고개는 부모님 세대의 고난한 한 징표일 뿐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이상 어떤 감흥을 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우리는 과연 기아의 고통과 두려움에서 온전히 벗어났을까? 범위를 좀 더 넓혀보면 어떨까? 120억명의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과잉 생산되는 시대라면서 지구상에서 하루에 10만명이, 무려 5초에 한명씩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당장 내가 굶지 않고, 내 주위에서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눈에 띄지 않으니 우리는 그 문제에 굳이 관심을 갖지 않을 뿐.. 2013. 4. 23.
조선의 운명을 바꾼 15인 - 혁명과 패배 그리고 배신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는 되돌릴 수 없다. 그것이 화려한 영광의 시대였건, 치욕스런 굴종의 시대였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만약 그때 이랬더라면.." 혹은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이 없었더라면.."하는 상상을 하며 열을 올리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도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조선의 운명을 바꾼 15인'이란 책에는 역사에 만약을 생각하게 만드는 8명의 인물과 조선을 3류 변방 국가로 만든 7명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의 체 게바라라는 칭송을 받은 정도전을 시작으로 조선의 마지막 횃불을 들었던 녹두장군 전봉군까지 그들의 면면을 다시 살펴 보면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물론 광해군 처럼 최근에 새로운 관점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는 인물들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2013.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