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바로 그렇다. '조선의 운명을 바꾼 15인'이란 책에는 역사에 만약을 생각하게 만드는 8명의 인물과 조선을 3류 변방 국가로 만든 7명을 소개하고 있다. 조선의 체 게바라라는 칭송을 받은 정도전을 시작으로 조선의 마지막 횃불을 들었던 녹두장군 전봉군까지 그들의 면면을 다시 살펴 보면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물론 광해군 처럼 최근에 새로운 관점에서 재조명을 받고 있는 인물들도 있긴 하지만 여전히 편협한 역사의 틀 속에 갇혀 비뚤어진 평가를 받고 있는 이도 많다. 황제의 나라를 꿈꾼 이징옥, 혁신적인 사상가 정여립, 의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그릇이 컸던 장길산, 조선보다 백성을 더 사랑했던 홍경래 역시 기성 사관에 따르면 반역자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역사는 승자의 전리품이라고 한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역사 자체를 진실이라고 믿는다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한 말이기도 하다. 동일한 인물과 사실도 관점에 따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평가받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크게 우려스러운 점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들의 뜻을 제대로 펴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인물이 있는 반면 정반대의 경우도 많다. 그들이 바로 조선을 3류 변방 국가로 만든 이들이다. 조선의 대표적 간신이라 일컬어지는 유자광, 임사홍과 역적의 대명사 김자점을 위시해 조정을 외척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만들었던 문정왕후, 정순왕후, 순원왕후와 같은 여인들의 이야기들을 읽어 나가로라면 그 안타까움은 몇배나 더해진다.
너무나 유명한 인물들이기에 앞에 열거된 이들은 모두 한번쯤은 사극의 소재로 등장했었다. 과거 조선왕조 오백년이라는 정통사극에는 물론 몇해 전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이산'에서는 정조와 정순왕후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종편에서 방송중인 사극에는 인조와 소현세자를 이간질하며 조선의 중흥을 가로막았던 김자점이 등장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 극적 요소를 가미해 흥미롭게 읽기에 좋은 책이다. 역사라고 하면 다소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책은 재미있는 소설 한편이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통해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을 되돌아 보게 한다. 조선시대의 서글픈 역사를 반추해 보면서 그때 그 시절에는 왜 그리도 많은 음모와 조작이 난무했는 지 의문이 든다. 자신의 가문, 자신이 속한 정파의 이익을 위해 상대에게 일말의 자비도 허용치 않았던 그 살벌한 시대가 다시 반복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감출 수 없다.
일제 식민사관에서는 당파성이라는 말로 우리의 민족성을 폄하했다고 배웠지만, 조선의 역사를 배워가다 보면 비록 과장된 면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어려운 게 아닐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지난 시대의 과오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충분한 보람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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