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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를 쓴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의 지적처럼 그의 책은 불편하다. 하물며 책 소개에서도 '박노자의 삐딱한 국가론'이 썼을 정도니 이건 아예 대놓고 독자들에게 도발을 하는 격이다. "이 글 읽으면 좀 불편하긴 할텐데, 그래도 이런 불편한 진실 알고 싶지 않니?" 다르게 생각해 보자면 독자들이 책의 성향을 미리 파악할 수 있도록 일종의 친절을 베풀었다고 좋게 봐 줄 수도 있겠다.
박노자 교수는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라는 책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아주 독특한 체제 안에서 태어나고 훈육된 이 땅의 순진한 국민들에게 당신을 위한 국가 따위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침을 가하고 있다. 국가란 지배계급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하는 '사무총국'에 불과하며, 힘없는 자들(외국인이든 내부의 비국민이든)을 조직적으로 대량으로 살해하는 기계라는 것이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런 주장이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고대로부터 국가는 전쟁을 통해 그 몸통을 부풀려 왔으며 국민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던 명분으로 사용되었던 '정의로운 전쟁'이란 것 또한 케케묵은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누군가는 역설해 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가의 폭력성, 소수 지배계급을 위해서만 작동하는 국가 시스템에 정녕 무지했던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공권력으로 표현되는 국가의 폭력성을 이미 우리는 수도 없이 목격해 왔다. 가난한 노동자들의 시위 현장에, 도시 빈민의 재개발 반대집회 현장에서도 우리는 국민의 편이 아닌 유산계급의 이익만을 대변하러 출동한 공권력의 무자비한 진압을 생생한 화면으로 볼 수 있었다.
내 일이 아니니까, 어차피 내가 당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저 모른 척 눈감아 왔던 국민들에게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이명박정부 출범 초기에 있었던 '용산 참사'였을 것이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던 남일당 건물 옥상에 경찰이 진압에 나서며 농성자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게 된 이 사건은 국가권력의 폭력성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물론 이 사건의 본질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한쪽의 주장처럼 철거민들이 '한몫' 잡기 위해 과도한 요구를 해서 사태를 악화시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경찰의 진입이 어떠한 비극적 결과를 빚을 것인가 하는 것이 명약관화한 극렬한 대치 상황에서도 국가권력의 선택은 다수의 힘없고 가난한 국민 편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국민들을 충격과 공분에 휩싸이게 만든 이 사건의 수사를 맡은 검찰은 경찰에 대해서는 형사 책임을 전혀 묻지 않고 농성자와 용역업체 직원들만 기소하면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이것은 국민의 상식적 법 감정을 뛰어 넘은 것이었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나 또한 국가권력의 어처구니없는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직시토록 해줬다.
이 책은 국가에 의한 살인은 어떻게 저질러지고 은폐되는가를 시작으로 끊임없는 전쟁에 의해 유지되는 자본주의의 실체, 전쟁터에 신자들을 총알받이로 내모는 종교는 물론, 교육과 언론이 만든 이데올로기에 의해 길들여지는 국민에 이르기까지 부조리한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국가가 당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가? 박노자 교수가 독자들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다. 국가는 그리 정의롭지도 않고, 국민들에게 폭력을 가르치고 심지어 행사까지 하는 존재임에도 국가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보통의 국민들인 우리의 이중적인 모습을 직시케 한다.
물론 현실 인식에 있어서 괴리는 존재할 것이다. 뿌리깊은 유교적 전통에 식민시대와 동족상잔의 비극까지 스펙타클하게 겪은 대한민국 국민과 구 소련에서 태어나 구미 문화권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 박노자 교수가 바라보는 국가가 같을 수는 없다. 그의 삐딱한 국가론이 다소 지나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고 왜곡된 정보를 지금껏 진실이라고 믿어왔고, 그런 방식으로 훈육되어 온 우리의 지식 체계에 의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23년간 스웨덴 총리로 재임하면서 스웨덴을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만들어 낸 타게 에를란데르의 국가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지금 좋은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국가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좋은 집이 되어야 한다.
그 집에서는
누구든 특권의식을 느끼지 않으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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