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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즐거움

잘 지내니? 한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

by 푸른가람 2013.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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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아트디렉터이자 캘리그래퍼까지 다양한 재능을 가진 남자. 공병각이라는 사람에게 가장 부러운 것은 역시 캘리그래피 능력이다. '잘 지내니? 한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이란 다소 감성적 제목을 지닌 이 책에 유달리 관심이 갔던 이유도 역시 그만의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는 손글씨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기계화되어 뚝딱뚝딱 쉽고 빠르게 만들어져 나오는 세상이다. 다양한 서체에 자신의 감성을 담아 글을 쓸 수도 있지만 역시 글쓴이의 진심이 제대로 담겨 있으려면 손편지 만한 것이 없다. 연필로, 혹은 만년필로 투박한 질감이 느껴지는 종이 위에 써내려간 그의 글들은 그 내용이 다소 진부하긴 해도 그 자체로 세상에서 유일한 단 하나의 글이라서 의미가 있다.

아마도 여성들이 이렇게 감성적인 내용이 담긴 손편지를 받게 된다면 거의 대부분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캘리그래프로 쓰여 졌기 때문에 읽기가 조금 어려웠던 면도 분명 있지만 기계적인 활자보다는 다분히 인간적인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끌린다.

 


책의 내용은 단순하다. 살아가면서 우리 모두는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또 헤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겪게 마련이다. 누군가는 사랑의 기쁨에 잠시잠깐 도취되었다가 그보다 몇 배는 혹독한 이별의 고통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하는 이도 있을테고, 그래도 마약같은 사랑의 매력에 매번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이도 있을 것이다.

사랑이 사람의 선택이 아니었듯 이별 또한 마찬가지다. 그 어떤 화려한 미사여구로 속삭인다 해도 떠나버린 연인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다. 그래서 한때는 나의 전부였던 사람이, 어느새 그 존재 가치를 상실한 보통의 존재로 다가온다 해도 그 역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인생이 그렇듯 사랑에도 정답은 없다. 누구나 특별한 사랑을 꿈꾸지만 그런 따윈 없다. 보통의 존재들이 만나 서로를 특별한 의미를 지닌 존재로 만들어가는 것이 결국 특별한 사랑의 지향점이다. 굳이 기쁘고, 슬프고, 떨리고 아팠던 사랑과 이별의 기억을 되새기려고 이 책을 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각자의 마음 속에 이보다 훨씬 더 아련하고 그리운 글들을 써내려 가고 있을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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