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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영천 은해사의 겨울 풍경

by 푸른가람 2011.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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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은해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모든 게 꽁꽁 얼어붙었고, 은해사 경내의 작은 개울도 어느새 얼음썰매장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겨울은 사진찍으러 다니기에 좋은 계절은 아닙니다. 주위 풍경도 온통 색을 잃어 휑한 느낌이 드는데다 무엇보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겨울 내나 구들장만 지고 있을 수도 없습니다. 겨울 나름의, 또 겨울이기에 표현할 수 있는 느낌을 담아보고 싶은 욕망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무작정 당도한 은해사는 늘 그렇듯 한적하고 여유로운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은해사 입구 매표소는 매번 봐도 맘에 들지 않습니다. 왠지 은해사라는 절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고 할까요. 




입구에서 보화루까지 난 2km 남짓의 금포정길은 걷기에 참 좋은 길입니다. 지금은 푸른 빛을 많이 잃었지만 잘 가꿔진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공기는 언제나 걸어도 기분이 좋아지게 마련이지요. 보화루를 지나 은해사 경내에 당도했습니다. 말끔히 잘 정돈된 모습입니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찾아오는 이도 그리 많지 않아 고즈넉한 산사의 느낌 그대롭니다.



극락보전 앞의 오래된 향나무가 운치를 더해 줍니다. 주변의 건물들과도 잘 어울리는 이 향나무는 몇해 전에 보호수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번에도 다원에서 차 한잔 마실 여유를 가져 보지는 못했네요. 매번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가 봅니다. 조금 차가운 느낌이지만 겨울 은해사도 나름의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은해사 뒷산의 숲이 무성할 때는 몰랐는데 팔공산 자락 끄트머리에 들어앉아 있는 은해사 모습이 무척 포근해 보입니다.






극락보전 앞에도 소원을 적어주는 종이들이 줄에 메어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이게 생긴 것이 지난해 극락보전 보수공사를 마치고 나서인 것 같은데 요즘은 절마다 이런 걸 많이 하는 거 같더군요. 큰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연등을 다는 것이나, 이렇게 간절한 소망을 담아 걸어 두는 것이나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겠지요.



지난번에는 천안함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제를 올리고 있더니 이번에는 때가 때인지라 구제역 확산방지 및 희생가축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살생을 금지하는 불가에서 이런 일들을 해주는 것도 좋은 일인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구제역이고, AI고 종결이 되어서 사람도 가축도 편안해졌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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