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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선운사의 꽃무릇은 지고 단풍은 불타 오르고..

by 푸른가람 2010.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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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는 꽃이 있어 아름다운 절인 것 같습니다. 봄이면 동백꽃이, 여름이면 배롱나무꽃이, 그리고 가을이면 꽃무릇이 붉게 타올라 절을 가득 채우니까요. 겨울을 제외하곤 사시사철 붉디붉은 꽃들이 풍성하게 피어난다지만 이것도 시기를 잘못 맟추면 허사입니다. 꽃이란 것이 또 언제 피었냐는 듯이 소리도 없이 져버리니까요.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그 유명한 선운사 꽃무릇을 보고 싶었지만 너무 늦어 버렸습니다. 11월을 지척에 둔 늦가을의 선운사는 선홍색 꽃무릇이 아닌 울긋불긋한 단풍이 절정을 향해 불타 오르고 있었습니다. 꽃무릇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선운사로 가는 숲길과 경내를 가득 채워주는 단풍이 있어 그나마 덜 외로웠던 게 아닐까 싶네요.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도솔산에 자리잡고 있는 선운사는 꽤 큰 절입니다. 이전까지 순천의 선암사만 다녀와서 고창 선운사가 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일 정도로 큰 사찰인 것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저 허드러지게 피어난 꽃무릇으로만 유명한 절로 알고 있었지요. 비록 지금 남아 있는 건물은 그리 많지 않지만 그 유구한 역사와 전통은 비할 바가 아닙니다.





선운사 역시 백제시대때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절의 역사를 기록한 선운사사적기에 따르면 백제 위덕왕 24년 때인 577년에 검단선사가 창건했으며 이후 소실과 중건을 거듭해 왔습니다. 창건 당시에는 무려 89개의 암자와 189채의 건물, 24개의 수도를 위한 굴이 있었던 대가람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그 규모가 컸을지 짐작조차 되질 않습니다.












선운사를 둘러보는 데는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보물 제290호로 지정되어 있는 대웅전 주위에는 많은 연등이 걸려 있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형형색색의 연등이 걸려 있는 걸 보면 아마도 큰 행사가 열리는가 봅니다. 시선을 잡아 끄는 그림이 있어 잠시 발길을 멈춰도 봅니다. 시간에 쫓길 것도 없고, 다른 사람들의 재촉에 맘 급할 일도 없는 이런 여행이 참 편하긴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외로움은 그저 감내할 수 밖에요.









곳곳에서 불타 오르는 단풍을 바라보며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합니다. 선운사를 내려오는 길에 선운사 입구에 새로 조성해 놓은 생태숲을 거닐어 봅니다. 노란 단풍나무가 파란 하늘과 대조를 이뤄 더욱 돋보입니다. 작은 연못을 따라 난 생태탐방로를 따라 걷기에 참 상쾌한 날입니다. 이따금씩 불어주는 가을바람에 갈대가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앞으로 선운사를 찾는 이에게 썩 괜찮은 휴식공간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선운사 경내에 심어져 있던 감나무에 빨갛게 익어가는 감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찰 경내에서 감나무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애써 감을 따려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온전히 까치들의 몫이 되는 걸까요? 어찌됐건 제게 선운사는 온통 빨간 빛으로 기억되게 생겼습니다. 꽃과 단풍, 그리고 빨갛게 익어가는 감까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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