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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넓은 들과 마을, 사람들을 향해 활짝 열린 사찰 남원 실상사

by 푸른가람 2010.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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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가을 산사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남원 실상사로 잡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이 피곤해 88고속도로로 바로 대구까지 돌아올까도 고민했었지만 어차피 가는 길이니 잠시 들렀다 가도 괜찮겠다 싶었지요. 잠시동안의 수고 덕분에 독특한 느낌의 실상사라는 절을 알고 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실상사는 사실 그 전부터 가봐야지 하는 생각은 했던 절입니다. 올해 봄에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을 때도 근처에 실상사가 있길래 잠시 들러보고 싶었지만 함께 갔던 일행들이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아 그냥 돌아와야 했었거든요. 대구에서 남원까지도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보니 이번에 모처럼 전라도 쪽으로 나선 김에 돌아보고 오는 편이 낫다 싶었습니다.







실상사 사진을 보아 왔기 때문에 보통의 절과는 다른 분위기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직접 가서 이곳저곳을 한참 둘러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보통의 절들이 산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보통인데, 이 곳 실상사는 들 한가운데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할 거 같네요. 옆에는 논과 밭이 있고, 또 마을이 있습니다.






세속과 동떨어져 있는 곳이라 아니라 바로 곁에서 함께 생활하고 호흡하는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참 독특하고도 좋았습니다. 마음이 따뜻해 지는 절이었습니다. 절을 둘러싸고 있는 높다란 담장도 없고, 무언가 휑한 느낌도 많은 곳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다가서기 편한 곳이 실상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상사 역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천년 고찰입니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의 지리산 자락의 너른 들에 자리잡고 있으며 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의 말사입니다. 신라 흥덕왕 3년인 823년에 홍척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신라시대때에는 구산선문의 으뜸사찰로 그 위세를 자랑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많이 쇠락한 모습으로 변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도 큰 규모는 아니지만 대웅전과 극락전이 별도의 공간에 동떨어져 자리잡고 있습니다.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통일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은 사찰이라도는 해도 국보 제10호인 백장암 3층 석탑을 비롯해서 무려 9개의 보물을 보유하고 있는 보물창고 이기도 합니다.







평지에 있다 보니 그 어떤 곳을 가더라도 경사가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돌아다니며 경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들어오기도 편하고, 경내에 들어와서도 어디 하나 막힌 곳이 없는 곳입니다. 누구에게나 열린 절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걸으면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듯한 보살견공도 참 반가웠습니다. 절 구석구석을 순찰하듯 돌아다니던데, 몇번을 마주쳤는데도 제긴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더군요. 표정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자꾸 다가와 건드리는 것도 만사 귀찮은지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혹시라도 다음에 실상사를 다시 찾게 된다면 꼭 다시 만나보고 싶은 견공입니다.







실상사를 들어가는 길 가에는 주민 여러분들이 나오셔서 여러가지 농산물들을 팔고 계십니다. 마치 시골의 작은 장터를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지리산 자락도 울긋불긋 단풍빛이 완연해지고 있었습니다. 마을 입구에 서 있던 석장생들의 표정이 익살스럽습니다. 언제고 다시 이곳을 찾아달라고 얘기하는 것 같네요. 석장생의 배웅을 받으며 실상사를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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