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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깊어가는 가을, 아름다운 내소사 전나무숲길에 흠뻑 빠지다

by 푸른가람 2010.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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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를 찾았던 것은 온전히 그 유명한 전나무숲길을 걸어보고 싶어서였습니다. 부안 내소사 전나무숲길은 일주문과 천왕문 사이를 잇는 500m 길이의 숲길로 150여년전에 조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3대 전나무숲길로도 유명한데 나머지 두 곳은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과 경기도 남양주 광릉수목원 전나무숲길이지요.




지난해 여름 월정사 전나무숲길을 다녀왔을 때도 그 풍성하고 울창한 숲길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었는데 이번 내소사 전나무숲길은 그보다도 훨씬 더 좋았습니다. 월정사 길이 뭔가 신작로 느낌이 강했다고 한다면 이 내소사 숲길은 말 그대로 숲길의 느낌 그대로여서 걷는 내내 참 행복하고 가슴 속까지 상쾌해지더군요.




피톤치드라고 하지요. 하늘을 향해 기세좋게 곧게 뻗어있는 전나무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상쾌한 공기는 돈을 주고도 사기 힘들 겁니다. 주변은 온통 붉고 노란 빛으로 옷을 갈아 입고 있는데 전나무숲은 여전히 늘 푸른 빛을 잃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리 길지 않은 길이에다 평탄한 길로 이어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없는 이 길은 내소사를 찾는 이에게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이 전나무숲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내소사 여행이었습니다. 한창 단풍철이라서 그런지 수많은 인파가 내소사를 찾고 있었습니다. 번잡한 걸 싫어하다보니 얼른 한번 사찰 경내를 둘러보고 나오려는 심산으로 천왕문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그냥 전나무숲길만 걷고 내려갔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습니다.




숲길에 못지 않게 참 아름답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내소사를 만났습니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은데다 건물들도 그리 화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솟아있는 여러 봉우리의 품에 들어앉아 있는 모습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티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은은히 드러내고 있더군요. 단청도 빛이 바래 그 자체로 고풍찬연한 멋을 뽐냅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지었고,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교수가 내소사를 우리나라 5대 사찰 중 하나로 지칭한 데에도 바로 자연과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높이 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소사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된다면 누구나 내소사만이 지닌 매력에 푹 빠질 게 분명합니다.









내소사 대웅보전과 얽힌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인조 임금때 이 대웅보전을 건축하면서 사미승의 장난으로 나무토막 하나가 부정탔다 해서 하나를 빼놓은 채 지었다는 얘기지요. 저도 그 얘기를 듣고 이곳저곳을 두리번 거려 봤지만 역시 문외한의 눈에 보일 리가 없을 테지요.





또하나 대웅보전 정면 여덟짝의 문살에는 연꽃, 국화, 해바라기 등의 꽃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전문가들은 나무를 깎아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고 평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채색도 하지 않은 소박한 문살이지만 인간의 손으로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을 지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사람들에 치이면서도 그저 내소사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에 빠져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다음 행선지가 있음을 깜빡할 정도였습니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걸어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 옵니다. 오르는 길에는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작은 연못이 보이네요. 이 연못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전나무숲길은 더욱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계절에 이토록 푸르고 짙은 녹음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참 독특한 느낌인 것 같습니다. 내소사가 근처에 있어 마치 동네 숲길을 걸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멀리 내소산을 품어 안고 있는 능가산의 산줄기가 유달리 포근하게 느껴지네요. 



* 내소사는 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불교 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의 말사입니다. 백제 무왕 34년때인 633년에 승려 혜구두타가 창건하여 처음에는 소래사라 부르다 이후 내소사로 이름을 바꿨다 합니다. 창건 당시에는 대소래사와 소소래사가 있었는데 지금 남아 있는 내소사는 소소래사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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